글로벌 기업 슬로건/ Save our home planet
글로벌 기업 슬로건/ Save our home planet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2.11.2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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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 파타고니아 매장

<에디터 이재우>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기업인이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83)는 지난 9월 회사 소유권을 통째로 환경 단체와 관련 비영리 재단에 기부했다. 

쉬나드 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와 두 자녀의 뜻을 모아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이미 지난 8월 지분 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파타고니아는 비상장 기업으로, 쉬나드 일가의 지분 가치는 30억달러(약 4조1800억원)에 이른다. 

사실, 남들이 보기엔 이해가 안가는 결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쉬나드 회장의 삶의 여정을 들여다 보면 회사 기부에 대한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photo=이본 쉬나드 페이스북

‘신념파 구매자들’(belief-driven buyers)의 선호 브랜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9년 9월 파타고니아를 조명하는 기사를 다루면서 이렇게 전했다. <글로벌 시장컨설팅 회사 에델만(Edelman)이 4만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이슈에서 자신의 입장을 반영해 브랜드를 선택하는 ‘신념파 구매자’(belief-driven buyers)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 쇼핑객으로 보면 59%에 해당한다. 2명 중 1명이 ‘신념파 구매자’이다.>

기사의 핵심은 파타고니아가 설립 이래 ‘환경 보호 DNA’를 가진 기업이라는 것. 파타고니아의 한 관계자는 타임에 “지난 10년 동안 매출이 4배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10억 달러를 넘어 섰다”고 말했다. 

‘신념파 구매자’(belief-driven buyers)가 늘수록 파타고니아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매체 패스트컴퍼니 역시 2019년 “지난 46년 동안 파타고니아는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1973년 설립한 ‘쉬나드 등반장비’가 파타고니아의 전신
캐나다 출신 미국인 이본 쉬나드(82)가 환경을 중요시 하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건 1973년이다. 쉬나드는 그 이전에 ‘쉬나드 등반장비’(Chouinard Equipment)를 설립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그는 겨울에는 암벽 등반용  피톤(piton; 바위 틈새에 박아넣는 확보물)을 만들어 트럭 위에서 팔고, 여름에는 등반을 즐겼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던 피톤이 바위를 망가뜨리는 등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인가?”라며 사업을 포기한다. 그러면서 새로 창업한 게 파타고니아였다. 로고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피츠로이(Fitzroy) 산맥을 형상화했다. 

파타고니아를 정의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익히 알려진대로 ‘우리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연말 쇼핑 시즌) 당시 파타고니아는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Don't buy this jacket. Unless you need it.”(필요하지 않으면, 우리 재킷을 사지 마라)이라는 광고를 냈다. 물건을 팔아도 시원찮을 판에 되레 사지 말라니? 이런 이상한 광고를 낸 이유는 과도한 소비를 하지 말고, 기존의 제품을 수선해 오래 입으라는 의도였다. 

파타고니아는 그동안 ‘100년 후에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사멸한 지구에서는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취지에서 환경 보호 운동에 주력했다.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비상장기업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매년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했다. 이른바 ‘지구세 1%(1% for the Planet) 운동’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전인 1986년의 일이다.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방의 피츠로이(Fitzroy 산맥을 로고로 형상화했다

“우리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역홍보
파타고니아는 오래전부터 페트병으로 재생된 섬유, 유기농 면화로 제품을 생산한다. 창업자 쉬나드는 패스트컴퍼니에 “우리는 수년간 유기농으로 재배된 면화를 사용해 왔지만 그건 (지구에) 조금 덜 해를 끼치는 정도 일뿐”이라며 “우리는 인도의 150명 농부, 소규모로 그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곤경을 겪고 있는 지구에 대해 그는 “진실을 원하는가? 절망적이다. 완전히 절망적이다”(You want the truth? It’s hopeless. It’s completely hopeless)고도 밝힌 바 있다. 성공한 사업가를 넘어 확고한 의지를 가진 환경보호론자 쉬나드는 2018년 12월 사명 선언문을 변경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환경에 미치는 불필요한 악영향을 줄이자”는 기존의 단순한 개념에서 탈피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한다’(Patagonia is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파타고니아가 내건 새로운 슬로건이자 회사를 정의하는 한 문장이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어록을 보면 경영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철학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미국의 ‘신념파 구매자’들이 그를 추종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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