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10대 영화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10대 영화
  • 이훈구 작가
  • 승인 2022.12.13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욕타임스 공동 수석 영화평론가
매놀라 다지스-A.O. 스캇 2가지 버전
영화 ' ‘EO’

<미국 LA=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대표)> 뉴욕타임스(NYT)의 공동 수석 영화평론가 매놀라 다지스(Manohla Dargis)와 A.O. 스캇(Anthony Oliver Scott)이 12월 6일 2022년 올해 최고의 영화 10편을 각각 소개했다. 매놀라 다지스는 지난 2004년부터 뉴욕타임스의 공동 수석 영화 평론가로 일하면서 A.O. 스캇과 함께 매 연말 올해의 영화를 선정하여 기고하고 있다. 

매놀라 다지스는 1987년 뉴욕 대학교에서 영화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전문적으로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A.O. 스캇은 하버드 대학교 출신으로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and Slate’, ‘버라이어티’ 등에 글을 기고하다가 2000년 1월 재닛 매슬린(Janet Maslin)이 은퇴하자 바로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두 사람의 영화평론계에서의 영향력은 대단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10대 영화’에 소개 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있다. 

매놀라 다지스

<매놀라 다지스 선정 10대 영화>
①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EO’
② 셀린 시아마의 ‘쁘띠 마망’(Petite Maman)
③ 조던 필의 ‘놉’(NOPE)
④ 자파르 파나히의 ‘노 베어스’(NO BEARS)
⑤ 스티븐 소더버그의 ‘키미’(KIMI)
⑥ 조애나 호그의 ‘디 이터널 도터’(THE ETERNAL DAUGHTER)
⑦ 오드리 디완의 ‘레벤느망’’(L'événement)
⑧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⑨ 언스트 카렐&베로니카 쿠스마리야티의 ‘익스페디션 컨텐트’(Expedition Content)
⑩ 로라 포이트러스의 ‘올 더 뷰티 앤드 더 블러드셰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먼저 매놀라 다지스가 선정한 ‘10대 영화’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로 ‘뉴욕 타임스’의 원문기사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므로 순서가 그러하다는 점이다. 매놀라 다지스 선정 10대 영화중 첫 번째는 폴란드의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Jerzy Skolimowski) 감독의 영화 ‘EO’다.

‘EO’는 로베르 브레송의 1966년작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Au hasard Balthazar)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한 폴란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당나귀(EO)가 관찰한 인간세상을 그린 영화이다. 제75회(2022)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으로 우울한 눈빛의 ‘EO’의 삶의 여정과 일생을 따라가면서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만 그에 반해 한순간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회색 당나귀를 대비 시킨다. 

1960년대 로만 폴란스키(Roman Rajmund Polański)와 함께 이른바 ‘폴란드 학파’ 세대를 대표하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가 지난 5월, 33년 만에 칸영화제에 최고령 감독으로 컴백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한 프랑스의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가 출연하며 동물 보호 차원에서 6마리의 당나귀가 돌아가며 절망의 굴레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EO를 연기했다고 한다. 제목 ‘EO’는 당나귀 울음소리에서 착안한 이름이라고.

두 번째 영화로는 한국에서는 퀴어영화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으로 잘 알려진 셀린 시아마(Céline Sciamma)감독의 ‘쁘띠 마망’ (Petite Maman, 2021)이 선정되었다. 이 영화는 과거의 부모와 만나는 타임슬립 영화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의 엄마와 현재의 딸이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유대관계를 갖는다는 독특한 소재가 일품이다. 

영화 ‘놉’(NOPE)

세 번째 영화로는 S.F 미스터리 공포 영화로 조던 필(Jordan Peele)감독의 ‘놉’(NOPE, 2022)이 선정 되었다. 어느 말 목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은 영화로 UFO 호러물이다. 

네 번째 영화로는 이란의 대표적 반체제인사이자 영화감독인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의 영화 ‘노 베어스’(NO BEARS, 2022)가 선정되었다. 정부의 감시를 피해 몰래 영화를 만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실제로 자파르 파니히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를 석권하고도 반정부활동을 이유로 구금과 감금을 이어가 전 세계 국제영화제들이 그의 석방을 탄원했다. 

다섯 번째 영화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입’으로 유명한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감독의 스릴러 영화 ‘키미’(KIMI, 2022)다. ‘키미’는 주인공의 이름이 아니라 음성인식 비서 또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명칭으로 조 크래비츠(Zoe Kravitz)가 ‘키미’가 동작 오류가 있을 때 이를 교정하는 기술자인 ‘안젤라’역으로 나온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HBO Max에서 스트리밍으로 독점 소개한 화제작이지만 평론가들의 호평과 달리 관객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다.

여섯 번째 영화는 조애나 호그(Joanna Hogg)감독의 ‘디 이터널 도터’(THE ETERNAL DAUGHTER, 2022)다. 북미에서 A24의 배급으로 제한 상영과 함께 VOD 서비스에 들어간 영화로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주연의 유령이야기로 관객들 사이에서는 지루한 영화로 평가 되고 있다. 

일곱 번째 영화는 오드리 디완(Audrey Diwan)감독의 ‘레벤느망’(L'événement, 2021)으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얻은 작품이다.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촉망 받던 미래를 빼앗긴 대학생 ‘안’이 시대의 금기로 여겨지던 일을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고백록을 영화로 옮겼다. 

영화 '헤어질 결심'

여덟 번째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2022)으로 변사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용의자로 지목된 사망자의 아내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변화를 담은 멜로 스릴러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홉 번째 영화는 ‘익스페디션 컨텐트’(Expedition Content)로 언스트 카렐(Ernst Karel)과 베로니카 쿠스마리야티(Veronika Kusumaryati)가 공동연출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물로 이미지와 사운드 사이의 역학 관계를 탐구한 작품이다. 1961년 하버드, 조지 피바디대학교의 공동 연구팀과 마이클 락펠러(Michael Rockefeller)의 뉴기니(New Guinea)원주민들의 민속학 고전인 ‘Dead Birds’(1964)를 제작하는 동안 녹음된 오디오로 구성된 사운드트랙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 인류학 보고서이다. 

영화 ‘올 더 뷰티 앤드 더 블러드셰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마지막으로 열 번째 영화는 로라 포이트러스(Laura Poitras)감독의 ‘올 더 뷰티 앤드 더 블러드셰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2022)로 사진 작가 낸 골딘(Nan Goldin)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낸 골딘은 성과 에로티시즘, 그 관계성들에 대한 숨김없는 탐구를 통해 사회적 터부를 부쉈다고 평가되며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상징한다.

매놀라 다지스는 뉴욕타임즈의 공동수석 영화평론가이지만 여성감독과 인권 그리고 페미니즘과 퀴어, 미스테리 등 자신의 취향이 확실한 평론가이다. 이번 2022년 ‘10대 영화’역시 이러한 자신의 영화 철학을 그대로 담아냈으며 미국 내 관객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A.O.-Scott. photo=마이애미 필름페스티벌 캡처

<A.O. 스캇 선정 10대 영화>
① 조던 필의 ‘놉’(NOPE)
② 솔 윌리엄스&아니샤 우제이먼의 ‘해왕성 로맨스’(Neptune Frost)
③ 마리아 스페트의 ‘유쾌한 바흐만 선생님’(Mr. Bachmann and His Class)
④ 샬럿 웰스의 ‘애프터 썬’(After Sun)
⑤ 자파르 파나히의 ‘노 베어스’(NO BEARS)
⑥ 타드 필드의 ‘타르’(Tár)
⑦ 자비에르 지아놀리의 ‘잃어버린 환상’(Illusions Perdues)
⑧ 피터 스크릭랜드의 ‘플럭스 미식가’'(Flux Gourmet)
⑨ 로라 포이트러스의 ‘올 더 뷰티 앤드 더 블러드셰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⑩ 디에고 온가로의 ‘왕과 함께’(Down With the King)

반면 A.O. 스캇은 ‘The Best Questions Raised by Movies’(영화가 불러온 최고의 질문들)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는 매놀라 다지스와는 결이 다른 평론가이다. 자신이 꼽은 베스트 영화로 이탈리아 영화이자 1960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페데르코 펠리니 감독의 ‘La Dolce Vita’(달콤한 인생)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72년 작 ‘The God Father’(대부)를 언급할 만큼 비교적 대중적인 영화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퀴어 영화’에 대한 시선은 매놀라 다지스와 같은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종종 비디오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으며 아카데미 수상자를 예측하거나 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재충전 한 후 “더 큰 주제를 넘나드는 에세이”(bigger, cross-topic essays.)를 발표하겠다며 다시 평론을 재개한 바 있다. 

A.O. 스캇은 S.F 미스터리 공포 영화인 조던 필(Jordan Peele)감독의 ‘놉’(NOPE, 2022)을 첫 번째로 선정 하였다. 어느 말 목장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은 영화로 UFO 호러물로 전작 ‘어스’(Us, 2019)로 스릴러의 정석을 보여준 바 있는 감독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미나리’의 반가운 얼굴인 ‘스티븐 연’(Steven Yeun)이 등장하며 한국에서도 개봉한 작품이기도 하다. 특별히 ‘오즈의 마법사’에서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파나비전 65mm 필름 카메라와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여 1.85:1 화면 비율에 위아래로 레터박스가 들어간 DCP로 배포되었다. 

두 번째 영화는 미국과 르완다가 공동으로 제작한 S.F 퀴어 뮤지컬 영화인 ‘해왕성 로맨스’(Neptune Frost, 2021)를 선정했다. 이 영화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 된 바 있다. 솔 윌리엄스(Saul Williams), 아니샤 우제이먼(Anisia Uzeyman)감독의 공동 연출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솔 윌리엄스가 2015년 발표한 시 ‘콜탄은 목화다’(Coltan As Cotton)의 연장선이다. ‘콜탄 광산’을 둘러싸고 서구는 광물을 착취하고 디지털 쓰레기를 폐기한다는 반식민주의를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유쾌한 바흐만 선생님'(Mr. Bachmann and His Class)

세 번째로는 202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찬사를 불러일으킨, 한 독일 소도시 작은 학교의 특별한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인 마리아 스페트(Maria Speth)감독의 영화 ‘유쾌한 바흐만 선생님’(Mr. Bachmann and His Class)이다.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 출품된 바 있다. 주로 이민자들 혹은 이민 2세인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독일의 소도시 슈타트알렌도르프의 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바흐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 낸 것으로 이기심이 아닌 서로 격려하고 돕는 공동체의 존재에 대해 묻는다. 

네 번째 영화는 샬럿 웰스(Charlotte Wells)감독의 ‘애프터 썬’(After Sun, 2022)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바 있으며 샬럿 웰스 감독의 실화로 아버지와의 낯선 여행을 통한 부녀간의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낸다. 

다섯 번째 영화로는 이란의 대표적 반체제인사이자 영화감독인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의 영화 ‘노 베어스’(NO BEARS, 2022)로 이미 서두에 언급한 감독 자신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타르'(Tár)

여섯 번째 영화는 타드 필드(Todd Field)감독의 퀴어 영화 ‘타르’(Tár)다. ‘케이트 블랜쳇’(Cate Blanchett) 주연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erlin Philharmonic)의 지휘자(마에스트로) ‘리디아 타르’(Lydia Tár)에 대한 이야기다. 리디아 타르는 여성으로는 처음 수석 지휘자로 선출된 저명한 지휘자이자 작곡자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클래식 업계와 혼란스러운 사생활, 창작의 고통 등 복잡한 상황을 다룬다. 

영화 '잃어버린 환상'(Illusions Perdues)

일곱 번째 영화는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반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잃어버린 환상’(Illusions Perdues)으로, 시골 출신의 젊은 시인 루시앙을 통해 1840년대 파리의 부패상을 그리고 있다. 자비에르 지아놀리(Xavier Giannoli)감독의 영화로 작가를 꿈꾸던 루시앙이 기자가 되면서 돈의 맛을 알게 되고 야망, 계급갈등, 언론과 정치의 부패, 예술의 잣대를 생각하게 한다. 

여덟 번째 영화는 영국, 미국, 헝가리 합작의 코미디 공포 영화인 ‘플럭스 미식가’(Flux Gourmet, 2022)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으나 전위적 예술형태와 사운드로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피터 스크릭랜드(Peter Strickland) 감독의 연출로 카탈린 라딕(Katalin Ladik)의 음악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아홉 번째 영화는 로라 포이트러스(Laura Poitras)감독의 ‘올 더 뷰티 앤드 더 블러드셰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2022)로 사진작가 낸 골딘(Nan Goldin)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열 번째 영화는 ‘왕과 함께’(Down With the King, 2021)로 디에고 온가로(Diego Ongaro)감독이 연출했다. 음악 산업에 환멸을 느끼고 유명인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환멸을 느낀 유명 래퍼가 도시와 그의 경력을 뒤로하고 작은 마을의 농업 공동체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디에고 온가로 감독은 이 영화를 ‘covid movie’ 로 규정한바 있다. 복잡하지 않은 장면과 줄거리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 방식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래퍼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가 연기한 힙합 스타가 실감나는 영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