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를 최초 제안했던 벤처 캐피탈리스트
‘고향세’를 최초 제안했던 벤처 캐피탈리스트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23.01.11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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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2008년부터 고향에 기부하면 세금을 공제해주는 ‘후루사토 납세’(ふるさと納税)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무라구치 가즈타카(村口和孝)라는 벤처 캐피탈리스트가 2006년 3월 8일 일본경제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일본 사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무라구치가 이 제도의 최초 제안자인 것이다.  

한국, 새해부터 전국 지자체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시
<에디터 이재우> 2023년 새해부터 한국에서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시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곳 이외의 지자체를 선택해 기부하는 제도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자체가 마련한 답례품을 받게 된다. 기부금 한도액은 500만원. 사실, 이 제도는 일본이 모티브가 됐다. 

2008년 일본에서 ‘후루사토 납세’(ふるさと納税)라는 고향세 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됐는데, 이게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우리나라도 고향세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2015년부터 제기됐었다. 그럼, 일본에선 ‘후루사토 납세’ 제도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일본에선 2008년 ‘후루사토 납세’ 도입...한국도 뒤따라
계기는 일본경제신문의 2006년 3월 8일자 칼럼이다. 이날 칼럼 코너 십자로(十字路)에 ‘지방 재검토 후루사토 세제’(地方見直す「ふるさと税制」)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글쓴이는 무라구치 가즈타카(村口和孝). 그는 1998년 일본 최초의 개인형 벤처 캐피탈인 NTVP(일본 테크놀로지 벤처 파트너즈)를 설립한 벤처 캐피탈리스트였다. 

도쿠시마현 출신인 무라구치는 게이오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벤처회사에서 14년간 일한 후 NTVP를 세웠다. 그런 무라구치는 벤처기업 상장으로 유명하다. NTVP는 출범 이듬해에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DeNA에 지원을 결정했다. DeNA는 난바 도모코(南場智子)라는 여성 기업인이 이끄는 벤처회사였다. DeNA는 한때 파탄 직전까지 몰렸지만 2005년 마더스에, 2007년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급성장했다. 

한 캐피탈리스트의 2006년 3월 8일자 닛케이 칼럼이 계기
그런 전력을 가진 무라구치는 도쿠시마현의 어업마을에서 태어났다. 이럴다 할 산업도 없는 곳이었다. 젊은이들은 고교 졸업과 동시에 도시로 빠져나갔다. 무라구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졸업하면서 도쿄의 대학에 진학했다. 무라구치는 이렇게 말했다. 

“시골의 부모님들은 자신들의 소비를 억제하면서 자식들을 도시로 보냅니다. 취직한 아이가 일해서 납부한 세금도 시골이 아닌 도시에 빨려 들어갑니다. 결국 열심히 아들과 딸을 키우고 뛰어난 인재를 세상에 배출했음에도 그 ‘선행투자’의 결과는 지방으로는 전혀 돌아오지 않습니다.”

무라구치는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을 ‘선행투자’라고 봤다. 무라구치는 그런 고향의 경험담을 떠올리며 지방 출신자가 세금의 일부를 출신지에 납부하여 그 돈을 지방에서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향 납세’ 칼럼을 투고했다. 

캐피탈리스트의 주된 업무는 선행 투자와 회수. 그 경제적 논리를 고향 납세제도에 접목시킨 것이다. 무라구치의 칼럼(3월 8일자)으로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거론하면서 고향납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인 그해 10월, 니시카와 카즈미(西川一誠) 후쿠이현 지사도 도시와 지방의 격차, 세수문제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고향기부금공제’ 도입을 제언하게 된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투자는 선행투자...고향에 회수돼야”
이 제안을 받고 당시 총무상이던 스가 요시히사(菅義偉) 전 총리가 제도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2008년 5월 후루사토납세 제도가 일본에서 스타트하게 됐다. 무라구치는 또 이렇게 말했다. 

“캐피탈리스트인 제가 이 제도를 제창한 것은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일본경제신문 칼럼이 실린 다음 날, 사무실에 여러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특히 도쿄에서 일하는 한 지방 출신 여성은 ‘감격했습니다. 글을 써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글을 계기로 2006년 여름 급속하게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2007년 입법화, 2008년부터 시행됐습니다. 세제안의 명칭으로 제가 붙인 ‘고향’(후루사토)라는 표현이 그대로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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