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SriLanka Talk/ 분노의 물결 ‘아라갈라야’(Aragalaya)
김성진의 SriLanka Talk/ 분노의 물결 ‘아라갈라야’(Aragalaya)
  • 김성진 작가
  • 승인 2023.03.1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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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이렇게 평온하고 아름다웠던 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스리랑카=김성진 작가> 지난 2022년 7월 전 세계인의 놀라움을 자아내며 부패하고 무능한 현직 대통령을 몰아낸 결기 충만했던 스리랑카 국민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또다시 수렁에 빠졌다. 

국민들의 시위로 쫒겨난 대통령의 뒤를 이은 새로운 대통령 역시 전임 대통령과 별로 다르지 않은 한 통속임을 깨닫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부패한 대통령 물러났지만 달라진 건 없어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예상하는 기득권과 현 정부는 국가 재정 부족을 핑계로 올해 3월 10일 예정이었던 선거를 무기한 연기한 것과, IMF 구제금융 유치 조건으로 일정한 소득 이상이 되는 중산층 국민에게 최고 36%나 되는 무거운 세금 폭탄을 안겼고, 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전기요금을 평균 66%나 인상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말 중에 “아라갈라야(Aragalaya, අරගලය)”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는 소동(騷動)에 가깝다고 하겠다. 소동(騷動)은 ‘여럿이 소란(騷亂)을 피움’, ‘여럿이 떠들어 댐’을 이르는 말이다. 스리랑카는 소동 중이며 ‘아라갈라야’ 캠페인 중이다. 

무능한 대통령만 몰아내면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은 물러가고 새롭고 깨끗한 정치문화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줄 알았던 국민들은 부패한 정권에 기생하던, 이상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별로 반기지 않는 집권 엘리트 정치세력의 단단한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새 대통령, 아라갈라야 운동가들을 구금
게다가 새로 온 대통령인 라닐 위크레마싱헤(Ranil Wickremesinge)는 취임하자마자 아라갈라야 (Aragalaya)운동가들을 '파시스트'와 '아나키스트'로 낙인찍어 국가 비상법과 테러방지법을 동원해 시위 현장을 폭압하고 지도자들을 단속 구금했다.  

콜롬보대학교 정치학부 자야데바 우얀고다 교수 (Jayadeva Uyangoda)는 기고 (Himal Southasian)를 통해 스리랑카의 경제 회복 부담이 대부분 중산층에 전가된 현재, 집권 엘리트들에 대한 대중적 분노의 물결(Aragalaya)을 배제할 수 없으며, 올해 2023년 다시 시작된 시민들의 시위가 2022년 국가를 뒤흔들었던 시위보다 더 광범위하고 전투적이며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과일들과 채소들은 그 자체로 '청정'이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검은 옷과 띠를 두른 교직원, 교수, 학자, 의사, 중앙은행 임원, 공기업 직원과 고소득층 공무원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또 스리랑카 6개 국립대학이 연합한 시위대가 대학을 순회하며 아라갈라야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구호는 체제 변화를 통해 낡고 부패한 정치 계층을 새로운 정치 문화를 도입할 새로운 계층으로 즉각 교체할 것을 원하고 있다.
  
시위엔 교수-의사-고위직 공무원들 까지 가세
걱정이다. 이전과 달리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경찰을 앞세운 물대포와 최루탄 뒤에 포진해있고, 간간이 쏘아댔던 물대포가 시위대 전면에 나서, 사람들을 향해 조준하여 뿌려대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자제했던 최루탄이 발사되어 시가지 대부분에 따갑고 고약하여 참기 어려운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경찰은 사람에게 치명적으로 해가 될지 모르는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최루탄을 사용하기도 하고.  

서민들의 온화한 미소는 아름답다는 말로도 모자라다. 

아름다운 나라 스리랑카가 무도하고 비겁한 정치 세력때문에 더이상 암울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다 담을수 없어 넘실대는 따스한 햇살과 날마다 새로이 피는 꽃, 연한 이파리, 빨간, 노란, 초록색 과일, 쉴새없이 지저귀는 새들, 하얀 이가 유독 돋보이는 이 사람들의 웃음이, 친절하고 순진한 미소가 이 나라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세계인에게 보여주었던, 함께 사는 여러 민족과 다양한 종교간에 화합되는 모양, 시위대가 흘린 최루탄의 눈물을 닦아주던 경찰, 목마른 경찰에게 물을 건네주던 시위대간의 우정을 기억하자. 

폭력적이었던 시위를 평화롭고 즐거운 문화의 축제로 바꾸었던 갈페이스(Galle Face) 아라갈라야의 전통을 올해도 재현하여 이어갔으면 정말로 좋겠다. 스리랑카의 '아라갈라야 문화'를 집단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시위와 무자비한 진압이 난무하는 미국 등 소위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서양 세력들이 본받았으면 한다. 

필자와 필자가 가르치는 스리랑카의 학생들

외국인의 눈에 비친 공정한 스리랑카 언론
참 다행인 것은 이나라 언론의 태도이다. 정의의 편에 서서 공정하게 가감없이 보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국인이 가끔씩 들여다보는 TV 뉴스지만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를 명쾌하게 이해할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다. 

여기 사는 필자는 팔순을 훌쩍 넘긴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곤 하는데 어느 날은 흥분해 마지않은 모습을 보인다. 한국의 야당지도자 때문에 검찰의 수사를 받던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고 야단이다. 어느 고약한 TV채널을 접했는지 상상이 간다. 
아이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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