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전화는 오후 3시에 온다?
노벨상 수상 전화는 오후 3시에 온다?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8.10.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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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다스쿠 교수 youtube=사진 캡쳐

 

“노벨상 연락(수상 통보)은 ‘오후 3시쯤에 온다’는 소문을 들었다. 올해는 아닌가보다고 생각했다.” (ノーベル賞の連絡は午後3時ごろに来る」という噂を聞いた茶本さんは「今年はないのかなと思った」)

1일 혼조 다스쿠(本庶佑·76) 교토대 고등연구원 특별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의 연구원 멤버인 챠모토겐지(茶本健司) 조교수(40)는 수상 순간을 언론에 위와 같이 말했다.

일본의 역대 수상자들이 ‘오후 3시’쯤 수상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유력 수상 후보들이 1일 오후 3시부터 전화기 옆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도 혼조 교수에게는 연락이 가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은 2일 “노벨재단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1일 오후 5시경”(ノーベル財団から連絡があったのは1日午後5時ごろ。)이었다고 보도했다. 2시간 동안 혼조 교수의 연구실 멤버들은 숨죽이고 연락을 기다렸다고 한다. 혼조 교수가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명돼 왔기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그 시각, 혼조 교수는 제자 4명과 함께 논문 교정을 보고 있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혼조 교수는 여비서에게 전화를 건네받고 영어로 “영광입니다”라고 답했다. 챠모토 교수가 “혹시 노벨상입니까”(ひょっとしてノーベル賞ですか)라고 묻자 혼조 교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응”(うーん)이라고 대답했다. ‘응’은 평소 좋은 실험 데이터가 나왔을 때 혼조 교수가 버릇처럼 말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수상 통보에 혼조 교수도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10년간 같은 연구실에서 일한 고바야시 마키 교수(52)는 “보통은 냉정한 선생님이지만 악수를 하는 순간 손에 땀이 배어 있었다”(普段は冷静な先生も、握手したときに手のひらが汗ばんでいた。)며 “긴장감과 고양감이 전해졌다”(緊張感と高揚感が伝わってきた。)고 말했다.

면역 학자인 혼조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는 면역 항암제 원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혼조 교수가 면역 항암제의 핵심 단백질 PD-1을 발견한 건 1992년이다. 이후 면역 억제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 2011년엔 이를 발표했다. 혼조 교수는 암 치료제 ‘옵디보’의 실용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토 출신인 혼조 교수는 교토대 의학부를 거쳐 미국 카네기 연구소, 국립위생연구소 등에 몸 담았다. 귀국 후 1984년부터 교토대 교수 →의학부장 →고등연구원 특별교수로 일했다.

혼조 교수는 기자 회견에서 과학과 의학을 하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귀중한 말을 전했다. 그는 “연구에 뜻을 둔 어린이들은 ‘이상하다’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研究を志す子供たちには「重要なのは不思議だなという心を持つこと)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26번째 노벨상 수상(외국 국적 포함)을 전하는 등 들뜬 분위기다. 제임스 앨리슨(70)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도 같은 상을 받았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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