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시아 객원기자) 2000년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대로에 대형 ‘유리 상자’(?)가 들어섰다. 이 건물은 다름아닌 히로시마니시(広島西) 소방서. 지하 1층, 지상 8층 건물의 외벽은 2400장의 유리로 덮혔다. 건물 안의 모습이 건물 밖에서 보이도록 투명하게 설계된 것이다.
8층 소방서 건물을 ‘유리상자’처럼 투명 설계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왜 이렇게 독특한 건물을 구상했을까? 대개 소방서 안에서는 소방관들이 뭘 하고 있는지 밖에서는 잘 모른다. 그렇기에 밝고 개방적인 소방서를 만들면 주변에 안심감을 주고 소방 계몽에도 도움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 ‘소방관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지역사회가 보고 감동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됐다.
이후 이 소방서는 탐방 명소로 알려지기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로부터 24년 후. 올해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이 건축가가 선정됐다.
그의 이름은 야마모토 리켄(山本理顯·78). 그는 3월 6일 NHK 인터뷰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마모토 리켄 올해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
야마모토 리켄이 건축가로서 일관되게 중시해온 가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티 연결’이다. “가족이 아니어도 서로 도울 수 있는 커뮤니티 만들기를 건축의 힘으로 뒷받침하고 싶었다”
미국 하얏트 재단이 1979년 제정한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재단 측은 “야마모토 리켄의 건축물들이 안쪽과 외부의 경계를 통해 사람들이 모여서 교류할 기회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마모토 리켄의 건축은 격자 구조로 건물 전체에 유리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개방적인 공간 만들기가 특징이다. 요코스카 미술관도 통유리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프라이버시보다 공동체와의 교류, 연결 중요시
야마모토의 이름은 한국에도 친숙하다. 경기 판교의 타운하우스인 월든힐스 2단지(2011년 입주)와 서울 세곡동 아파트 보금자리 3단지(2013년 입주)를 그가 설계했다.
당시 현관문을 유리로 만들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파격적으로 설계하면서 사생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미분양 사태를 빚기도 했다.
프라이버시보다는 공동체와의 교류와 연결을 더 중시한 야마모토 리켄. 그는 그런 면에서 건축가이면서 사회 철학자라 부를 만하다.
소규모 개인 주택을 비롯해 공영주택, 이어 사이타마 현립 대학 등 교육 시설 설계로 길을 넓혔던 그다.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요코스카 미술관, 도쿄 웰스 테크니컬 센터, THE CIRCLE 취리히 국제공항 등이 그의 주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