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이훈구 작가=재팬올 미국 대표>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새 차를 사기란 매우 힘들어졌다. 새 차 평균 이자율이 7.18%, 10%이상도 예사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새 차를 덜컥 구입했다가 경제적으로 낭패 당하기 일쑤다. 자동차 이자율이 뛰면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만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크레딧 스코어 550점의 소비자가 12%의 이자율로 5년간 3만달러를 융자한다면 월 페이먼트는 667달러, 융자 기간 감당해야 하는 이자만 1만달러를 훌쩍 넘긴다. 미국은 ‘크레딧’(credit)의 나라이기 때문에 돈만 있다고 뭐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크레딧 점수를 보고 난 후 결정이 난다. 하다 못해 집을 렌트 할 때도 그렇다. 최근에는 일부이지만 ‘2년치 세금 보고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아파트들도 있다.
또한 이곳 캘리포니아는 자동차 보험료가 미국 50개주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렇다고 중고차를 사자니 불법체류자들에게도 운전면허를 발급한 민주당의 관용으로 차가 없어 못 팔고 있다. 리스 차량이라고 사정이 좋을 수 없다 보니 이곳 로스앤젤레스 도로에는 바퀴만 달려도 달리는 낡고 수리 안된 위험천만의 차들이 상당수 주행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상당수 차량의 소유주가 불법체류자 이면서 ‘자동차 보험’이 안 되는 차량들이기 때문이다. 설령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메이저 보험사가 아닌 마이너 보험사라서 보상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경우가 생긴다. ‘자동차의 나라’이자 대중교통이 취약한 미국에서 자동차 대란이 일어났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현대 차와 기아 차가 요사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이래저래 교포사회가 출렁이고 있다.
▲싼 맛에 탄다지만…
사실 현대 자동차와 기아 자동차는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메이커다. 한국의 언론들은 극찬하기 바쁘지만 중고차 시장에 팔 때 혹은 자동차를 폐차할 때 받는 이른바 ‘밸류’에서 현대·기아 차는 현저하게 낮은 보상을 받는다. 교포들은 이따금 ‘정몽규 리스크’라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난맥상을 바라 보면서 생긴 신조어이기도 하다. 고국을 생각하고 차를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현대·기아 차가 인기가 있었던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가격할인에 프로모션도 자주 실시하여 속된 말로 ‘차를 뿌린다’ 말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속칭 ‘싼 맛에 탄다’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사실 디자인은 세계 어느 나라 차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현대·기아 차는 미국에서 전기 차 가격을 최대 7500달러를 깎아주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 차에 대해서만 주는 보조금과 같은 규모다. IRA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대·기아 차 구매자에게 회사 차원에서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보조금을 준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만큼의 영업 이익은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조금을 받는 다고 해도 현대·기아 차의 멋진 외관 달리 치명적 약점들이 너무 많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개선이 되지 않는 이상 일본 자동차의 아성을 따라 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품질이 떨어진다던 미국 자동차나 4년에 한번은 크게 고장이 난다는 유럽 자동차와 비교하더라도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실제로 이곳 로스앤젤레스 코리아 타운의 대형 몰의 주차장들을 가 보면 일본 자동차와 유럽자동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성공한 교포들이라면 ‘렉서스’를 타거나 ‘BMW’, ’벤츠’를 탄다. 로스앤젤레스의 비싼 렌트비에도 불구하고 차만큼은 좋은 걸 타고 다니고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비싼 골프채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바로 코리아타운이기에 그 틈바구니에서 현대·기아 차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마저 외면하고 닛산의 저가형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340만대 화재 위험 리콜
지난해 9월, 유력 일간지들은 앞 다투어 현대·기아 차가 화재 위험이 있어 리콜을 한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화재위험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현대·기아 차 측도 이 문제를 인정하고 즉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해당 차량을 되도록 실외에 주차하고 ▲건물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장소에 세울 것을 권고하기 까지 했다. 현대·기아 차는 “만약 운전 중 대시 보드에 경고 등이 뜨거나,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면 곧바로 가까운 딜러나 회사 고객서비스 라인에 연락할 것”을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이 위험을 안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품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처음에는 필자도 이러한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현대·기아 차의 변명 치고는 너무나도 궁색하기 때문이다. 리콜 규모가 커서 필요한 부품을 공급 받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대·기아 차에 따르면 브레이크 오일이 잠금 방지장치 전기회로판 위로 떨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리콜이 발생했을 당시 총 56건의 관련 화재 보고가 보고 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리콜된 차량으로는 2011~2015년형 엘란트라, 제네시스 쿠페, 쏘나타 하이브리드, 2013~2015년형 엘란트라 쿠페·싼타페, 2010~2013년형 투싼, 2010~2013년형 기아 포르테··스포티지, 2011~2015년형 옵티마, 2012~2017년형 리오, 2011~2014년형 쏘렌토 등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 단체들은 “리콜을 해결하는데 너무 오랜 “차량 리콜은 10주안에 수리가 이루어지는 게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그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의 최신 모델인 '디 올 뉴 싼타페'가 첫 번째 리콜에 직면했다. 이 리콜은 2023년 1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1만8,206대의 싼타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트레일러 주차 지원 메시지가 나타나면서 후방 카메라 이미지가 가려지는 문제가 발견돼 시야를 제한하고 충돌 위험을 증가시키며 연방 자동차 안전 표준 번호 111을 위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대 차는 해당 차량의 소유주에게 6월 1일까지 리콜 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며 소프트웨어 로직을 개선한 후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의 전기차는?
전기 차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대·기아 차가 충전장치 이상으로 약 14만7천100대를 리콜 한다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지난 21일 밝혔다. NHTSA는 아이오닉과 제네시스 모델 9만8천878대, 기아는 EV6 모델 4만8천232대를 리콜 할 예정이다. NHTSA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손상으로 12V 배터리 충전을 중단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구동 전력 손실이 발생해 충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NHTSA는 지난 14일에도 현대 차가 제네시스 차량 2만8천여대를 리콜 한다고 밝혔는데 해당 차량이 오일 누출 가능성으로 엔진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리콜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리콜’ 이후이다. 차량 리콜 이후에도 언제 수리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에서 현대·기아 차의 리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의 사례만 적었을 뿐 그 이전으로 가면 종류도 다양하다. 미국의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북미 지역에서 안전과 관련해 현대·기아 차의 리콜이 자주 발생한다"며 "현대·기아차 안전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레몬법도 무시
미국에는 ‘레몬법’(Lemon)이라는 것이 있다. 결함이 있는 새 차나 모터 홈을 임대하거나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률이다. 차가 보증서 또는 제조사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거나 타당한 횟수로 시도를 한 후에도 제조사의 공인 딜러가 차를 수리할 수 없는 경우 전액을 환불 받거나 유사한 다른 차량으로 교체할 수 있다. 따라서 각 주마다 레몬법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힌다. 현대·기아 차 측 변호사들의 태도다. 그들은 한결 같이 “고객님이 너무 예민하다.”라는 초기 반응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최근 필자의 지인 중에 ‘팰리세이드’(PALISADE)를 구매한 분이 계셨는데 차를 출고해서 가져오는 그 날부터 고장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측 반응이 너무 황당했다. 고객이 너무 예민하다는 반응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차를 출고하는 동안 공백이 생기면 ‘렌터카’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현대·기아 차는 해당사항이 없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떠안고 차를 샀는데 이후 리콜이 되어도 수리가 안되니 누가 사려고 들겠는가?
▲‘기아 보이즈(KIA boyz)’
마지막으로 현대·기아 차는 놀림감이 되고 있다. 자동차의 나라답게 차량 관련 절도가 성행하는 미국에서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승용차를 훔치는 범죄 놀이가 유행하는 가운데 현대·기아 차량을 노린 절도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범죄 행각은 최근 틱톡에서 유행하는 ‘기아 보이즈(KIA boyz)’ 해시태그 챌린지와 관련 있다. 다른 회사의 차량들에 비해 현대·기아 차를 터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미국 전역으로 모방 범죄가 잇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 기능이 없는 현대·기아 차량이 많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 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유독 현대·기아 차만 설치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현재 집단소송에 휘말려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미국판매법인은 당국과 협력해 차주들에게 핸들 잠금 장치를 지원하고, 도난을 방지하는 보안 키트를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했지만 그 어떤 소비자도 믿지 않는다. 화재 위험 차량으로 리콜 되었는데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현대·기아 차 측에서 ‘방치’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하소연하고 언론들은 연일 비판하고 있다. “현대·기아 차는 엔진 가동 여부와 관계 없이 화재 위험 때문에 리콜 차량을 건물 부근에 세워놓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다”고 보도한 포춘(FORTUNE)지의 기사가 뼈를 때리는 건 필자만이 아니다. 한때 현대자동차의 신화와 기아 자동차의 신화는 온데 간데 없고 국격 까지 떨어지고 있는데도 그들의 오만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