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엌' 츠키지 시장 83년 역사 마감
'일본의 부엌' 츠키지 시장 83년 역사 마감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8.10.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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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주오(中央)구에 있는 츠키지(築地) 어시장이 10월 6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일본의 부엌'으로 불리는 츠키지는 도쿄라는 큰 소비지(消費地)를 배후에 둔 수산물 전문 도매시장이다. 한국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들렀을 법하다. 츠키지 시장이 개업한 건 1935년 2월로, 83년의 역사를 가졌다.

원래 어시장은 니혼바시(日本橋) 지역에 있었는데 대지진 때문에 이곳으로 이전했다. 1923년 9월 1일, 우리가 익히 아는 규모 7.9의 관동대지진이 도쿄를 덮쳤다. 지진으로 니혼바시 어시장에서만 400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파괴된 시장은 1935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와 츠키지 어시장이 됐다.

츠키지 어시장이라고 하면, 특히 매년 연초에 열리는 ‘참치 첫 경매’로 유명하다. 억 단위 몸값의 참치 해체쇼가 볼 만했다. 그렇게 츠키지는 ‘오우가시’(魚河岸: 산지에서 보내온 어류를 경매하는 시장)로서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을 사로잡았다.

츠키지 시장은 해안을 따라 건물 전체가 곡선 형태,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다. 각지의 어항에서 철도로 운반되어 온 어패류는 부채꼴 모양의 건물에 부려졌다. 집하 → 중개 → 직매라는 유통 3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랐다.

일본의 음식 평론가들에 따르면, 츠키지 시장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사랑받게 된 건 1980년 초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1982년 이토이 시게사토(糸井重里)라는 카피라이터가 ‘맛있는 생활’(おいしい生活)이라는 카피를 고안하면서다. 당시 이 카피는 이듬해까지 세이부백화점의 선전 문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이시이’라는 단어는 소비자들에게 행복감을 주면서 음식붐에 일조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음식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이 TV에 잇달아 방송됐다. 그 대상이 바로 츠키지 시장이었다.

츠키지 시장에 관광객들을 불러모은 1등공신은 지하철이다. 2000년 도영지하철(都営地下鉄) 오에도선(大江戸線) 츠키지시장역이 들어섰다. 사람들의 발길이 더 늘어나면서 ‘빠르고, 싸고, 맛있다’(早い、安い、旨い)라는 3박자를 갖춘 식당들이 성업했다. 규동으로 친숙한 ‘요시노야’(吉野家) 1호점도 츠키지에 있다.

츠키지의 명물은 뭐니 뭐니해도 도매, 중매인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식 카트 ‘타레’(ターレー)다. ‘타레’를 타고 바쁘게 시장을 돌아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활기를 느끼곤 했다.

츠키지 어시장은 고토구 도요스로 이전해 새로 영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도쿄도가 2008년 이전 계획을 세운지 10년 만에 장소를 옮기는 것. 건물과 시설들이 낡고 노후화 됐다는 게 이전 이유다. 83년 역사의 츠키지 어시장은 이렇게 추억으로 남았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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