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모제 시장 독점했던 제약사의 감원사태
발모제 시장 독점했던 제약사의 감원사태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8.10.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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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일본이나 제약사의 효자 상품은 스테디셀러다. 기복없이 꾸준하게 잘 팔리는 히트 상품 하나만 있어도 매출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하지만 영원이란 없는 법. 히트 상품의 약발이 떨어지는 날, 회사는 쪼그라드는 매출을 걱정해야 하고 급기야 직원들을 내보내는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일본 제약사 다이쇼 제약(大正製薬) 홀딩스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쿄에 본사를 둔 다이쇼제약이 창업한 건 1912년이다. 106년 역사를 가진 다이쇼는 지금까지 구조조정(감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난 5월, 우에하라 아키라(上原明) 사장은 “급속한 환경 변화에 대응한다”면서 조기 우대 퇴직을 발표했다.

대상은 근속 10년 이상, 40세 이상 직원이었다. 전체 직원(6300명)으로 따지면 절반에 해당하는 약 3000명이다. 다이쇼제약은 7월 조기 우대 퇴직자 모집을 시작해 8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신청자는 전체직원 15%에 해당하는 948명이었다.

다이쇼제약이 창사 이래 첫 감원을 하게 된 배경은 뭘까. 여러 요인 중 히트 상품의 특허 만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이쇼제약의 주력상품은 ‘리업’(RiUP)이다. 리업은 일본 최초로 장년성 탈모증과 관련, 발모 효과를 인증 받은 발모제다. 하지만 다른 5개 제약사들이 후발제품을 내놓거나, 준비 중이어서 리업의 아성이 위협받게 됐다.

리업은 그동안 일본 발모제 시장을 20년 동안 군림해 왔다. 하지만 최근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너릭(복제약) 제품들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이와 관련, 경제매체 ‘주간 다이아몬드’는 “남성용 샴푸회사 ‘앙파’(アンファー:ANGFA)의 후발제품 참여로 발모제 시장을 독점해온 ‘리업’의 아성이 8월 드디어 무너졌다”고 보도했다.(9월 25일자)

주간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1년 동안 일본 제약사 직원들의 조기퇴직이 줄을 이었다. 이 매체는 “지난해 말 미국 머크 일본법인 MSD의 400명을 포함하면, 1년 간 2500명 정도가 직장을 떠나는 이상사태를 가져왔다”(昨年末にあった米メルク日本法人「MSD」の約400人を合わせれば、約1年間で計2500人余りが職場を去る異常事態だ)고 보도했다.

 

'특허절벽'은 곧 조기퇴직으로 이어져

이런 조기퇴직의 배경에 대해 경영 컨설턴트 사토 마사시(佐藤昌司)씨는 “‘특허 절벽’(특허가 만료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 걸린 제약사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약사는 취급하는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신약은 20년은 특허를 보호받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독점적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특허가 만료되면 후발제품의 등장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진다. 사토 마사시씨는 제약사 에자이와 에스테라스를 예로 들었다.

제약사 에자이(エーザイ)는 주력상품인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アリセプト)와 항궤양 치료제 ‘파리에트’(パリエット)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의약품업계 2위인 아스테라스도 2017년 1월 강압제(降圧剤) ‘미카르디스’의 특허 만료로 같은 해 6월 후발 제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격감했다고 한다. 특허 만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없을까. 사토 마사시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약사가 특허 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약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신약이 기초 연구 및 임상 시험 등을 거쳐 발매되기까지 는 보통 10~20년이 걸린다. 그 비용은 수백억 엔에 달한다. 또한 신약 개발 성공률은 3만분의 1이라고 알려져 있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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