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위 달리다 사라진 제지회사③
한때 1위 달리다 사라진 제지회사③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10.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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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다시 사이토 료에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생들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1986년, 료에이는 명예회장 직함을 가진 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3년 뒤인 1989년 료에이의 장남이 다이쇼와제지의 6대 사장에 올랐다. 아들의 위세를 등에 업고 료에이는 다시 한번 ‘료에이 왕국’을 꿈꿨다. 당시 그는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199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반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을 당시 최고가인 8250만 달러(125억엔)에 낙찰 받은 것. 이것도 모잘라 이틀 후에는 소더비 경매에서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래트’를 7810만 달러 (약 118억엔)에서 매수했다.

그런데 그의 유명세는 순식간에 악명으로 바뀌었다. “내가 죽으면 2장의 명화를 관에 함께 넣어달라”고 말한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전 세계 아트 컬렉터들을 하루 아침에 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가족들은 “그림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해명 했지만, 료에이의 그 발언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료에이에게 서서히 마지막 그림자가 드리웠다. 1993년 1억엔 뇌물 공여 혐의로 체포돼 명예회장직까지 사임했다. 1995년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고, 이듬해인 1996년 3월 뇌졸중으로 사망(79세)했다.

사망 1년 뒤인 1997년 여름, 료에이가 애장하던 고흐와 르누아르의 그림은 해외에 매각됐다고 한다. 이후 다이쇼와제지도 해체의 길을 걸었다. 2001년 3월, 현재의 닛폰제지(日本製紙)에 흡수합병되는 운명을 맞았다.

경제매체 ‘비즈저널’은 10월 4일 또 다른 기사에서 “주요 제지기업들이 실적 호조를 보이는 반면, 닛폰제지는 혼자 고전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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