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유니참 창업주의 성공 키워드③
CEO 열전/ 유니참 창업주의 성공 키워드③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10.22 15:3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편에서 계속>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메모광이었다. 2001년 사장직을 장남에게 물려주기까지 700여 권에 달하는 노트를 작성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 노트’를 꼼꼼하게 기록, 경영에 반영했다. 그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을 때, 무엇인가를 절실히 알고 싶을 때, 또 내 생각을 충분히 다듬고 싶을 때, 망설이지 않고 ‘현장 노트’를 펼친다”고 했다.

그의 그런 생각은 ‘이론은 언제나 죽어있다’(理屈はいつも死んでいる)라는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는 그의 일본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이론이나 논리보다 현장과 체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론이나 논리보다 현장에 답이있다.

실제로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1963년 시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 직접 현장을 뛰었다. 시사매체 슈칸겐다이는 “그를 포함한 7명의 직원이 시제품을 가지고 직접 영업에 나섰다”며 “전화번호부에서 주변의 소매점, 도매상을 확인하고 영업하러 다녔다. ‘그렇게 좋은 제품입니까?’라고 누가 물으면 다카하라는 ‘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고 전했다. 여성용 생리대를 직접 체험하기까지 한 것이다. 용품을 만드는 기술자도 마찬가지였다.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착용감이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 회사의 한 사원은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해수욕장에 가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오해받기 쉬운 행동이지만, 그렇게 해서 여러 체형의 여성들을 관찰하고, 또 그녀들의 움직임을 살펴 상품 개발이나 기술 개선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여성 생리용품 관련 기술자라고 해서 알몸에 가까운 여성의 움직임을 관찰 할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해수욕장은 여성의 몸을 살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러한 점에서 바다는 곧 현장이기도 하다> (‘현장이 답이다’ 37쪽 인용)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현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곳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마음속에 힌트가 싹트기 시작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는 신(神)이 머물고 있다”고 했다.

유니참의 '현장'은 경쟁 회사와는 달랐다. 경쟁 회사가 전국 3만 개에 이르는 약국의 도매 루트를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유니참과 같은 신생업체는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웠다고 한다.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기존의 현장(약국)을 포기하고, 다른 현장을 찾았다. 잡화점, 화장품 가게, 양판점, 슈퍼마켓을 뚫었다.

그는 “때마침 슈퍼마켓이 유통 패턴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우리는 드디어 순풍을 맞이하게 됐다”며 “우리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회고했다.

다카하라 게이치로의 경영은 3단계로 정리된다. 처음에는 여성들(생리용품)의 편함을 위해 노력했고, 다음엔 아이들(일회용 기저귀)의 쾌적함을 위해 애썼으며, 그 이후엔 환자나 노인들(성인용 기저귀와 재활팬티)의 보건을 위해 힘썼다.

유니참 창업주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이처럼 ‘현장’에 살다가 조용히 세상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에디터 이재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읊조림 2018-10-18 17:23:31
잘 읽었습니다. 성공한 일본인 창업 스토리 계속 연재 해주세요.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