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1도’ 관심 없는 일본 젊은이들
자동차에 ‘1도’ 관심 없는 일본 젊은이들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8.11.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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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가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면 자동차를 자유롭게 골라 탈 수 있는 정액제를 실시한다고 1일 발표했다. 서비스의 이름은 ‘긴토(KINTO)’. 예를 들면, ‘오늘은 렉서스, 내일은 SUV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런 서비스를 일부 시행하고는 있지만, 일본 기업이 도입하기는 도요타가 처음이다. 도요타는 정액제와 더불어 ‘카쉐어링’(차량 공유)도 함께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30분에 OO엔으로 예약’한다는 식이다. 도요타는 전국 판매점에 전시된 약 4만대의 시승용 차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소유’에서 ‘공유’로 전략 변화를 꾀한 도요타의 발표는 축소되는 자동차 판매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990년 777만대였던 일본 자동차시장의 신차 판매 수는 2017년 523만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젊은 층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자동차공업회 조사에 의하면 ‘자동차 구입 의사가 있다’고 밝힌 독신 젊은이들은 12%에 불과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월 2일 “젊은 층의 차에 대한 관심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구루마 바나레’(クルマ離れ)를 지적했다. 이는 젊은이들의 ‘자동차 이탈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00년대 전후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통해 일본 젊은이들의 생각을 들여다 봤다.

일본 50~60대들에게 자동차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애지중지한다는 뜻에서 애마(愛馬)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2008년의 리먼 쇼크(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의 영향으로 소비자 마인드에 급격한 위축이 생겼다는 분석이 많다. 거기다 휘발유 가격 급등과 소비세 증가가 더해졌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본 젊은 층에게 자동차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일본자동차공업회가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10~20대 젊은이 중 50% 이상이 “차를 사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자동차 구입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돈이다. ‘돈을 쓰는게 아깝다’(お金を使うのがもったいない), ‘취미도 없고, 없어도 곤란하지 않은 자동차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趣味でもないし、なくても困らないクルマにお金を使うのがもったいない)는 의견이 많다. ‘면허취득에 30만 엔 등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고, 쓸데없는 세금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제 그들에게 자동차는 ‘사치품’으로 여겨진다. ‘사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살 수 없는 사람도 많다’(買いたくないじゃなくて買えないって人も多い)는 것이다.

젊은 층의 취미가 다변화 한 것도 한 원인이다. 옛날과 달리 취미의 폭이 다양해졌는데, 그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다. ‘자동차에서 스마트 폰으로(クルマからスマホへ)으로, 도구가 세대교체(ツールにおける、世代交代)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새로운 ‘욕망 충족 도구’(欲求充足ツール)로 자리를 잡으면서 자동차가 그 자리를 회복하기는 어렵게 됐다.

‘대출을 끼고 자동차를 사고, 아웃 도어를 즐기자’(ローンを組んで自動車を買い、アウトドアを楽しもう)라는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집에서 적당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家の中でそこそこの満足感が得られるし) 안전하고, 안심하고, 또 금전적 위험이 낮은 도구(安全で安心で金銭的リスクも低いツール)인 스마트폰이 있다’는 것이다.

가치관도 변했다. 자동차의 편리성은 인정하지만, 굳이 차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렌터카 나 카쉐어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마스’(MaaS)다. 마스는 Mobility as a Service의 약자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돈을 주고 이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그러니 ‘데이트 드라이브도 렌터카로 충분하다’고 한다. 요컨대, 자동차가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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