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의 재팬토크/통신업계의 동상이몽
정희선의 재팬토크/통신업계의 동상이몽
  • 정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18.11.0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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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통신업계는 마치 ‘불난 집’ 같다. 통신요금 인하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계속 입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일이 벌어진 건 지난 8월 21일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삿포로의 한 강연에서 “휴대전화 요금을 지금보다 40%정도 내릴 여지가 있다”(携帯料金は今より4割程度下げる余地がある)고 발언하면서다.

이후 스가 장관은 발언의 수위를 더 높였다. 거대 통신3사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를 겨냥해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거액의 이익을 올려서는 안된다”(公共の電波を使って巨額の利益をあげるべきではない)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이런 발언은 통신업계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가 장관의 발언 진의가 다른 데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IT저널리스트 이시카와 쓰쓰무(石川温)씨는 “자민당은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있다”며 “‘자민당 정권이라면 휴대 요금을 줄일 수 있다’라고 국민에게 어필하는 건 아닐까”라고 했다.(10월 25일 비즈니스저널)

스가 장관의 압박이 현실로 나타난 건 10월 31일이다. NTT 도코모의 요시자와 가즈히로(吉澤和弘) 사장은 이날 결산 회견에서 “이용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보다 1인당 통신 요금을) 20~40% 정도 낮출 생각”이라고 발표했다. “스가 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번은 도코모가 자발적으로 했다”(今回は ドコモが 自主的に やった)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도코모는 내년 4월 이후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요금 검토를 통해 이용자에게 환원될 금액은 최대 연간 4000억 엔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요금 인하 폭을 단순하게 계산해 볼 수는 있다.

총무성이 지난 9월에 발표한 통계(올해 6월말 기준)에 따르면, 도코모의 휴대전화 이용자 수는 약 6600만 명이다. 연간 환원액 4000억 엔을 660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환원 금액은 약 6000 엔이 된다. 이를 다시 월로 나누면, 1개월에 약 500엔 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도코모 휴대회선의 ‘월단가’는 4300~4400엔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1인당 환원액 500엔을 빼면 월단가는 3800엔~3900엔이 된다. 결과적으로 대략 10% 정도의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코모의 요시자와 사장의 발언 하루 뒤인 11월 1일, 빅뉴스가 이어졌다. KDDI가 라쿠텐(樂天)과의 제휴를 발표한 것. 일본 게이자이신문은 다음 날인 2일 이를 톱기사로 다뤘다. 대개 제휴는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이뤄진다. 이번 두 회사의 제휴 역시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통신판매 사이트 ‘라쿠텐시장’(樂天市場)이 운영하는 라쿠텐은 약 9870만 명의 회원과 전국에 120만 결제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라쿠텐은 2019년 가을 휴대전화 사업에 ‘정식’으로 진출한다.

라쿠텐은 사실, 2014년부터 이미 휴대폰 사업을 하고 있다. 통신망을 빌려서 하는 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우리나라의 알뜰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코모의 회선을 빌려 쓰고 있다.) 라쿠텐은 작년 말 “6000억 엔을 들여서 자체적으로 통신망을 구축한다”고 발표했었다. 이번 제휴로 자체 통신망이 구축될 때까지 KDDI의 au와 전파망을 공유한다는 전략이다(au는 KDDI의 통신브랜드다). 휴대전화 사업 진출 5년 만에 ‘급’을 높이는 것이다.

KDDI 역시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KDDI는 2019년 4월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인 ‘au페이’를 실시한다. 이번 제휴로 라쿠텐의 120만 가맹점을 통해 ‘au페이’서비스를 조기에 보급할 계획이다. 그러니, 두 회사의 이해 관계가 딱 들어맞은 것이다.

통신4사의 덩치를 한 번 살펴보자. 니혼게이자이의 자료에 따르면, 고객 계약 건수에서 1위는 NTT 도코모(7673만 건)다. 이어 KDDI(5289만 건), 소프트뱅크(3991만 건), 라쿠텐(150만 건)순이다. 매출면에서는 1,2위의 순서가 뒤바뀐다. 5조419억 엔인 KDDI가 1위다. NTT 도모코는 4조7694억 엔, 소프트뱅크는 3조2298억 엔, 라쿠텐은 9444억 엔이다.

아무튼, 휴대전화 요금 인하와 업체간 제휴로 일본 휴대전화 시장의 서비스 경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ᐅ정희선 객원기자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상장 벤처회사 유자베이스(Uzabase) 애널리스트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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