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화/ 이토추와 데상트의 ‘결별 사연'①
기업 비화/ 이토추와 데상트의 ‘결별 사연'①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8.11.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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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있다. 한 쪽은 티라노사우르스 공룡 같은 헤비급, 다른 한 쪽은 날렵한 기린 정도의 경량급. 체급이 다른 두 회사는 20여 년 동안 한 울타리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밀월’이 ‘균열’로 치닫고 있다.

헤비급은 종합상사의 대표주자 격인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 경량급은 스포츠 용품 회사 데상트(Descente)다. 둘 사이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이유는 주식 때문이다. 이토추는 데상트의 최대주주로, 주식 29.84%를 보유하고 있다. 이토추가 데상트의 주식을 추가 매입하면서 데상트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적대적 매수(자회사화)설까지 나오고 있다.

경량급 데상트(descente)는 이시모토 타케오(石本他家男:1909~1988)라는 사람이 1935년 창업한 회사다. 츠루야(ツルヤ), 이시모토상점(石本商店)이라는 이름을 거쳐 1961년 현재의 사명인 데상트로 바꿨다. 남성 전문 소매점에서 출발, 스키웨어를 개발하면서 본격적인 스포츠 용품 업체로 성장했다. 데상트는 프랑스어로 스키 기술인 ‘활강’을 의미한다.

헤비급 이토추는 재벌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미즈호그룹의 핵심인 이토추는 이토추베에(伊藤忠兵衛:1842~1903)라는 실업가에서 출발했다. 또 다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丸紅)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토추와 마루베니는 원래 한 몸이었지만 전후(戰後) 재벌 해체 조치에 따라 분리됐다. 1949년경 현재의 ㈜이토추상사가 모양을 갖추었다.

데상트와 이토추의 협력 관계는 오래됐다.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 회사는 미국 골프웨어 브랜드 ‘먼싱웨어’(Munsingwear)와 제휴하면서 손을 잡았다. 그런데 1980년대에 데상트에 위기가 찾아왔다. 의류 제고가 쌓이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것. 이때 이토추는 임원을 파견해 데상트를 지원했다. 요미우리신문(11월 6일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과잉 재고로 인해 데상트가 1984년 막대한 적자를 겪었을 때, 이토추는 주식을 매입하고 경영진을 파견해 지원했다. 데상트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아디다스(Adidas AG)와의 라이센스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인 1998년에도 이토추가 지원했다.>

사실상 이토추가 데상트의 구세주였던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영진 파견’이다. 데상트의 초대 사장 이시모토 타케오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건 그의 아들 이시모토 요시카즈(石本恵一:1935~2012)다. 그런데 요시카즈가 1994년 회장으로 물러나면서 후임 3대 사장은 이토추 출신 경영인이 맡았다. 4,5대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이토추가 데상트에 대한 경영지원을 하면서 자사 출신 사장들을 내려 보냈던 것이다.

그런 경영 라인에 변화가 생긴 건 2013년이다. 이토추 출신의 5대 사장 나카니시 츠로우(中西悦朗)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창업주의 손자인 이시모토 마사토시(石本雅敏) 상무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2편에 계속)

<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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