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의 재팬토크/ 초고령화 틈새 시장
정희선의 재팬토크/ 초고령화 틈새 시장
  • 정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18.11.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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御用聞き(고요우키키, ごようきき).

우리말로 풀이하면 ‘심부름센터’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초고령화 일본 사회에서 틈새 시장을 노린 새로운 비즈니스의 일종이다. 일본에서 고요우키키가 생긴 건 오래됐지만, 최근에 TV에서 이런 사례를 보곤 ‘짠’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별 일 아닐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짐 옮기기, 병 뚜껑 따기, 전지와 전구 교환하기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노인들은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런 ‘작은 곤란’을 도와주는 비즈니스가 ‘고요우키키’다. 창업자이자 사장이 비즈니스를 시작한 사연도 재밌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늘 문을 열어두고 있다. “할머니, 왜 문을 열어 두고 사세요?”. “응, 인터폰이 고장났어. 친구들이 놀러오는데 친구들을 못 만날까봐 그래.”

인터폰은 고장난게 아니었다. 단지 전지가 떨어졌을뿐. 전지를 교환해주자 할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어. 너무 고마워.”

말동무가 늘 필요한 할머니에겐 인터폰 고장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TV 화면속 장면에 잠시 뭉클함을 느끼며 “아, 내겐 별것 아닌 이런 일이 노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사례.

ᐅ혼자 사는 할머니가 전등을 LED로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직원이 함께 전자제품 매장에 가서 LED 등을 사고, 교환하고, 사용법까지 알려주는 것으로 용무가 끝이 났다. ᐅ또 다른 노부부도 2층에 있는 옷장, 서랍장 등을 내다 버리고 싶은데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계속 방치하고 있다가, 업체에 의뢰했다. ᐅ어떤 70대 여성은 블로그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몰라 도움을 요청했다.

고요우키키의 요금은 5분에 100엔(약 1,000원). 무거운 가구를 옮기거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은 300엔을 받기도하고, 특별요금을 적용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의뢰가 들어오는 일은 가구 등 무거운 물건 옮기기다. 욕실과 주방 청소, 전자제품 사용 방법을 요청하는 의뢰도 많다고 한다.

고요우키키는 노인들에게 전기, 가스, 수도, 통신에 이은 ‘제5의 인프라’로 여겨진다. 가려운 부분을 콕~ 찍어 긁어주기 때문일까,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도 잘 된다고 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는 한국에도 곧 고요우키키가 성행하지 않을까.

정희선 객원기자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상장 벤처회사 유자베이스(Uzabase) 애널리스트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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