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카레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카레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8.11.19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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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상호(商號) 또는 옥호(屋號)다. ‘이름(브랜드)을 얼마나 잘 붙이느냐’(네이밍:Naming)에 따라 사업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은 “대체로 상호에는 설립자의 혼이 담겨 있다”며 “소비자들은 그 상호를 보고 설립자의 신념을 유추하거나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을 읽어내기도 한다. 상호는 사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네이밍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창업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상호(또는 옥호)에 어떤 생각과 의미를 담았을까. 또 거기엔 어떤 에피소드가 숨어 있을까. 재팬올이 ‘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를 연재한다. 첫 회로 ‘일본의 국민음식’ 카레(curry)를 선택했다.

█ 태양(Sun)과 새(Bird) 메시지를 담았던 S&B 카레

1923년 야마자키 미네지로(山崎峯次郎:1903~1974)라는 사람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카레 가루 제조에 성공했다. 야마자키가 당시 세운 회사는 히가시야(日賀志屋)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하루 하루를 축하하고, 뜻을 세우고, 장사에 힘쓴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야마자키는 1930년 회사의 상표에 태양(Sun)과 새(Bird)의 앞 글자를 따, S&B라는 문구를 넣었다. ‘해가 뜨는 기운과 새의 날개짓 처럼 회사의 제품이 전국으로 잘 팔려나가라’는 소망이라고 한다

회사 이름을 지금의 ‘S&B식품’으로 바꾼 건 1949년이다. 야마자키는 향료 사용 노하우를 발전시켜 1966년 ‘골든 카레’를 탄생시켰다. S&B식품은 2003년에는 Spice(향신료)와 Herb(허브)의 앞글자인 S&B로, 상표의 메시지를 바꿨다. 차별성 있는 맛을 추구한 것이다.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에서 흔히 사오는 S&B 골든카레는 이런 네이밍 역사를 갖고 있다.

█ ‘우리 카레가 제일 맛있다’는 코코이치방야

일본 최대의 카레 체인점은 ‘카레하우스 코코이치방야’(カレーハウス CoCo壱番屋)다. 일본 전역에 1400여 가게를 운영 중이다. 코코이치방야(CoCo壱番屋)라는 이름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창업자 무네츠구 도쿠지(宗次德二‧69)는 1974년 아내와 함께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박카스’(バッカス)라는 찻집을 열었다고 한다. 여기서 내놓았던 카레라이스가 좋은 반응을 얻자, 4년 뒤인 1978년 현재의 ‘코코이치방야’를 창업했다.

ᐅCoCo는 ‘여기’를 뜻하는 일본어 코코(ココ)에서 따왔다. ᐅ이치방(壱番=一番)은 제일, 최고라는 뜻이고 ᐅ옥(屋)은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집을 말한다. 상호를 풀이하자면, 코코이치방야는 ‘여기가 제일이야’(ココが一番や)라는 지역 사투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창업주 무네츠구 도쿠지는 네이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카레 가게를 낼 시점에, 도쿄에 있는 카레체인과 고급음식점 등에서 여러 가지 카레를 시식해 보았다. ‘그래도, 역시 우리 집에서 만든 카레가 제일 맛있었다’(やっぱりうちのカレーが一番おいしい)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이치현에 1호점이 들어섰고, 올해로 창업 40년을 맞았다. 코코이치방야는 카레업종으로는 유일하게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2005년)돼 있다. 코코이치방야는 현재 ‘하우스식품그룹’ 산하에 있다. 창업주 무네츠구 도쿠지는 오래전 보유 주식을 팔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 프로야구 마쓰이 히데키의 등번호를 상호로

일본 카레업계의 1위가 코코(ココ)라는 상호를 쓴다면, 2위는 그보다 발음이 연한 고고(ゴーゴ)라는 단어를 쓴다. 바로 고고카레(ゴーゴーカレー)다. 호쿠리쿠와 간토 지방을 중심으로 영업 중이다. 창업자이자 사장인 미야모리 히로카즈(宮森宏和‧45)가 회사를 세운 건 2004년이다.

원래 여행사 샐러리맨으로 일했던 미야모리 사장은 같은 고향인 프로야구 선수 마쓰이 히데키(松井秀喜)의 광팬이었다. 마쓰이가 2003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자 감동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야모리 사장은 마쓰이의 등번호(55)에 상당한 집착을 가졌다고 한다.

55를 흉내내서 가게 이름에 고고(五五)를 붙였다. 개업 날도 특별했다. 2004년 5월 5일로 택했다. 그렇게 2004년 5월 5일, 도쿄 신주쿠에 고고카레(ゴーゴーカレー)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뿐 아니다. 사업 첫 자본금이 ‘5500 만엔’이었고,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때마다 선착순 555명에게 55엔 짜리 카레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실시했다. 이런 전략은 홍보와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고고카레의 간판에는 고릴라가 등장한다. 마쓰이 선수의 현역 시절 별명이 ‘고질라’(일본식 표기의 고릴라)였는데, 이것마저 빌려온 것이다. 미야모리 사장은 1호점 오픈 3년 후인 2007년 발빠르게 뉴욕에도 가게를 열었다. 그만큼 마쓰이 선수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는 것이다.

█ 붉은 큰 점 주위에 흰 원을 그린 히노야카레

도쿄의 간다(神田)라는 지역은 ‘카레의 격전구’(カレー激戦区)라고도 불린다. 400여개 이상의 카레 전문점들이 서로 경쟁하며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2011년부터 매년 가을, 최고의 카레를 가리는 대회가 열린다. ‘칸다카레그랑프리’(神田カレーグランプリ)다.

때를 맞춰 2011년 그해 도쿄 유시마에 노아랜드(ノアランド)라는 회사가 카레와 라면을 주력으로 하는 ‘히노야본점’(日乃屋本店)을 창업했다. 히노야에서는 카레가 압도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노아랜드는 2012년 ‘카레의 격전구’ 칸다에 히노야카레(日乃屋カレー)를 오픈했다. 히노야가 유명세를 탄 건, 칸다 카레그랑프리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면서다. 2012년 2회 대회에서 2위, 이듬해인 2013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카레 명예의 전당’에까지 입성했다.

히노야(日乃屋)의 마크는 붉은 큰 점 주위를 흰 원이 감싸는 모양을 하고 있다. 한자 일(日)을 형상화 한 것. 히노야는 ‘일관되게 일본의 카레’(貫して日本のカレー)를 추구하면서, 옛날에 집에서 먹던 익숙한 맛을 내세운다.

█ 창업 초기 커피와 카레를 내놓았던 카레숍 C&C

카레숍 C&C(カレーショップC&C)라는 브랜드도 오래됐다. 레스토랑 게이오(レストラン京王)가 운영하는 이 카레전문점은 1968년, 신주쿠에 1호점을 오픈했다. 주로 게이오 전철 역을 중심으로 매장이 들어서 있다.

상호의 C&C는 개업 당시에 썼던 Coffee & Curry의 약자다. 커피와 카레를 함께 시작했지만, 지금은 커피만 취급하면서 C&C를 계속 쓰고 있다.

<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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