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쿠카와 이에야스에 맞선 조선 여인
책/ 도쿠카와 이에야스에 맞선 조선 여인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11.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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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를 통일하고 에도 막부를 열었던 도쿠카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2년~1616). 천하를 손에 거머쥐었던 그였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한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여인은 임진왜란 때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에 의해 창원 웅천왜성에서 일본으로 잡혀 갔던 조선 처녀였다. 여인은 고니시 부인의 시녀로 지내다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베드로 모레홍(Petro Morejon)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고 ‘오타 줄리아’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가 된 여인의 삶은 그 이후 혹독했다고 한다. 배교를 거부하고 40여년 동안 유배를 지내다 생을 마감했다.

이 드라마틱한 여인의 삶을 다룬 책 ‘오타 줄리아’(안병호, 장상인 공저, 이른아침 출판)가 최근 나왔다. 안병호 작가는 천주교의 고증 자료를 바탕으로 줄리아의 삶을 추적했고, 장상인 작가는 직접 줄리아의 유배지 현장을 찾아가 글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저자 안병호씨는 이렇게 쓰고 있다.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줄리아를 매우 사랑해서 그녀와 결혼할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에야스는 줄리아를 자신의 측실로 취하기 위해 갖은 협박과 유혹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배를 떠나는 과정에서도 이런 유혹과 협박은 계속되었다. 그런 유혹이 좌절될 때마다 줄리아를 더 먼 섬으로 옮기도록 했다. 줄리아가 오시마(大島)와 니지마(新島)를 거쳐 최종적으로 고즈시마(神津島)에 이른 것은 이 때문이다. 줄리아는 이에야스의 협박과 유혹에 굴하지 않고 ‘동정 서원’(하느님을 위하여 성모 마리아처럼 동정을 지키기로 한 약속)으로 맞섰다.>(‘오타 줄리아’ 20쪽 인용)

공동 저자 장상인(JSI파트너스 대표,부동산신문 발행인)씨에 따르면, 줄리아의 유배지 고즈시마는 도쿄에서 연락선으로 13시간이나 걸리는 곳이라고 한다. 장상인씨는 언론인 지인 이토 슌이치씨로부터 오타 줄리아에 대한 자료를 전해 받고, 직접 현지를 탐방했다.

고즈시마에서는 매년 5월 17일 ‘오타 줄리아 제(祭)’가 열린다고 한다. 장상인씨는 2008년 ‘39회 제(祭)’에 참석했던 경험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미사는 오타 줄리아 현청비 앞 작은 광장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도쿄에서 온 80여 명의 신도들이었다. 오타 줄리아가 이토록 일본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일본인들은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잡혀 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심을 잃지 않고 어려운 삶을 살았던 사실 자체가 존경을 받게 된 이유라고 했다.> (같은 책 154~155쪽 인용)

장상인 저자는 고즈시마의 한 민박집에 묵으면서 오타 줄리아의 묘지를 찾아 회환에 잠기기도 했다. 줄리아의 삶은 아쿠다카와 수상 작가인 모리 레이코(森禮子:1928~2014)의 소설 ‘삼채의 여자’(三彩の女, 1983)에서도 잘 묘사돼 있다.

공동 저자 안병호, 장상인씨의 책은 오타 줄리아 개인의 삶을 넘어 천주교의 일본 전파 역사까지 다루고 있다. 한 권의 인문학 서적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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