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화/ 도요타와 등소평의 저주
기업 비화/ 도요타와 등소평의 저주
  • 김재현 기자
  • 승인 2018.11.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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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카메라 메이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전 사장은 “도요타의 움직임을 보면 제조업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하세가와 요조 저 ‘렉서스, 도요타의 도전’ 인용, 2005년) 13년이 지난 2018년 현재, 하세가와 요조(니혼게이자이신문 전 편집국장)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도요타는 최근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사업을 위해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았다. 이어 ‘정액제’를 통한 쉐어링 서비스도 발표했다. ‘차량 소유’에서 ‘차량 공유’로 빠른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제조업의 리더를 표방한 도요타이지만, 그들에게도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 시장이다.

현재, 도요타의 중국 판매 대수(2017년)는 라이벌인 닛산과 혼다보다 뒤진다. 닛산 152 만대, 혼다 144 만대, 도요타 129 만대 순이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넘버원이 중국 시장에서 이렇게 고전을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본 시사매체 ‘주간다이아몬드’는 올해 8월 24일 “도요타자동차가 중국과 역사적인 ‘화해’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トヨタ自動車が中国との歴史的な〝和解〟に向けて動き始めている。)고 보도했다. ‘화해’라는 표현은 거꾸로 말하면 ‘앙금’이 있었다는 게 된다.

다른 매체 보도를 좀 살펴보자. 경제매체 비즈니스저널은 2012년 10월 3일 “도요타에게 중국은 껄끄러운 존재”(トヨタにとって中国は鬼門だ)라며 “업계에서는 ‘등소평의 저주’라는 설도 흘러 나온다”(業界では“鄧小平の呪い”と囁かれている)고 했다. 이번엔 ‘저주’라는 심각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도 이런 보도가 이어졌다. 아사히신문 자매지 아에라닷컴은 11월 15일 “도요타는 중국에 트라우마가 있다”(トヨタは中国にもトラウマがある)고 했다. 주간다이아몬드, 비즈니스저널, 아에라닷컴 세 매체만 보더라도, 분명히 도요타와 중국 사이에는 과거 좋지 않은 무슨 일이 있었다. 아에라닷컴은 이렇게 보도했다.

<(도요타는)1980년대 중국진출 요청을 거절했기 때문에 등소평이 분노했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중국 정부는 그 이후 외자에서 중국 진출을 달성한 폭스바겐을 우대했고, 도요타를 냉대했던 면이 있다.>

(원문: 80年代、中国進出の誘いを断ったためにトウ小平氏が激怒。メンツを重んじる中国政府は以来、外資では中国進出を果たしたVWを最も優遇し、トヨタを冷遇した面がある。

도요타와 중국 정부(등소평)의 껄끄러운 관계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최고 지도자 등소평은 그해를 ‘개혁 개방’의 원년으로 내걸었다. 또한 그해는 일본과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한 해이기도 하다.

그해 10월, 등소평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비준서 교환을 위해 중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신일본제철, 도카이도 신칸센, 도요타자동차, 마쓰시타 전기(현 파나소닉) 등의 첨단기술 공장을 활발하게 시찰했다. 일본 제조업을 배워 중국 제조업의 첫걸음을 내딛으려는 노력이었다.

등소평은 당시 일본기업들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응이 엇갈렸다. 신일본제철은 상해 보산제철소(宝山製鐵所)의 건설 지원을 결정했고, 마쓰시다 전기는 베이징에서 컬러TV 합작 공장을 만들었다. 문제는 도요타였다. 중국 진출 요청을 거절했던 것.

귀국한 등소평은 “향후 30년간 중국 대륙에서 단 1대의 도요타 자동차도 만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비즈니스저널 2012년 10월 3일)

도요타에게도 나름 거절의 이유가 있었다. 도요타로서는 당시 중국은 ‘그저그런’ 시장이었다. 대신 북미 시장은 놓칠 수 없는 거대한 도약의 땅이었다. 주간다이아몬드는 도요타의 입장을 이렇게 보도했다.

<외자의 힘으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려던 중국 정부는 도요타에 강하게 현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승낙하지 않았다. 당시 미일 무역 마찰의 한가운데 있던 도요타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현지화를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도요타가 머뭇거리는 사이, 유럽 라이벌 폭스바겐(VW)은 1985년 발빠르게 중국에 진출했다. 그 이후 VW은 중국으로부터 특혜조치를 받게 되었다. 도요타가 뒤늦게 중국의 제일기차(第一汽車)와 합작 계약을 한 것은 2002년이다. VW보다 중국 진출이 17년이나 늦은 것이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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