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백화점업계의 합종연횡②
일본 백화점업계의 합종연횡②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8.11.16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편에서 계속)

니하시 치이로가 도큐백화점의 사장직 제안을 받은 것은 2009년 12월 말이다. 당시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의 초대 회장 무토 노부카즈가 병상에서 투병 중이었다.

무토 회장은 니하시에게 “도큐백화점의 사장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니하시가 그 자리에서 수락 하자, 무토 회장은 "그럼, 함께 데려 갈 사람을 선택해 달라"(では、一緒に連れていく人をすぐに選びなさい)고 했다.

이에 니하시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혼자서 가는 게 좋겠다”(1人で行かせてほしい。)며 “사람을 데리고 가면 자신의 주위에 벽이 생겨 ‘벌거벗은 임금’이 되고 만다”(人を連れて行くと、自分の周りに壁ができ、裸の王様になってしまう)고 했다.(슈칸겐다이 2018년 11월 14일)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눈 먼’ 임금님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니하시는 그렇게 2010년 1월 단신으로 도큐백화점 사장으로 부임했다. 외부인인 그에게 급선무는 직원들과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었다. 그만의 ‘니하시류경영’(二橋流経営)을 펼쳤다. 직원들 속으로 녹아들기 위해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

니하시 사장은 ‘고객을 위해, 부하를 위해’를 라는 신념으로 접근했다. ᐅ직원들이 의욕을 가지고 고객 만족을 실현하면 ᐅ매출과 이익이 생기고 ᐅ그것이 주주와 사회에 환원되어 ᐅ결과적으로 직원의 대우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니하시 사장은 이 선순환의 중요성을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직원과 마음을 터놓고 일체화를 꾀한 결과, 직원들의 평가는 ‘이세탄의 니하시’(伊勢丹の二橋)에서 ‘도큐의 니하시(東急の二橋)로 바뀌었다. 니하시 사장이 이세탄이라는 외부 출신임에도 도큐백화점에서 8년 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여기에 있었다.

도큐백화점은 올해 2월, 니하시 사장 후임으로, 모회사 도쿄급행전철의 임원인 오이시 쓰구노리(大石次則)를 사장직에 앉혔다. 니하시 사장은 회장으로 취임했다.

도큐백화점과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의 제휴(2007년 3월)는 어떻게 됐을까. 협업은 8년 만에 끝났다. 양측은 2015년 3월, 업무 제휴를 해소한다고 발표했다. 백화점 매장 운영과 제품 구매 분야에서 협력해 왔지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계약을 중단했다.(니혼게이자이 2015년 3월 9일)

한국의 경영자 중에도 ‘벌거숭이 임금님’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병풍 같은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눈과 귀가 먼 CEO도 문제지만, 스스로 눈과 귀를 가리고 조언자나 참모가 없는 ‘원맨 CEO’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진정한 참모란 그 눈 먼 임금님을 보고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속옷과 외투를 입혀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