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의 폭로가 시발점…예고된 곤의 몰락
전처의 폭로가 시발점…예고된 곤의 몰락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8.11.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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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왼쪽)과 카를로스 곤 회장. Photo=CNN 영상 캡처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카를로스 곤 회장. Photo=CNN 영상 캡처

 

카를로스 곤(닛산, 르노, 미츠비시 자동차 3사 회장)은 희생양일까, 아니면 카리스마를 내세운 폭군이었을까.

곤 회장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에 진출한 ‘흑선 경영자’(黒船経営者: 서방 세계에서 온 경영자)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는 부채 2조 엔을 떠안은 닛산 자동차를 부활시켜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거물로 거듭났다.

그런 그는 보수 축소 신고로 체포돼 닛산 부활의 일등공신에서 순식간에 ‘역적’으로 내몰렸다. 도쿄상공회의소는 19일 “곤 회장이 지난 9년 동안 받은 보수가 90억900만 엔(한화 902억)에 달한다”고 밝혔다.(일본은 2010년 3월부터 1억엔 이상 받는 상장기업의 임원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 도쿄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곤 회장은 1년에 100억원을 받았다는 것이 된다.

이번 사건으로 곤 회장의 ‘공’(功)은 물거품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일본 전방위에서 뒤늦게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곤 회장은 가는 곳마다 인정사정 없이 비용 줄이기를 감행해 ‘코스트 커터’(Cost Cutter)라는 별명이 붙었다. 닛산에서만 2만 명에 달하는 직원을 잘라냈다. 일각에서는 “비용 줄이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경영자로서의 독창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말도 나온다.

경제 매체 비즈저널은 경영 측면의 ‘코스트 커터’를 곤 회장 사생활과 결부시켰다. 이 매체는 11월 22일 “(곤 회장이) 사생활에서도 ‘코스터 커터’의 모습을 발휘하고 있다”(私生活においても「コストカッター」ぶりを発揮している)고 꼬집었다.

전처와 이혼 수속 당시 “너에게 줄 재산은 없다”(お前に与える財産はない)고 주장하면서 재산 분할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비즈저널은 “게다가 이혼 소송 비용까지 닛산에서 나왔다는 보도도 있다”고 했다.

곤 회장의 사생활이 도마에 올라 파문을 일으킨 건 올해 5월이다. 시사잡지 주간문춘은 5월 25일, 레바논에 사는 곤 회장 전처인 리타씨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른바 가정폭력(DV)이다. 일본에서는 가정 폭력을 영어 DV로 표현하는데, 이는 domestic violence의 약자다.

주간문춘은 인터뷰를 위해 직접 기자를 레바논으로 보냈다. 리타씨는 주간문춘에 “남편 곤이 내 목을 졸랐다(夫カルロスゴーンは私の首を絞めた)며 ”나를 죽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리타씨는 레바논 태생이다. 레바논계 브라질인인 곤 회장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의 공장장 시절(30세), 19세의 리타씨와 결혼했다. 리타씨는 일본에서 결혼 생활을 하면서 도쿄에 ‘내 레바논’(マイ・レバノン)이라는 이름의 레바논 음식 가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는 2010년 이혼 했고, 곤 회장은 6년 뒤인 2016년 금발의 레바논 출신 여성과 재혼했다. 결혼식은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성대하게 치렀다.

비즈저널은 전처의 폭로를 두고, 그 배경을 좀 색다르게 전했다. 한 경제기자는 5월 26일 이 매체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주식을 20% 가까이 갖고 있다. 2년 전 경제장관이던 마크롱 대통령은 곤씨가 르노의 CEO로 받는 보수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실제로 2년에 걸쳐 낮춰졌다. 르노와 닛산은 얼라이언스(연합) 관계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닛산을 르노의 완전 지배하에 두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르노 공장에서 닛산 자동차를 생산하고 프랑스 노동자들의 고용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곤씨는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에게 곤씨는 거추장스러운 존재(邪魔な存在)다. 원래 마크롱 대통령과 곤씨는 사이가 나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간문춘의 기사는 전 부인이 있는 레바논까지 찾아간 대규모 취재였다. 따라서 그 뒤에 프랑스 정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バックにフランス政府がいるのではという憶測も出ているくらいですよ。)> 

닛산 내부에서 찍어냈든, 프랑스 정부가 관여했든, 곤 회장의 몰락은 많은 말들을 낳고 있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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