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의 재팬토크/ 놀리느니 '점심장사'
정희선의 재팬토크/ 놀리느니 '점심장사'
  • 정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18.12.0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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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5년의 전 세계 공유경제 규모’를 3350억 달러(한화 378조 475억 원)로 추산했다. 5년 전인 2013년에는 1500억 달러(169조 2750억 원)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성장한 셈이다.

일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야노경제연구소(矢野経済研究所)는 지난 9월, 공유경제 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공유경제 시장은 전년 대비 132.8%성장했다. 금액은 716억 6000만 엔(한화 7136억 97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노연구소는 “4년 뒤인 2022년엔 1386억 1000만 엔(1조 3802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공유경제 사례는 다양하다. 나는 요즘 ‘공유 주방(식당)’에 대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우버(Uber) 창업자인 트레비스 캘러닉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미국 공유 주방 브랜드 ‘클라우드 키친’(Cloud Kitchen)도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트레비스 캘러닉은 2017년 우버 CEO에서 물러났다)

일본 역시 ‘공유 식당’과 ‘공유 주방’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쉽게 말하면, 밤에 영업하는 이자카야를 빌려서 ‘점심 장사’를 하는 것이다. 점심 장사를 하는 사람은 초기 투자 비용 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어 좋고, 이자카야 측도 놀고 있는 시설을 빌려줘 임대수익이 생기니 서로서로 좋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요시노(吉野家) 홀딩스의 공유 주방 사례 보도를 번역, 소개한다.

<점포를 공유하거나 일정 시간에 점포를 빌려주는 ‘쉐어링 서비스’가 외식산업에 확산되고 있다. 요시노야 홀딩스(吉野家ホールディングス)는 스타트업 기업과 점포 쉐어를 중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인건비 등이 비싼 가운데, (이를 이용하면) 점포 운영이나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출점하기가 쉬워진다. 쉐어링이 새로운 경영모델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비아바’(ビアバー)점포에서 지난 9월, 점심 시간에 로스트비프 덮밥 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영업을 하는 곳은 점포를 운영하는 비아바가 아니라, 쉐어 점포만으로 체인을 전개하는 ‘오니비프’(鬼ビーフ)다. 밤에 운영하는 이자카야를 낮에 빌려서 경영하는데, 도쿄를 중심으로 9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오니비프가 시부야의 비아바에서 영업을 시작한 것은 ‘음식점포 쉐어링 중개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차장이나 오피스 쉐어링 중개 사이트를 운영하는 노키사키(軒先)와 요시노야 홀딩스가 지난 5월, 공동으로 손잡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노키시키는) 빈 시간에 가게를 빌려주고 싶은 음식점을 인터넷으로 소개해 준다. 창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빌릴 수 있는 것. 음식업에 필요한 계약이나 위생관리 등의 노하우는 요시노야가 제공한다.

가게를 빌리는 사람은 1개월에 10만 엔 정도의 임대료를 지불하면, 수백만~수천만 엔의 초기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빌려주는 측도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시간대에 수입이 생긴다. 11월 시점으로 소개 점포 수는 관동지역을 중심으로 100개 점포를 넘어섰다. 실제로 이자카야 등의 점포를 빌려 점심 시간에 카레나 파스타 가게를 여는 등 15건의 계약이 성사됐다. 

현재 일본의 외식산업은 어려운 상황이다.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9월의 구인배율은 5.7배이며 아르바이트 시급도 1000엔이 넘는 수준이다. 인건비 상승은 경영자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창업 의욕이 있더라도 인건비 부담이 크면 신규 출점을 꺼리게 된다. 점포 쉐어로 초기 투자나 경영 코스트가 내려가면, 참여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아이디어나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나 요리사에게 창업의 길을 열어주게 되고, 가게 측면에선 개성이나 매력으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배달 서비스인 ‘데마에칸’(出前館)을 운영하는 회사인 ‘유메노마치’(夢の街創造委員会)도 지난 6월, 반년 간 빌릴 수 있는 조리 주방을 오픈했다. 심사에 합격하면 월 10만 엔으로 자유롭게 주방을 사용할 수 있다. 배달은 데마에칸의 배송센터가 담당하고, 상품개발이나 재료 구입처도 지원한다.

6월에 입주해 야키니쿠 점포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은 1000엔이 넘는 야키니쿠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는데, 장사가 잘 된다. 자금을 모아서 독립할 목표를 갖고 있다. ‘유메노마치’는 새롭게 창업하는 음식점과 관계를 형성해 다른 배달 서비스와 차별화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정희선 객원기자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상장 벤처회사 유자베이스(Uzabase) 애널리스트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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