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가 '스즈키컵'으로 얻은 것
스즈키가 '스즈키컵'으로 얻은 것
  • 김재현
  • 승인 2018.12.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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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미진진한 토너먼트를 후원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우리 브랜드 가치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We hope that we could share our brand value with as many people as possible by sponsoring this exciting tournament)

일본 자동차 회사 스즈키가 아세안 축구 선수권(AFF Championship) 스폰서를 맡으면서 강조한 내용이다. 스즈키는 오토바이와 경차를 만드는 일본의 대표적인 메이커다. 동남아에서 오토바이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다. 혼다, 야마하와 함께 스즈키는 동남아권 국가의 거리거리에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이중에서도 스즈키는 단순한 ‘탈 것’을 넘어 동남아를 하나로 묶고, 더 나아가 그들의 삶의 방식(Way of Life: 스즈키의 슬로건)까지 바꾸고 있다. 그 사례가 스즈키컵이다.

스즈키가 아세안 축구 선수권(AFF Championship)을 후원하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1996년에 창설된 아세안 축구 선수권은 아세안 축구 연맹(AFF)이 주최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대회로, 2년 마다 열린다.

1996년 싱가포르의 맥주회사 타이거 맥주가 스폰서를 맡으면서 타이거컵(Tiger Cup)이라고 불렸다. 6회 대회까지 타이거컵이란 명칭을 썼고, 7회 대회(2008년)부터는 스즈키가 스폰서를 맡았다. 그러면서 대회 이름은 AFF 스즈키컵(AFF Suzuki Cup)이 됐다. 통상 스즈키컵이라 불린다.

스즈키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그 이상이다. 그 인기는 가히 절대적이다. 실력이 비슷한 동남아 국가들의 토너먼트라는 점에서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린다.

스즈키컵은 동남아 사람들을 모두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힘을 가졌다. 국민들의 ‘주목도’가 높다는 얘기다. 말레이시아가 인도네시아를 꺾고 첫 우승을 장식한 2010년 대회 때는 약 2억 명이 경기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돈 전쟁’도 만만찮다. 몇 십 초 짜리 TV 광고(CM) 비용은 월드컵 보다 더 비싸다. 일본과 베트남의 연합 매체인 베트조(viet-jo.com)는 12월 14일 “AFF 스즈키컵 결승전 TV 광고료는 역대 최고로, 월드컵 결승전을 상회한다”(AFFスズキカップ決勝戦のテレビ広告料、過去最高額に―W杯決勝戦上回る)고 보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방송국(VTV)이 이번에 새로 책정한 결승전 30초 CM은 약 470 만엔(약 4700만원)이라고 한다. 이는 6월에 개최된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광고료(30초에 394만엔)보다 훨씬 비쌌다.

한국인들에게 낯설었던 스즈키컵이 이번 대회에서는 큰 주목을 받았다. 베트남을 이끈 박항서 감독 때문이다. 그런 베트남이 말레이시아를 꺾고 10년 만에 우승하면서 박 감독은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인기와 열기만큼 대회의 ‘격’도 상승했다.

<“스즈키가 처음으로 스폰을 한 2008년 이래로 토너먼트는 위상과 명성이 높아졌다”(The tournament has grown in stature and reputation since 2008 when Suzuki came on board for the first time)>

싱가포르의 유력 일간지 스트레이트타임이 2016년 7월 19일 보도한 내용이다. 스즈키 측 역시 “우리가 타이틀 스폰서를 이어받은 2008년 이후 AFF 스즈키컵은 번창했다”(The AFF Suzuki Cup has flourished since we took over as title sponsor in 2008)고 했다.

베트남 국민들의 환호를 보면서 ‘남의 나라 우승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즈키 오토바이를 타고 스즈키컵 우승에 감격하는 베트남인들의 머릿속에 스즈키라는 일본 회사의 이미지는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스즈키가 10년 전 스폰서를 시작하던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스즈키컵이 갖는 브랜드 가치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동남아 사람들의 생필품(오토바이)과 그들이 가장 ‘흥분’하는 축구를 연결시킨 스즈키의 선택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좀 과장하자면, 스즈키가 스폰서를 통해 동남아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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