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의 재팬토크/ 6차 산업 현장③
정희선의 재팬토크/ 6차 산업 현장③
  • 정희선 객원 특파원
  • 승인 2018.12.27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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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현의 모쿠모쿠 농장(モクモク手づくりファーム) 입구.

<일본에서 산업, 기업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재팬올의 정희선 객원기자가 일본의 6차 산업 현장을 찾았습니다. 한국 전문가들과 함께 원정대(12월 17~19일 간사이 지역)를 꾸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3곳을 취재하고 그 사례를 소개합니다.

원정대가 찾아간 곳은 ᐅ와카야마현의 아키츠노 가르텐(秋津野ガルテン), ᐅ미에현의 모쿠모쿠 농장(モクモク手づくりファーム), ᐅ오사카부의 스기고헤이(杉・五兵衛) 농원입니다. 아래와 같은 순서로 4편에 나누어 글을 싣습니다.>

1편: 6차 산업의 개념과 정의
2편: 귤로 지역 활성화 '아키츠노 가르텐'
3편: 6차 산업의 선두 주자 '모쿠모쿠 농장'
4편: 6차 산업의 효시 '스기고헤이 농원'

(2편에서 계속)

#벤치마킹

우리가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농장이다. 닌자로 유명한 이가노사토(伊賀の里)에 위치한 ‘모쿠모쿠 농장’(모쿠모쿠데즈쿠리팜:モクモク手づくりファーム)이다. 일본의 6차 산업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이곳일 정도로, 한국 사람들에게도 이미 유명하다. 전북 고창에 매일유업이 문을 연 ‘상하농원’이 이 농장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 유명세가 더해졌다.

#이름

농장 이름에 모쿠모쿠(モクモク)라는 말이 붙은 건 3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목재로 통나무 하우스를 지었다고 해서 한자 나무목 두 글자(木々)를 붙여 모쿠모쿠라고 했다는 말이 있다. 또 햄이나 소시지를 훈제할 때 연기가 뭉게 뭉게(모쿠모쿠) 피어오르는 데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닌자의 고장과 관련됐다는 말도 있다. 닌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연막탄을 터뜨려 적들의 시야를 흩뜨리는데, 그때 연기가 퍼지는 모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3가지 중 어느 것을 갖다 붙이더라도 재밌는 스토리임에 틀림없다.

모쿠모쿠(モクモク)농장의 우유,푸딩,케익크,젤라토,요구르트 판매대.

#돼지

모쿠모쿠 농장이 설립된 건 1987년. 양돈농가 열 여섯 집이 출자해 햄과 소시지를 생산하는 ‘햄 공방 모쿠모쿠’를 만들었다. 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방문과 판매를 유도했다.

모쿠모쿠 농장의 첫 인상은 깔끔했다. 마치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무척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는데, 전문 디자이너만 10명을 두고 있다고 한다. 농장의 마스코트는 설립 취지에서 보듯이 돼지다. 농장 간판, 지도, 브로셔 등 돼지를 모티프로 한 귀여운 디자인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방문객

이 농장의 유명세는 방문객 규모를 통해 알 수 있다. 연간 50만 명 이상이 찾는다.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이벤트도 다양하다. 연중상시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어서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온다고 한다. 체험 이벤트로는 소세지 만들기, 우유 짜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교실 등이 매일 열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에 맞는 행사가 열리는 등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출

농장은 그 자체로 그린투어리즘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체험 행사 외에 노천 온천과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방문객들이 많은 만큼, 수익도 만만찮다. 현재 이 농장은 연 60억엔(한화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ᐅ수익의 3분의 1은 농장 운영 ᐅ다른 3분의 1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모쿠모쿠 농장 상품의 통신판매 ᐅ나머지 3분의 1은 직영으로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에서 나오고 있다.

모쿠모쿠(モクモク)농장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 방문객에게 설명 하고 있다.

#모범

산업 전문가들은 이런 모쿠모쿠 농장을 “6차 산업의 선두주자 겸 6차 산업의 모범”이라고 평가한다. 농산물의 생산(1차 산업)을 넘어 상품의 가공(2차 산업)과 판매, 유통, 거기에 서비스인 그린투어리즘(3차 산업)까지 결합된 형태를 한 곳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농장을 둘러보면서 지역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직원

농장의 특이한 점은 직원 구성과 주인 의식이다. 농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70%가 여성이다. 철저하게 소비자의 관점에서 모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직원들(총 1000명 중 정규직원은 120~130명)은 모두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익이 나면 직원들에게 배분하고 있는 것이다.

지붕을 원형으로 만든 모쿠모쿠(モクモク) 숙박시설.

#멘트

6차 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가격 책정 방식이다. 농장 관계자는 “6차 산업에서는 생산자가 가격을 매겨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생산자가 원하는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설명은 1차 방문지인 아키츠노 가르텐에서 배운 6차 산업의 핵심과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4편에 계속)

정희선 객원 특파원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Kelly School of Business) MBA
-한국 대기업 전략기획팀 근무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L.E.K 도쿄 지사 근무
-현재 도쿄 거주. 일본 산업, 기업 분석 애널리스트
-'불황의 시대, 일본 기업에 취업하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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