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흔히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을 선호하는 편이다. 경기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지적이나 비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비관적인 전망이 빗나갔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없다. 오히려 예측이 맞지 않아 기쁠 따름이다.
2019년 일본의 경기는 부정적 전망이 강한 한국보다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낙관론도 아니다. 경제연구소, 언론,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 전망과 관련해 ①미중 무역전쟁 리스크 ②소비세 인상 ③경기 확장 지속 여부 ④마이너스 금리와 FRB ⑤주가 하락 ⑥고령화 등 6가지를 위험 요소로 꼽았다.
①미중 무역전쟁 리스크
글로벌 경제의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라는데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한다. 일본 경제도 변덕 심한 ‘트럼프 리스크’에 따라 좌지우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후지츠연구소(富士通総研)는 이런 점을 지적하며 실질 성장률 후퇴를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일본 경제는 소비와 설비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추세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되지만, 무역 전쟁 격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후지츠는 “실질 GDP 성장률은 2018년이 0.9%였다면 2019년은 0.7%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중 무역 전쟁의 격화가 기업 마인드에 악영향을 주고, 설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노무라연구소는 미중 마찰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산업으로, 자동차 업계를 꼽았다. “중국에서 벌이고 있는 일본 기업의 현지 생산규모가 최대라는 점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악화될 경우, 일본 자동차 업계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 산업은 대미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커서 무역전쟁으로 미국경제가 악화된다면 데미지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래도 ‘타격’, 저래도 ‘충격’을 받는다는 전망이다.
② 소비세 인상
2019년 일본 경제의 최대 과제는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8%→10%)이다. 국제 통화 기금 (IMF)은 “증세가 되면 일본 경제 성장은 단번에 둔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례가 2014년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렸을 때다. 당시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증세를 한 결과,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성장 동력도 떨어졌다.
다이와연구소(大和総研グループ)는 이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외부 요인에 의한 외수가 부진한 가운데 내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했다.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호재와 악재는 2가지다. 연구소는 “호재는 유가 하락이고, 악재는 소비 증세”라고 했다.
온라인매체 재팬 비즈니스 프레스(JBPress) 역시 부정론을 폈다. 이 매체는 “소비의 기초 체력이 약한 상태에서 증세가 실시되면, 소비자 마인드를 지나치게 냉각시켜 소비가 침체하는 사태에 빠진다”며 “지난번의 교훈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큰 혼란은 생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경기에 역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증세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일본 경제가 소비 세율 인상으로 큰 시련을 맞겠지만, 정부 대책 등에 힘입어 그 영향은 지난번 보다 경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점쳤다.
여름에 있을 참의원 선거가 증세와 연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호세이 대학의 마카베 아키오(真壁昭夫) 교수는 경제매체 ‘프레지던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월 소비 세율 인상이 예정된 가운데, 아베 정부는 정권 기반을 확고히 하면서 긴 안목으로 경제운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참의원 선거) 지지 획득을 위해 추경 등을 통한 경기 대책이 발동될 가능성이 높다.”
③ 경기 확장의 지속 여부
경기 확장 국면의 지속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전후(戰後) 최장의 경기 확대는 리먼브라더스 쇼크(2008년) 이전의 73개월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곧 제칠 전망이다.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정책)의 경기 확장이 올해 1월로 74개월에 달한다. 전후 최장 기록을 다시 쓰는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해 말 “일본 경기가 완만히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확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일본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구루메대학(久留米大学)의 츠카사키 키미요시(塚崎 公義) 교수는 경제매체 다이아몬드에 기고한 글에서 “너무 오래 경기 확대가 지속될 리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후퇴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경기가 시계(時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경기는 이유 없이 후퇴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정세를 보면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일본은행이 금융 긴축을 실시할 때까지, 앞으로 몇 년간 경기 확대가 계속 될 것 같다.”
④ 마이너스 금리와 FRB의 동향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동향이다. 그동안 FRB가 꾸준히 금리 인상을 하면서 일본은행은 딜레마 상태였다.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아베노믹스에 한계를 느낀 일본은행은 현재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활용해 금융 완화 정책을 펴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수준인 –0.1%로, 또 2016년 9월부터 도입한 장기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세계 경제는 하방 우려가 예상되면서 섣불리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산케이신문은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FRB가 진행하고 있는 단계적인 금리 인상이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강하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멈추면 장기 금리를 0%로 유도하는 일본과의 금리차 확대도 멈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 결과, 엔을 팔고 달러를 사는 흐름이 약해지고 일본의 경기를 뒷받침하는 엔화 약세 기조가 이완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구로다 총재가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 둔화는 더 빠르거나 더 가파를 수 있다”고 했다..
⑤ 주가 하락
전 세계적으로 폭락하는 주식 시장도 문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국 다우지수와 일본 닛케이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주가는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게이오대학의 오바타 세키(小幡 績) 교수는 경제매체 도요게이자이에 “한숨을 돌렸다고 안심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에도 한번 더 큰 폭락이 온다(2019年にもう一度大きな暴落がやって来る)”며 “지금은 ‘조용한 버블 붕괴’가 계속되고 있을 뿐(今は「静かなバブル崩壊」が続いているだけだ)이라고 우려했다.
도요게이자이는 “2019년은 주가가 하락하는 요소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2019年は株価が下落する要素しか思いつかない), “불안 요소 밖에 없다”(不安材料しかない)는 주식 시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호세이대학의 마카베 아키오 교수는 경제매체 프레지던트에 “세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 주식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⑥ 고령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중요 요소로 고령화도 한몫한다. 2017년 아베 총리는 “앞으로 경제 성장에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가장 큰 도전”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경제 축소가 불가피하며, 이는 GDP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제 통화 기금(IMF)은 “Aging Japan faces 25% drop in GDP”이라는 제목의보고서를 내고 “인구 감소에 따라 향후 40년 내에 일본 국내 총생산 (GDP)이 25%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지도 같은 맥락의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고령화가 GDP의 주된 원인’(How Japan’s ageing population is shrinking GDP)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빠른 고령화와 축소되는 노동력으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사회의 하나”라며 “이런 인구통계가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에디터 이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