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이름을 딴 공항이 있다
요괴 이름을 딴 공항이 있다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9.01.07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편에서 계속>

#1.

고치현에 있는 고치공항은 2003년 11월 15일 고치료마공항(高知龍馬空港)으로 명칭을 바꿨다. 고치현 출신으로 메이지유신의 길을 연 무사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1836~1867)의 이름을 넣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의 샤를드골공항, 뉴욕의 JFK공항 등과 같은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공항에 사람 이름(애칭)이 붙은 것은 일본 최초의 사례다.

고치공항이 11월 15일에 이름을 바꾼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인들이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메이지유신의 풍운아다. 서른한 살 나이에 암살당한 그의 운명은 기구했다. 태어난 날과 죽은 날이 공교롭게 11월 15일(음력)이었던 것. 그날을 기념하고, 료마의 고향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고치공항은 과감하게 명칭을 변경했다.

메이지유신 인물-요괴-전통 춤
애칭을 붙여 지역재생 활성화

#2.

돗도리현에 있는 요나고기타로공항(米子鬼太郎空港) 브랜드도 재밌다. 원래는 요나고공항(米子空港)이었다. 중간에 들어간 ‘기타로’(鬼太郎)는 이 지역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가 그린 요괴 만화 주인공 이름(게게게노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郎)이다. 게게게는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의 의태어다.

돗도리현은 죽어가던 상가를 활성화 시키고,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미즈키 시게루의 만화 캐릭터를 이용했다. ‘돗도리현=요괴 만화 명소’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돗도리현은 ‘미즈키 시게루 로드’라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돗도리현이 공항 명칭을 변경한 건 2010년 4월로, 세계 최초로 요괴 이름이 애칭으로 붙은 공항이 탄생했다. 2010년 당시 NHK에 ‘게게게의 여보’(ゲゲゲの女房)라는 아침드라마가 방송됐는데, 그 인기를 업고 ‘게게게’(ゲゲゲ)라는 단어가 그해 신어‧유행어 대상(유행이나 세태를 반영한 단어에 주는 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3.

도쿠시마현에 있는 도쿠시마 아와오도리공항(徳島阿波おどり空港) 역시 지역 명물을 브랜드화 했다. 도쿠시마현은 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아와오도리 춤의 본고장이다.

도쿠시마 공항은 해상 자위대 도쿠시마 공군 기지와 민간 항공기가 공유하는 비행장으로, 애칭은 도쿠시마 아와오도리공항이다. 이 애칭을 가지게 된 건 2008년 11월이다.

당시 애칭선정협의회가 현민, 여행사, 전국 지자체 관광부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524건이 접수됐다. ‘도쿠시마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와오도리’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고치현, 돗토리현, 도쿠시마현이 공항 이름을 바꾼 이유는 하나같이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다. 외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출신 인물, 요괴 캐릭터, 지역 춤을 브랜드화 했다. 이를 한국의 지역공항에 적용하면 어떤 재밌는 이름들이 나올까. <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