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유니콘 기업' 씨가 말랐을까
일본은 왜 '유니콘 기업' 씨가 말랐을까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01.24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를 개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최근 ‘국제 혁신 스코어카드’(International Innovation Scorecard)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세계 61개국의 연구개발(R&D Investment), 창업(Entrepreneurial Activity) 세금친화(Tax Friendliness), 유니콘(Unicorns) 등 생태계 전반의 14개 항목을 평가한 후 이를 항목별로 A+에서 F로 등급 분류했다.

재팬올은 이중에서 일본의 유니콘에 주목했다. 일본은 이 항목에서 D등급을 받았다.(한국은 C) 이는 일본의 유니콘 기업이 상당히 적다는 걸 의미한다.

유니콘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2013년이다. 미국 카우보이 벤처스(Cowboy Ventures)의 창업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는 그해 11월,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글(‘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에서 유니콘을 처음 정의했다.

유니콘 기업 4가지 충족요건
창업 10년 이내-평가액 10억 달러
비상장-테크놀로지 기업

유니콘은 ①창업 10년 이내의 신생업체 ②회사 평가액 10억 달러 이상 ③비상장 ④테크놀로지기업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중 10억 달러 요건은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에일린은 전설의 동물 유니콘처럼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를 찾기 어렵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미국의 스타트업 전문조사기관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유니콘 기업은 미국, 중국 순으로 가장 많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7월 10일, CB 인사이트를 인용 “세계 유니콘 기업은 미국이 110개 이상, 중국이 70개 이상, 한국은 5개, 인도네시아 2개”라며 “반면 일본의 존재감은 얇다”고 보도했다.

그럼, 일본은 유니콘 기업이 몇 개나 있을까. 2018년 6월, 일본 정부는 ‘미래 투자 전략 2018’이라는 벤처 정책을 내놓았는데, 아베 총리는 “2023년까지 20개의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에 유니콘 기업은 3개 있었다.

그런데 2018년 6월 프리마켓 앱 ‘메루카리’가 도쿄증권거래소 마자즈(마더스)에 상장했다. 니혼게이자이의 아시안리뷰는 당시 “메루카리 이후 일본의 유니콘은 멸종 수준에 가깝다”(After Mercari, Japanese unicorns closer to extinction)고 보도했다.

메루카리 상장 한 달 뒤인 7월, 건강미용 기기 제조업체 MTG(전기 자극으로 근육을 단련시키는 ‘식스패드’로 유명)도 같은 시장에 상장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현재 비상장 유니콘 기업은 AI(인공지능) 벤처회사 프리퍼드 네트웍스(Preferred Networks) 밖에 남지 남았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이렇게 유니콘 기업이 ‘가뭄에 콩나듯’ 하는 이유는 뭘까. 니혼게이자이는 ᐅIPO(신규 기업 공개)가 용이한 점, ᐅ스타트업에 장기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적다는 점을 꼽았다.

"메루카리 이후 일본은
멸종 수준에 가깝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전문가도 있다. 중국 출신의 도쿄 다마대학대학원(多摩大学大学院) 연구원인 쉔 카이빈(沈 才彬)이다. 그는 ‘주간현대’(슈칸겐다이)에 기고한 글에서 “유니콘 기업이 많은 나라의 경제는 활기가 있다”며 “지금의 일본 경제는 활기도 패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 과학기술 분야의 지반 침하가 유니콘 기업 부재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일본 경제전문가인 쉔 카이빈은 중국과 일본의 규제력 차이도 지적했다.

“중국은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 산업 분야의 정부 규제는 엄격하지만, 새로운 분야는 그렇지 않다. 일본의 경우는 먼저 법률로 규제하고 나서 나중에 민간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과는 정반대다.”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젊은 창업자들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쉔 카이빈은 “불행하게도 일본에는 창업 의욕을 가진 젊은이가 적고, 현재에 안주하기 쉬운 ‘초식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벤처 생태계도 떠받쳐 주지 않고 있다. 쉔 카이빈은 “이와 함께 벤처캐피탈(VC)의 부재라는 문제점도 일본에 존재한다”며 “아무리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싶어도 그것을 ‘백업’해 주는 VC가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같다”고 했다.

일본 젊은이들 창업 의욕 없어
취직 잘돼 스타트업 창업 회피

일본 전문가도 이런 점에 동의한다. 니세이 기초 연구소(NLI Research Institute)의 나카무라 요스케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에 “투자 자금 부족 등으로 그런 생태계를 기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일본 취업 순풍이 역작용을 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글로벌 은행 웰스파고 도쿄지점에 근무하는 고야나기 노부미치씨는 재팬올에 "학교를 졸업하면 기업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아우성인데 젊은이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의 가시밭길로 가겠느냐”고 했다.

<에디터 김재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