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상가 요시다 쇼인 '최인아 책방' 가다
일본 사상가 요시다 쇼인 '최인아 책방' 가다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1.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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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최인아씨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강남 한 복판(지하철 선릉역 인근)에 ‘최인아책방’을 오픈한 건 2016년 8월이다.

어른 키 3배쯤 되는 높은 책장, 서점의 시원시원한 레이아웃, 조용하게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강남에서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서 핫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동안 꽤나 알려진 작가들의 북콘서트(강의)가 이곳에서 열렸다. 그런데 1월 22일, 무명의 젊은 작가가 이 공간의 주인공이 됐다. 누굴까.

그를 3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한옥 카페에서 그와 마주 앉았었다. 그는 막 출간된 자신의 책에 자부심을 느끼며 조금은 상기된 표정의 육사(67기) 출신 청년이었다.

2016년 2월 육군 대위로 전역한 김세진(31)씨. 그가 세상에 내놓은 책은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호밀밭출판사)이다. 요시다 쇼인은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토 히로부미 등 일본 근대화 추진자들의 사상적 스승이다. 일본의 한반도 진출 야욕 이른바 ‘정한론’의 사상적 뿌리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2시간 인터뷰(기사 하단 관련기사 참고) 내내 줄곧 듣기만 했었다. 할 말이 많은 청년이었다. 그는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책 출간을 두고 “내가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혁신학교 건명원(建明苑)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책을 썼다. 일본어도 전혀 모른채 접근했고, 현지(야마구치현 하기시)에서 요시다 쇼인의 관련 자료를 ‘싹쓸이’해 왔다. 장교 아버지를 둔 청년 장교 출신이었기에 그랬을까. 당돌하고 저돌적인 면을 보았다.

그런 김세진씨가 1월 22일 ‘최인아책방’에서 북콘서트를 가졌다. 저녁 7시 30분이 되자 강의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책방의 한 쪽에 강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참석자는 20여 명.

먼저 책방지기인 최인아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사실,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내공 있는 작가들과 교분이 많은 최대표지만 그도 낯선 이름에 호기심이 생겼던 듯하다.

“전공자도, 학자도 아닌 젊은이가 뜨거운 마음으로 뛰어서 쓴 책인 것 같다”. 책에 대한 최대표의 짧은 평가다. 그는 “그런 뜨거운 마음을 가진 분(작가)이라면 우리가 함께 공유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세진 작가는 일본 역사를 축약해서 소개한 후, 자신이 보고 공부한 요시다 쇼인의 사상에 대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했다. 그는 강의 말미에 “무지(無知), 남 탓의 결과는 반복된다”며 철저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역사가 그렇고, 현재를 사는 자신과 같은 또래들의 삶도 그렇다는 얘기다. 그는 “내 탓을 하고 내가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질의응답을 끝으로 2시간 남짓 강의가 끝났다. 김세진씨는 “2월 1일에는 육사에서 졸업생도 250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게 됐다”고 귀띔을 했다.

 후배들 앞에서 더 상기된 표정으로 강연할 그를 그려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직장인 핀테크 스타트업 ‘레이니스트’도 요즘 잘 나간다고 하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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