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꼰대들이 배워야 할 '분노 조절'
직장 꼰대들이 배워야 할 '분노 조절'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02.06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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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大坂なおみ)
스물 한 살의 일본 혼혈 테니스 선수다. 나오미는 지난해 US오픈테니스 우승에 이어 1월 26일(한국시각) 호주오픈테니스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 남녀 선수를 통틀어 세계랭킹 1위 자리에도 올랐다. 

이름에서 보듯이, 그녀는 재미있는 성을 갖고 있다. 이는 어머니의 성을 따른 것이다. 홋카이도가 고향인 어머니의 이름이 오사카 타마키(大阪環)인 것.

아버지는 아이티계 미국인 레오나르도씨. 그가 타마키씨를 처음 만난 건 1990년 무렵이다. 더 재밌는 건, 나오미가 태어난 곳도 공교롭게 오사카 지역이라는 것.

레오나르도씨는 뉴욕에서 일본으로 유학 온 학생이었다. 10여 년 넘게 오사카에 살면서 영어학원 강사를 했다. 아버지의 옛 동료는 “오사카 지역 방언을 구사하는 익살스러운 ‘미국인 아빠’로, 학원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아에라닷컴)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의 교제는 어머니 집안의 반대로 오랫동안 허락을 받지 못했다. 나오미가 외조부모를 처음 만난 건 열 한 살이 되어서였다고 한다. 

부부는 나오미가 세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테니스 애호가였던 아버지는 공영 테니스장에서 두 딸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소질이 더 많았던 동생 나오미의 롤모델은 미국의 ‘철녀’ 세레나 윌리엄스. 방에 사진까지 붙여놓고 “언젠가는 꺾어야 할 상대”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나오미의 파워풀 스윙은 그녀의 주요 무기다. 최고 속도 200킬로미터의 총알 서브를 두고 ‘신칸센 서브’(新幹線サーブ)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그녀의 최대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멘탈’이다.

나오미는 이번 대회에서, 특히 실점하는 장면에서 스스로를 잘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장면을 좀 보자.

그녀는 실점 순간 ‘아!’라며 탄식을 한 후, 상대에게 등을 돌리고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러고선 라켓을 내던지려는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나오미는 라켓을 내동댕이치지 않았다. 대신 머리 위로 휘휘~ 한번 돌리고 코트에 내려두었다.

그런 다음 얼굴에 손을 대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선 “그래, 그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오미의 이런 컨트롤에 대해 일본분노관리협회의 안도 슌스케(安藤俊介) 대표는 “화난 감정을 다스리는 ‘분노 관리’(Anger management)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분노 관리’는 화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행동하도록 돕는 심리 컨트롤 훈련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부터 널리 퍼졌다. ‘분노 관리’의 대표적인 사례가 ‘6초 룰’이다.

분노의 감정은 발생 후 6초까지가 가장 강하고, 그걸 지나면 조금씩 저하된다는 것이다. ①‘욱’하는 그 순간 곧바로 폭발하지 않고 ②'정말 분노해야 할 것'과 '그 정도는 아닌 것'을 잘 구분하면, 불필요한 분노를 발산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6초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안도 슌스케 대표는 “(나오미 선수가) 날카롭게 외치는 것은 ‘감정의 인식’”이라며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 알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자신이 화가 난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분노 관리의)포인트”라고 했다.

자, 그럼 스포츠에서 직장으로 무대를 옮겨 보자. 만약 직장 상사나 CEO가 ‘분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올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분노관리협회의 마사키 타다시(正木忠) 컨설턴트는 “분노의 감정이 직장에 쌓여 가면 댐이 붕괴하는 것처럼 기업 그 자체나 브랜드가 손상될 수 있다”(니혼게이자이)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상사가 “저 놈을 어떻게 야단칠까”라고 먼저 생각한다면, 그건 이미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우선, 해야 할 것은 문제 해결이지 질책이 아니다. 감정에 내맡겨 뭔가에 실패한 부하를 호통치는 것은 ‘올바른 분노’가 아니다. 분노는 새로운 분노를 부르기도 한다. 강하게 책망을 받은 부하는 피해 감정에 사로잡혀 더 이상 어떤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고, 개선하기까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마사키 타다시씨는 그러나 “보스가 화를 내야할 때 포기해 버리면, 부하가 성장하는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며 “이는 기업에게도 손실”이라고 했다. 그는 “화내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며 “제대로 분노하는 것도 ‘분노 관리’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최고 병원 중 하나인 미네소타 주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도 감정 컨트롤을 중요시 한다. 이 병원의 홈페이지에는 ‘당신의 성질을 다스리는 10가지 팁: 분노 관리’(Anger management: 10 tips to tame your temper)라는 코너가 있다. 이중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했던 방법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이완 스킬을 사용해 보도록 하라. 깊은 심호흡 연습을 하거나, 릴렉싱 장면을 상상하거나, ‘진정해’ 같은 침착한 단어와 구절을 반복해 보라.>
(원문:When your temper flares, put relaxation skills to work. Practice deep-breathing exercises, imagine a relaxing scene, or repeat a calming word or phrase, such as "Take it easy." )

자, 이제 결론.
‘욱~’하는데 특효약이 과연 있을까. 그렇더라도 직장 상사나 CEO들은 오사카 나오미 선수의 경기 장면을 유튜브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게 귀찮다면, ‘6초 룰’을 지켜보자. 이것마저 못하겠다면 ‘글쎄...’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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