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한국어를 심는 '일본한국어교육학회' 사람들
일본에 한국어를 심는 '일본한국어교육학회' 사람들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9.02.03 2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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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7일, 일본에서 40년 넘게 한국어 교육에 전념했던 한 교육자가 세상을 떠났다. 도쿄 사립대 니쇼가쿠샤대학(二松学舎大学) 명예교수를 지낸 유상희 선생이다.

1968년 일본으로 건너간 선생은 조치대학(上智大学)에서 가르치는 등 한국어 교육과 전파에 일생을 바쳤다. 당시 75세로 별세한 선생의 아내는 오영원 선생이다. 그 역시 니쇼가큐샤대학의 명예교수를 지냈다.

부부의 조용한 발자취는 일본에서 한 학술모임을 탄생시키는 토대가 됐다. 유상희 선생 별세 2년 뒤 출범한 ‘일본한국어교육학회’다. 유상희 선생 부부가 학회의 터를 닦았다면, 여기에 뼈대를 올린 사람은 이와테현립대학의 강봉식(62) 교수다. 이들의 걸음은 얼마전 한국에서 개봉된 한 영화와 오버랩 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크다.’
영화 ‘말모이’(사전을 뜻하는 순 우리말)에서 잔잔한 울림을 줬던 대사 한 마디다. 영화는 일제 강점기, 한글을 지켜낸 조선어연구회 관계자들의 피와 노력을 담았다.

이 대사처럼, 2009년 9월 오영원 선생, 최기호 전 몽골 울란바토르대 총장, 강봉식 교수, 문경철 도호쿠문화학원대학 교수 등의 걸음이 보태져 지금의 학회가 탄생했다.

단순한 학회 출범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단체 이름에 ‘한국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학회였다. 일본 대학과 교육기관 등에서 일하는 교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지금은 규모가 커지고(100여 명 멤버) 외연도 넓어졌다(큐슈~홋카이도).
 
초대 회장을 맡은 강봉식 교수(현 명예 회장)는 1998년부터 이와테현립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한글날(572돌) 경축식에서 그동안의 공로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지금 학회 회장은 강 교수의 뒤를 이어 문경철 교수가 맡고 있다. 최기호 전 총장은 명예고문, 오영원 선생은 고문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한국어교육학회’는 매년 전국을 돌며 학술대회를 연다. 학술지 출간, 한국어 교사 연수, 일본인 대상 한국어 교육과 교재 개발 등에 힘쓴다. 학회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학회를 이끄는 임원진의 발걸음이 더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년 도쿄에서 열리는 올해의 1차 학회 이사회가 2월 2일(토요일) 열렸다. 학회 감사를 맡고 있는 임문택 대표(무지개 한국어학원원장, ㈜시나브로 경영)도 멀리 삿포로에서 달려왔다. 그는 학회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는 우리 학회가 창립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감사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저는 4회 메지로대학 학술대회부터 참석하고 있는데, 제가 남달리 학회에 애정을 갖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신분이 아닌 일반인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 대표는 처음 학회에 들어갔을 때 낯설고 적응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기호, 오영원, 당시 회장이던 강봉식 교수의 배려로 5회 규슈대학 학술대회에서 연구발표 기회를 얻게 됐다.

임 대표는 “대학 때 전공이 일본어교육이었던 터라 연구 발표는 제겐 새로운 도전이었고, 연구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소중한 전환점의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6회 학술대회를 삿포로에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배려와 응원을 해주는 등 제게 학문의 길을 열어준 곳이 일본한국어교육학회”라고 덧붙였다.

일본 땅에서 한국어를 심는 ‘일본한국어교육학회’ 사람들. 10주년을 계기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더 폭넓게 조명받길 기대해 본다. <이재우 기자‧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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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택 2019-02-04 15:19:09
좋은 기사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