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료마에서 힌트 얻은 '소뱅' 로고
사카모토 료마에서 힌트 얻은 '소뱅' 로고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9.02.07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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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 도코모, KDDI(au)가 지자이즈(ZYXYZ)의 작품이라면, 소프트뱅크의 CI는 광고회사 덴츠(電通)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사키 히로시(佐木宏)의 작품이다. 사사키는 덴츠를 나와 2003년 독립 광고회사 신가타(新型)를 설립했다.

사사키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CI 의뢰를 받은 건 2004년 무렵이다. 소프트뱅크의 로고는 명조체 SoftBank 글자 왼편에 회색의 굵은(=)표시로 되어 있다.

굵은 두줄 마크(=)는 원래 손정의 회장이 존경하는 사카모토 료마(메이지유신을 이끈 인물)의 해군조직 해원대(海援隊)에서 착상한 것이다.(해원대는 옆으로 세 줄)

주간문춘 특파원 출신의 작가 오시타 에이지(大下英治)가 지은 책 ‘손정의 비록’(성안당, 2015년)이라는 책은 굵은 두줄 마크(=)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마크에는 ‘앤써’(answer), 답을 낸다는 의미도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사회에 대답을 해 나간다. 디지털 정보혁명이란 그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마크는 인터넷을 상징하는 쌍방향성을 뜻하기도 한다. 해원대의 깃발을 모티브로 한 마크에는 손정의와 소프트뱅크 사원의 관계가 사카모토 료마와 해원대의 관계와 같은 것이기를 바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194쪽 인용)>

이 CI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반응은 어땠을까. 오시타 에이지의 글이다.

<일본을 근대국가로 이끈 료마의 해원대 깃발이 펄럭이는 것처럼 소프트뱅크의 로고 마크가 휘날리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치는 듯 손정의는 말했다. “정말 놀랍군요. 일류 크리에이터의 생각이 얼마나 대단한지,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195쪽 인용)>

이렇게 소프트뱅크 CI 작업에는 손 회장의 의중과 사시키 히로시의 아이디어가 결합됐다.

손정의 회장은 1957년 8월 11일, 사가현 도스시(鳥栖市)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손종경은 한국의 대구에서 열여덟 살 때 규슈로 건너갔다. ‘정의’라는 이름은 아버지 손삼헌씨가 ‘언제나 정의롭게 살라’는 뜻을 담아 지어준 이름이다.

손정의는 중학교 3학년 무렵, 시바 료타로가 사카모토 료마의 삶을 그린 역사소설 ‘료마가 간다’(8권)를 단숨에 읽고, 료마에 매료됐다. 학교~회사 설립 과정은 이렇다.

규슈 명문 구루메 대학 부속 고등학교 입학(1973년)→미국 캘리포니아 세라몬테고등학교 10학년 편입(1974년)→홀리네임스 대학 입학(1975년)→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제학부 3학년 편입(1977)→졸업 후 일본 귀국(1980년)→후쿠오카에서 기획회사 유니슨월드 설립(1981년).

회사 설립 당시, PC의 OS(운영체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손정의는 OS와 관련된 유닉스(UNIX)에 자신의 성 ‘손’을 합성해 회사 이름을 ‘유니슨’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손정의는 그 무렵, 40가지에 달하는 사업 아이템을 조사한 후 컴퓨터 업계가 가장 유망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마침내 도쿄로 진출했다.

<손정의는 1981년 9월 일본종합연구소의 세미나에서 알게 된 묘가 요시데루와 다카하시 요시토가 만든 경영종합연구소와 함께 50퍼센트씩 출자해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회사명을 유니슨월드에서 일본소프트뱅크로 바꾸었다.”(‘손정의 비록’107쪽 인용)>

소프트뱅크라는 이름에는 일본 최초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 도매회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후 해외 진출을 기회로 삼아 ‘일본’이라는 이름을 떼고 ‘소프트뱅크(주)’가 되었다. 소프트뱅크는 2006년 영국의 보다폰재팬(1조7000억엔) 인수 이후, 산하에 1300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즉단즉결(卽斷卽決)의 사업가다.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경영 원칙을 잘 대변하는 것이 ‘손정의의 제곱병법’(손자병법에 손 회장 자신의 생각을 곱했다는 의미)이다. 5가지 5자성어 중 마지막인 풍림화산해(風林火山海)가 압권이다.

이는 손 회장이 손자병법에 나오는 ‘풍림화산’(風林火山)에 해(海)를 붙여 만든 말로, ‘한번 시작한 싸움은 바다처럼 삼켜서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묵직하게’라는 뜻의 풍림화산(風林火山)은 전국시대 무장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전쟁터 깃발에 새겨 넣었던 글로 유명하다. <이재우 기자‧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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