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브랜드(brand)는 빵(bread)이다
발행인 칼럼/ 브랜드(brand)는 빵(bread)이다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9.02.13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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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brand)는 빵(bread)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 만든 브랜드는 소비자가 금방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 선택은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또 그 이익은 궁극적으로 해당 기업에게 생존의 먹거리(bread)가 된다. brand가 bread가 되는 단순한 이유이다.

뉴욕타임스에 ‘언어에 관하여’(On Language)라는 칼럼을 쓰고, 네이밍 회사를 설립했던 저널리스트이자 네이미스트인 알렉스 프랭클(Alex Frankel)는 이렇게 말했다.

<브랜드 이름으로 결정된 단어는 그것을 창조한 사람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더러 있다. 훌륭한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상품의 효율적인 생산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당연히 브랜드 네임이 두루 통용되고, 그들의 컨셉트가 유행처럼 퍼져야 한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쉽게 브랜드 이름과 긍정적인 특성을 연결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한 기업의 시장점유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 이름을 찾아라’(미래의 창, 2006)

해당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빵(bread)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굳이 일본 브랜드들을 칭찬할 이유도, 깎아내릴 의도도 없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브랜드 네이밍 작업을 들여다 보면, 언어 창조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 브랜드의 특징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회문(回文)이다. 회문은 앞뒤, 사방에서 읽어도 같은 단어가 되는 걸 말한다. CIVIC(시빅:자동차), ESSE(엣세:잡지), XANAX(자낙스:남성화장품), SEDES(세데스:두통약) 등이 회문을 이용한 대표적 브랜드들이다.

비단, 브랜드에만 회문이 사용된 건 아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0년 8월 ‘마타타비 아비타 타마’(またたび浴びたタマ)라는 회문 수필집을 펴낸 적도 있다. ‘마타타비 아비타 타마’도 앞뒤로 읽어도 같다.

통신기업 NTT 도코모(DoCoMo)와 KDDI의 au 브랜드를 고안한 브랜드 네임 개발사 지자이즈(ZYXYZ)의 이름도 회문이다. 지자이즈 설립자 요코이 게이코(横井惠子)는 “시각적인 인상이 강하고, 언어 조합 수완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회문의 묘미”라고 했다.

지자이즈가 만든 회문 브랜드로는 알리빌라(ALIVILA)가 있다. 알리빌라는 일본항공의 리조트 호텔명이다. 스페인어 ‘alivio’(편하게 하다, 안심시키다)에 착안, 여기에 villa(별장)를 붙였다. 고객에게 ‘편안함을 주는 별장’이란 뜻이다.

회문 이외에 일본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 이중적, 또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이즈가 만든 빅로브(BIGLOBE)라는 브랜드를 예로 들어 보겠다.

빅로브는 원래 니혼전기주식회사(NEC)의 인터넷서비스명이었다. 2006년 NEC로부터 분사해 ‘NEC BIGLOBE’, 2014년엔 ‘BIGLOBE’로 바뀌었다. 2017년에 통신기업 KDDI로 넘어갔다.

영어 BIGLOBE는 크다(big)과 지구(globe)의 공통된 철자 g로 결합된 조어다. ‘큰 지구’를 표현한 네이밍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지자이즈 설립자 요코이 게이코(横井惠子)는 “시각에 따라 ‘big+(g)lobe’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이 경우 ‘lobe’는 ‘귓불’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큰 귀로 정보를 모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니) 2배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고 했다.

회문과 다중적 의미. 단순한 사례지만, 일본 브랜드들은 이렇게 기존 단어를 쪼개 새로운 단어를 만든다든가, 앞뒤가 같은 단어를 새롭게 창조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그렇게 지갑이 꾸준하게 열리면,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이나 소유주의 먹거리도 마르지 않게 된다.

브랜드(brand)는 곧 빵(bread)이라고 주장하는, 단순하지 않은 이유다. <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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