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 나이에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사고를 친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다. 아버지도 반대하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아버지는 “황야로 향하라”며 공부보다 여행을 권했다. 그 지지를 업고 1년 예정으로 스페인 등 지중해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여행 경비가 보통 돈이 아니었다.
<그 여행 자금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손에 넣은 보험금이었다.>(IT매체 와이어드재팬)
발뮤다의 CEO 테라오 겐(寺尾玄‧46)의 ‘세상 눈 뜨기’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그런 배짱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결단은 자유의 행사’(決断は、自由の行使)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유라는 것은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열일곱 나이에 결단을 내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처음으로 자유로워 진거죠. 물론 결단을 내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지만, 자유롭지 못하죠. 그런 만큼 ‘결단’이라는 행위는 인생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닛케이비즈니스 인터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뮤지션의 길로 들어섰다. 10년 간 기타를 치며 록밴드 생활을 했다. 테라오 겐의 삶은 그렇게 ‘고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내가 될 여성의 집에 들렀다가 우연히 보게 된 디자인 잡지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어느 날,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 집에 놀러갔습니다. 지금은 부인이지만요. 그녀는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었고, 방에는 여러 관련 서적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FRAME’이라는 네덜란드 디자인 잡지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제품 디자인’을 처음으로 강하게 느끼게 됐습니다.>(IT매체 와이어드 재팬)
스타 록뮤지션을 꿈꾸던 청년이 디자인 회사를 만들고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인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테라오 겐의 책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行こう、どこにもなかった方法で)의 첫머리 문장이다. 이 문장은 그의 '인생 반전'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나는 지금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며 “내가 회사를 경영하게 될 줄이야. 어린 시절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흔 여섯의 경영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선 ‘인생 역전’을 강조한다. 그의 말이다.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그 가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가진 것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건 틀린 생각이다. 아무리 내게 불리한 상황이라 해도 역전할 기회는 늘 있다. 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 전부를 걸었을 때에야 비로소 역전할 수 있었다.>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인용)
청소년기 고교를 중퇴하고 1년간의 여행을 감행한 그 ‘결단’, 뮤지션을 포기하고 경영자의 길을 걸으면서 단행한 올인 정신과 그 결과물인 ‘역전’. 이 ‘결단’과 ‘역전’, 두 가지가 테라오 겐의 짧은 삶을 압축하는 단어일 것이다.
이 기사를 ‘3편 담당’ ,일본 애널리스트 정희선 객원기자에게 바통터치 한다. <에디터 김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