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6년 만에 사라진 브랜드 S.A.N.Y.O
창업 66년 만에 사라진 브랜드 S.A.N.Y.O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3.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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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네이밍 이야기: 산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처남 이우에 도시오는 회사 이름을 왜 ‘3개의 대양’이라는 산요전기(三洋電機)라고 붙였을까? 이는 그의 출생지와 관련이 있다. 이우에 도시오가 태어난 곳은 ‘효고현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아와지시마(淡路島)다.

범선을 소유한 그의 아버지는 교역을 생업으로 삼았다. 이우에 도시오는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커서 선원이 될 꿈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소학교 졸업 후 견습으로 배를 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트렌드 2011년 2월 18일)은 어린 이우에 도시오가 품었던 꿈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는 바다만이 세계로 통하는 길. 그 일에 종사하는 것은 ‘해국 남자’의 숙원이다.>

(当時は海だけが世界に通じる道。その仕事に従事することは海国男子の本懐である)

그렇게 이우에 도시오의 마음은 바다를 통해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조롭게 선원의 길로 이어지던 어느 날, 강 근처의 한 물류창고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사상자가 300명에 이르는 대참사였다. 이우에 도시오는 재빨리 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건졌다.

이 사고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때마침 독립을 준비하던 매형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매형의 회사에 몸을 담게 되었다.

이젠 산요전기의 한자 산요(三洋)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짐작을 할 것이다. 산요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지칭한다. 이우에 도시오가 어릴 때 가졌던 선원의 꿈이 회사 이름에 반영된 것이다.

이우에 도시오는 1961년 경영지침 발표회에서 “인간, 기술, 서비스 3가지를 축으로 해서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인간, 기술, 서비스가 각각의 세 대양(大洋)인 것이다.

잘 나가던 산요전기도 2008년 운명의 날을 맞았다. ‘리먼 쇼크’ 여파로 실적 악화가 거듭되면서 매각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런 산요전기를 인수합병 하겠다고 나선 곳이 ‘한 뿌리’였던 파나소닉이었다. 회사명을 바꾼 지 두 달 후인 2008년 12월, 파나소닉은 인척회사 산요 인수에 합의했다.

2007~2008년 당시 일본 전기전자 제조업 매출 1위는 히타치였다. 11조엔으로, 2위엔 마쓰시타전기(파나소닉)보다 2조엔 정도 많았다. 10위권을 맴돌던 산요전기의 매출은 2조엔 가량. 마쓰시타 전기가 산요전기를 인수할 경우, 히타치와 맞먹는 규모가 되는 셈이었다.

산요전기는 브랜드 유지를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산요전기는 2013년 3월 29일 상장폐지됐다. 며칠 후인 4월 1일에는 파나소닉의 자회사가 되는 운명을 맞았다. 1947년 마쓰시타전기에서 독립한 지 66년 만에 ‘산요 브랜드’가 사라지는 날이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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