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핸디캡’
발행인 칼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핸디캡’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3.18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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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가 민감한 때에 남의 나라 경영자를 칭찬했다가 ‘짱돌’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핸디캡을 극복한 이 사람의 지혜만큼은 소개해야 할 듯하다.

지난주 재팬올 브랜드 기사에서 다루었던 파나소닉(마쓰시타전기)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야기다. 우리는 그를 ‘경영의 신’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그이지만 감출 수 없는 핸디캡이 있었다.

기사에서도 썼지만, 그에겐 2명의 형과 5명의 누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젊은 나이에 병사했다. 마쓰시타가(松下家)의 피를 물려 받고 살아남은 이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유일했다.

형제누이들이 일찍 사망한 것처럼 그 역시 병치레가 잦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경영 일선에서 일일이 현장을 찾아다니는 건 무리였던 것 같다.

그는 ‘현장 경영’ 대신 사무실을 지키며 지시하는 ‘전화 경영’을 택했다. 한국에 번역 출간된 책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현장 경영’이 바람직하지만 그게 잦으면 효과가 떨어지고 급기야 역효과로 돌아선다. 전화를 이용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현장의 책임감도 높일 수 있다. 현장과 경영자 간에 신뢰 관계가 돈독하다면 ‘전화 경영’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경영의 마음가짐’,청림출판)

경영자 측면에서는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현장 경영’이 답이다. 과거 일본 경영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했다. 하지만 몸이 약했던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방법을 달리해 ‘전화 경영’을 택했다.

자신의 핸디캡을 ‘커버’하면서 시간도 아끼고 현장에 신뢰감을 심어 주었다. 그 ‘전화 경영’ 또한 답이 아니겠는가.  

현장 대신 ‘전화 경영’으로 체력을 비축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94세까지 장수했다. 청일전쟁이 일어나던 해(1894년)에 태어나 아키히토 일왕이 등극하던 그 해(1989년)에 죽었다.

누구나 서너 가지 이상의 핸디캡을 갖고 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처럼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맞게 핸디캡을 ‘변용’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사례가 더 있다. 창업 날짜에 대한 것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마쓰시타전기기구제작소’를 설립한 건 1917년이다. 이듬해인 1918년 3월 7일엔 ‘마쓰시타전기’ 간판을 달았다. 이날을 기점으로 2008년 창업 90년을 맞은 회사는 이름을 ‘파나소닉’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파나소닉엔 실질적인 창업 기념일이 따로 있다. 1932년 5월 5일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1932년을 명지원년(命知元年)으로 정하고, 5월 5일 1회 창업 기념식을 열었다.

‘명지’는 기업의 사명(使命)을 알게 됐다는 뜻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왜 설립 14년 뒤에 창업 선포식을 했을까. 그는 종업원 168명을 모아 놓고 당시 이렇게 말했다.

<나는 1932년 5월 5일을 회사의 창업 기념일로 정했다. 사업을 시작한지 14년이나 지난 후에 새로 창업 기념일을 정한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이 날을 창업 기념일로 정한 이유는 바로 사명(使命)을 깨달은 날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연재 코너 ‘이력서’)

이날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수도 철학’(水道哲学)을 폈다. “산업인은 수돗물처럼 물자를 풍부하게 하고, 모든 제품을 수돗물처럼 싸게 공급함으로써 인류 행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사명은 결국 세상의 가난을 몰아내는 것이었다. 당시 37세였다. 지금으로 치면 대기업 대리 직급 정도의 나이.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기업의 이익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그것이 경영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만일 회사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경영을 한다면, 이는 아주 초라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생전 “경영은 종합예술”이라고 자주 이야기 했다. 이젠 이런 경영 예술가가 태어나기 힘든 사회적 환경이 되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올해는 그가 죽은 지 꼭 30년이 되는 해이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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