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상징색을 바꾸는 이유?
일본 기업들이 상징색을 바꾸는 이유?
  • 김재현 기자
  • 승인 2019.03.21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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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로 춘분(春分)인 21일, 국내 한 대형 포털사가 검색 페이지 초기 창을 노란 개나리로 장식했다. 이름도 노랗게 물들였다. 계절+색깔 마케팅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색깔 마케팅은 시각적으로 인상적이고, 전달하려는 이미지가 분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엔 이 노란색을 ‘기업 상징색’으로 쓰고 있는 회사가 있다. 후지산 기슭 야마나시현에 있는 화낙(Fanuc)이다. 좀 생소한 이름이지만, 세계 최대의 산업용 로봇 제조사로 유명한 곳이다.

후지츠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이 회사는 독립해 ‘후지쯔 자동공작기계’(Fuji Automation NUmerical Conrol)의 약자인 Fanuc(화낙)을 회사명으로 쓰고 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노란색이 전면을 메우고 있다. 회사의 건물에서부터 로봇, 사원들의 직원복, 모자 등 모든게 노란색이다. 창업주 이나바 세이우에몬(稻葉淸右衛門)이 중국의 황제를 의미하는 노란색을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분명한 건, 노란색이 시각적인 효과가 선명하기 때문에 공장의 위험한 기계(로봇)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언론들은 후지산 기슭에 숨은 이 회사를 ‘은둔의 노랑색 왕국’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화낙이라고 하면 노란색, 노란색이라고 하면 화낙’(ファナックと言えば黄色 黄色と言えばファナック)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본 회사 중에 또 노란색 이미지가 강한 곳이 있다. 일본 최대 택배업체인 야마토 운수다. 회사의 로고는 노란 바탕에 검은 고양이가 두 마리 그려져 있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에서는 택배를 보통 ‘탓큐빙’(たっきゅびん:宅急便)이라고 한다. 이는 야마토 운수의 택배 서비스를 지칭한다. 노란색으로 ‘탓큐빙’이라고 적힌 야마토의 택배 차량이 도심 곳곳을 누빈다.

하지만 야마토운수를 상징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검은 고양이’다. 홈페이지 영어명은 쿠로네코야마토(kuronekoyamato)로 되어 있다.

노란색 이미지의 회사는 또 있다. 색깔에서도 알 수 있듯, 카레 업체 ‘코코이치방야’다. 이 업체는 코코이치(ココイチ)라는 애칭과 눈에 확 띄는 노란 간판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유의 컬러를 바꾼 녹색 점포가 도쿄 도심에 생겨나고 있다. 왜 회사 컬러까지 바꾸면서 녹색 간판을 다는 걸까. 이유가 있다. 이슬람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녹색은 이슬람을 상징하는 색깔로, 녹색 간판을 단 가게는 ‘이슬람교도들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간판에는 할랄(이슬람 방식으로 재료를 처리한 제품)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하는 무슬림 관광객들은 해마다 증가세로, 2020년에는 1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색깔에 변화를 주는 음식업체는 코코이치방야뿐만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규동 체인점인 요시노야(吉野家)다. 친숙한 오렌지색 간판이 ‘트레이드 마크’지만, 최근에는 검은 간판과 검은 외벽의 점포가 많아졌다. 이 또한 전략이라고 한다.

한 매체는 “‘검은 요시노야’는 지금까지 요시노야를 이용하지 않았던 여성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도전”(黒い吉野家」は、これまで吉野家を利用していなかった女性客などを取り込むための新たなチャレンジ)이라고 전했다.

요시노야는 ‘오렌지 드림 호’(オレンジドリーム号)라는 이동 판매차를 운영했는데, 차량 대수가 극히 적어 요즘은 발견하기가 어렵다.

노란색으로 기업 이미지를 고수하는 기업(화낙, 야마토 운수)이 있는가 하면, 확대되는 무슬림 시장을 겨냥하고(코코이치방야)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해(요시노야) 과감히 컬러까지 바꾸는 업체들이 있다. 전통 고수와 전략적 변화, 이게 일본을 읽는 2가지 키워드가 아닐까.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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