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사에 ‘에디슨 기념비’가 세워진 이유?
일본 신사에 ‘에디슨 기념비’가 세워진 이유?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9.04.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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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네이밍’ 시리즈가 계속된다. 전기전자업계 소니와 파나소닉에 이어 이번엔 도시바(Toshiba)와 NEC(일본전기주식회사) 편이다. 그런데 두 회사의 창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 두 사람이 미국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도시바 창업자이자 ‘일본 전기의 아버지’ 후지오카 이치스케(藤岡市助)는 미국에서 에디슨을 만나 백열전구 제작법을 배웠다. NEC를 세운 이와다레 쿠니히코(岩垂邦彦)는 에디슨의 회사(Edison Machine Works)에서 일한 후 일본전기 발전에 기여했다.

반면, 에디슨도 일본으로부터 뜻밖의 도움을 받았다. 백열전구 수명을 늘리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중, 교토의 대나무를 이용해 필라멘트를 만들었던 것이다. 에디슨과 일본(교토 대나무, 도시바와 NEC 창업자)의 인연을 풀어 나간다. <편집자주>

교토 야와타(八幡)시에 이와시미즈 하치만구(石清水八幡宮)라는 신사가 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된 이 신사의 경내에는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기념비가 하나 있다. 기념비의 주인은 누굴까.

놀랍게도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1847~1931)이다. 에디슨은 생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에디슨의 기념비가 연구소나 실험실도 아닌 일본 신사 경내에 세워진 건 왜일까.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79년 10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토머스 에디슨(당시 32세)은 뉴욕 멘로파크(Menlo Park)에 있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동료들과 세상을 뒤바꿀 실험을 하고 있었다. ‘탄화면사’ 필라멘트(carbonized cotton filament)를 이용한 백열전구 실험이었다.

이 필라멘트는 그 이전의 수많은 실험 때와는 달리, 금방 끊어지지 않고 오래 견뎠다. 14시간 30분 동안 전구를 밝히고서야 필라멘트는 수명을 다했다. 당시 에디슨은 “이젠 100시간을 켜는 것도 가능하다”며 감격했다.

에디슨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100시간 이상 불을 밝혀줄 필라멘트 재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어느 날 연구소에 널려있던 중국산 부챗살에 주목했다. 부챗살 대나무를 필라멘트 재료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왜 하필 대나무였을까? 에디슨의 증손 조카딸인 컨설턴트 사라 밀러 칼디고트(Sarah Miller Caldicott)와 마이클 J. 겔브(Michael J. Gelb)가 쓴 ‘이노베이터 CEO 에디슨’이라는 책은 그 궁금증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에디슨은 백열전구에 사용될 실용적인 필라멘트를 개발하기 위해 면밀한 초기 조사를 거친 후 대나무에서 뽑아낸 섬유에 눈을 돌렸다. 대나무는 일정한 세포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압축될 때 균일하게 타들어가는 성질이 있다. 에디슨은 이 섬유야말로 상품화에 최적인 원료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1880년까지 거의 1천 종에 달하는 대나무의 특성을 테스트했고,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골라냈다. 그는 동료들에게 수소문해서 대나무 공급을 위해서라면 ‘지구 끝 정글 한 가운데까지 샅샅이 뒤져낼’ 완벽한 사람을 추천받았다. 이 임무는 윌리엄 H. 무어(William H. Moore)에게 맡겨졌다.>(‘이노베이터 CEO 에디슨’ 118쪽 인용, 한언출판, 2008)

에디슨의 연구 보조원 윌리엄 무어가 일본으로 급파된 건 1880년 여름이었다.(일본관광진흥협회 자료) 무어는 교토에서 마키무라 마사나오(槇村正直)라는 교토 부지사(府知事)를 소개받았다. 마키무라는 무어에게 “야와타(八幡)시가 대나무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무어는 야와타시의 이와시미즈 하치만구(石清水八幡宮) 부근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찾아 나섰다.

‘이노베이터 CEO 에디슨’이라는 책은 이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어는 일본 교토 근처의 대나무 숲에서 이상적인 대나무 종을 공수해 왔다. 일본 현장에서 수천 번의 견본 테스트를 한 끝에, 최상의 견본만을 대량으로 배에 실어 멘로파크(연구소)로 가져온 것이다.>

일본 대나무는 필라멘트 재료로 효과가 있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약 1000시간 이상 불을 밝혔다. 이후 1894년까지 ‘하치만대나무’(八幡竹)라는 이름으로 에디슨 회사에 대량 수출됐다고 한다. 대나무 필라멘트는 텅스텐 필라멘트로 교체되기 전까지 전구의 재료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런 인연으로 1934년 야와타시에 에디슨 기념비가 세워졌다. 1958년엔 현재의 하치만구 경내로 옮겨졌다. 그 8년 후인 1964년엔 드라마틱한 장면도 연출됐다. 에디슨의 둘째 딸 매들린 슬론(Madeleine Edison Sloane)이 이 신사를 방문했던 것이다.

그녀는 당시 “이렇게 훌륭한 기념비는 미국에서도 본 적 없다”(これほど立派な記念碑はアメリカでも見たことがない)며 감격했다고 한다. 교토 대나무를 에디슨과 결부시킨, 일본인들만의 스토리텔링이다.<이재우 기자‧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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