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이념이 없으면 금방 망합니다”
“경영 이념이 없으면 금방 망합니다”
  • 선설아 서포터즈
  • 승인 2019.04.01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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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진은 '쵸시마루'(銚子丸)의 창업자 호리치 하야오씨.
얼굴 사진은 '쵸시마루'(銚子丸)의 창업자 호리치 하야오씨.

 

‘캄브리아 궁전’(텔레비전 도쿄)이라는 일본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로 중소기업 CEO들이 출연해 성공 경험담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프로그램을 다 보고나면 해당 기업이 왜 성공했는지, 경영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팬올 서포터즈인 선설아씨가 ‘캄브리아 궁전’ 분석에 나섰습니다. 한국 경영자들이나 사업가들에게 ‘작은 인사이트’를 전하기 위해서죠. 다이어트&피트니스 관련회사 ‘다노’의 글로벌비즈니스팀에서 일하는 선씨는 일본에서 사회경험을 먼저 시작한 ‘재팬 덕후’입니다.

20대 후반인 선씨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온라인 커머스 분야”라며 “수출 관련 공급망 관리, 마케팅, 시장조사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선씨는 ‘캄브리아 궁전’과 함께 ‘가이아의 새벽’이라는 프로그램도 소개합니다. ‘가이아의 새벽은 경제 다큐멘터리로, 현장에서 분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선씨는 두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번갈아 연재할 예정입니다.

먼저 3월 21일 방송된 회전초밥 회사 ‘쵸시마루’(銚子丸)편을 모니터링했습니다. 다음은 선설아씨의 ‘데뷔’ 글입니다. <편집자주>

외식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회전초밥 시장은 계속 성장세다. 회전초밥 시장은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100엔 회전 초밥집과 네타(ネタ:초밥 위에 올라가는 생선회)의 질로 승부하는 ‘미식계(系)’ 회전 초밥집으로 나눌 수 있다.

‘캄브리아 궁전’에 소개된 쵸시마루라는 초밥집은 후자에 해당한다. 쵸시마루는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 ‘고객 만족도 넘버원’을 받고 있는 곳으로, 2007년엔 자스닥에까지 상장됐다. 쵸시마루의 인기 비결은 3가지로 모아진다. ①초밥의 신선도 ②독특한 분위기 ③경영자의 이념이다.

①초밥의 신선도
뭐니뭐니해도 쵸시마루의 최대 강점은 초밥의 신선도에 있다. 직원들이 직접 항구로 가서 감정하고, 낙찰된 생선을 각 점포로 직송한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점포를 수도권으로 한정하고 있다. 도쿄 도내에 87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전체 매출은 188억엔(1917억원).

②점포 분위기
쵸시마루의 점포 분위기는 특이하다. 마치 극장공간(劇場空間)을 연상시킨다. 한 마디로 ‘극장형 가게’. 직원들은 극단 배우, 손님은 관객이다. 직원들은 공연을 하듯 목소리를 낸다.

점포 내에는 일본 회전초밥집에서는 보기 드문 활어조(活魚槽)가 있다. 배우(직원)는 관객(손님)이 보는 앞에서 생선을 바로잡아 회를 뜨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참치 해체쇼와 함께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들만의 비법이다.

③경영자의 이념
기업 성공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은 경영자의 ‘마음 자세’다. 쵸시마루도 예외는 아니다. 쵸시마루의 1대 사장은 창업자인 호리치 하야오(堀地速男)씨다. 1998년 1호점을 개업하면서 지금의 브랜드를 붙였다. 그는 ‘고객 만족’을 모토로 정했다. 단순한 고객 만족이 아니다.

쵸시마루는 현재 호리치 하야오씨의 부인인 호리치 히로코(堀地ヒロ子)씨가 회장을, 이시다 미츠루(石田満)씨가 사장(2대)을 맡고 있다. 창업자 호리치 하야오씨는 암으로 2016년 세상을 떠났다.

방송에 따르면, 일본은 1970년대 후반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겨나면서 외식 붐이 불었다.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인 건 아내 히로코씨였다. 남편에게 먼저 사업 제안을 한 것이다. 당시 도시락이나 반찬가게의 테이크아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을 읽은 아내 히로코씨는 남편에게 “테이크아웃 초밥집을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렇게 쵸시마루 간판을 단 가게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1년 만에 점포 5개를 순식간에 열었다.

사업이 잘되면서 욕심을 부렸다.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해 남편 하야오씨는 라면, 돈가스, 중화요리, 심지어 부동산, 학원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부부 둘이 시작한 사업은 금새 종업원이 500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급격한 사업 확대가 화근이 됐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하나 하나씩 접어야 했다.

답답하던 차에, 남편이 1997년 미국으로 시찰을 떠났다. 그는 인기 있는 한 햄버거집 사장에게 매출을 올리는 경영 포인트를 물었다. “매출은 둘째입니다. 경영은 먼저 이념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이런 답변을 들은 하야오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귀국하자마자 이념을 확립하는데 힘썼다. 그렇게 만든 이념이 ‘고객의 감사와 기쁨을 얻는 것’(お客様の感謝と喜びを頂く)이었다. 이런 이념으로 ‘무장’한 부부는 이후 회전초밥 사업에만 집중했다.

부부의 벤치마킹도 계속됐다. 당시 일본의 회전초밥집 형태는 카운터석으로만 운영됐고, 가격도 한 접시에 ‘100엔 균일가’였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던 것이다. 전국 회전초밥집을 둘러보던 부부는 한 초밥집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 가게는 가족끼리 앉을 수 있는 테이블석에다, 디저트도 제공되고 있었다. 또 접시 색깔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신선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방은 ‘그저 그랬다’. 이미 가공되어 신선도가 떨어진 생선 횟감과 기계가 만드는 샤리(シャリ:초밥에서 쌀밥 부분)로 초밥을 만들고 있었다. 이를 본 남편 하야오씨가 무릎을 탁쳤다.

신선한 생선을 직접 매입해 보자고 다짐했다. 그걸 손님 앞에서 직접 요리했다. 쵸시마루만의 ‘새로운 초밥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하야오씨는 ‘지금 없다’.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2016년 아내 곁을 떠났다.

현재 쵸시마루는 출장 회전초밥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방송에서 꽤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여기다. 외식을 잘 할 수 없는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 회전 레일을 설치하고 노인들이 회전초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숨어있는 소비자들’이었던 셈이다. 쵸시마루는 이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이외에 개인이나 회사 파티 수요도 많다고 한다. ‘유스케’(YASUKE)라는 비지니스맨들을 대상으로 한 초밥집도 운영을 시작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 교육도 남다르다고 한다. 11년 연속 미슐랭을 획득한 초밥집에 직원들을 연수 보내고 있다.

프로그램을 다보고 나니 강한 메시지가 가슴에 박혔다. 창업자 하야오씨가 현 사장인 이시다씨에게 남긴 말이다. “초밥을 팔지 말고, 이념을 팔아라.”(寿司を売る な、理念を売れ)

이를 거꾸로 말하면 ‘경영 이념 없는 사업은 금방 망한다’는 교훈이 아닐까.<선설아 재팬올 서포터즈, ‘다노’ 글로벌비즈니스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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