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도지사'가 뽑힌 이유...홋카이도 현지교민 인터뷰
'38세 도지사'가 뽑힌 이유...홋카이도 현지교민 인터뷰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4.1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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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지사로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38)
홋카이도 지사로 당선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38)

“지난 7일 치러진 제19회 지방선거에서 16년 만에 북해도(홋카이도)의 도지사가 바뀌었습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자민당과 공명당의 추천으로 출마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38) 전 유바리(夕張) 시장이 당선됐습니다.”

삿포로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임문택 대표의 말이다. 임 대표는 삿포로에서 교육 사업(무지개어학원)과 무역업(주식회사 시나브로)을 하고 있다. 2004년 2월 삿포로에 정착한 그는 16년 째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른바 ‘현지통’이다.

재팬올은 이번 일본 지방선거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홋카이도 대결과 관련, 임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30대 최연소 지사’ 탄생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이번 선거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 성격이다. 아베 정부의 개헌 드라이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최대의 이변이 일어난 곳은 홋카이도였다. 38세의 스즈키 나오미치 후보가 중의원 3선 출신인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46) 야당 후보를 꺾은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홋카이도는 전국 유일하게 여야(자민당 vs 입헌민주당) 대결의 장(場)이 됐다. 홋카이도 선거의 포인트는 지역적 특색에 있다. 이곳은 역대로 유독 야당세(민주당)가 강했다.

현재 지사직을 맡고 있는 사람은 여성인 다카하시 하루미(高橋はるみ) 지사다. 경제 산업성 관료 출신인 그는 2003년 홋카이도 지사에 첫 당선됐다. 2015년 4월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지사로는 최초로 4선에 성공했다. 2003년 4월 지사직을 시작한 그의 임기는 올해 4월 22일까지다.

다카하시 지사는 7월 참의원 선거 출마를 굳히면서 이번 지사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 무소속을 유지해온 그는 지난해 12월 자민당에 입당했다. 그 지사직 자리를 두고 스즈키, 이시카와 두 여야 후보가 맞붙은 것이다. 임문택 대표의 말대로 16년 만에 도지사가 바뀌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에서는 선거에 이기려면 3가지가 필수적인데, 이를 3방(三バン)이라고 한다. 지방(地盤=지역기반과 조직), 칸방(看板=지명도), 가방(鞄=자금력)이다. 그런 면에서 스즈키 후보의 당선은 의외라는 분석이다.

먼저 지방(地盤)에서 열세였다. 홋카이도가 아닌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 출신이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 후보는 홋카이도가 고향이다.

스즈키 후보는 또 칸방(看板)에서도 뒤진다. 도쿄 하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그는 홋카이도의 작은 소도시 유바리에 파견돼, 시장까지 올랐다. 이에 반해 이시카와 후보는 3선(2007~2013년)의 중의원 출신이다. 게다가 정계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의 개인비서까지 했다.

학벌에서도 밀리기는 마찬가지다. 스즈키 후보는 고교 시절 경제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주경야독으로 호세이대 야간학부를 졸업했다. 반면 이시카와 후보는 와세다대 상학부 출신이다.
 
이런 열세에도 스즈키 후보가 당선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임문택 대표는 “홋카이도의 소도시인 유바리시는 북해도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도시 전체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11년 전에 재무 파탄을 맞은 도시였다”고 말했다.

도쿄 하급 공무원이던 스즈키 후보가 유바리시에 파견된 건 2008년 1월이다. 탄광도시였던 유바리시가 빚에 쪼들려 파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재건에 힘을 보탰다. 스즈키 후보는 2011년 도쿄 공무원직 사표를 내고 유바리 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전국 최연소 시장(31세) 당선.

그는 시 직원과 시의원 수를 대폭 줄이고 공공시설을 민간에 파는 등 대대적인 ‘빚 갚기’에 나섰다. 도시 재생에 나선 스즈키 후보의 그런 이미지가 홋카이도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지사직에까지 도전하게 됐다. 이에 대해 임문택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스즈키씨는 당선 인터뷰에서 8년 동안의 유바리 시장 경험이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재정 파탄의 유바리시를 다시 일으킨 업적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 합니다.”

30대 젊은이의 추진력에 홋카이도 주민들이 공감했다는 얘기다. 스즈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162만 표를 얻어 이시카와 후보에게 66만 표나 앞섰다. 압도적인 승리 뒤에는 스즈키 후보만의 전략이 있었다고 한다.

임문택 대표는 “스즈키씨가 내건 ‘핀치를 찬스로’(위기를 기회로:ピンチをチャンスに)라는 슬로건은 지금의 북해도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과 북해도의 면적이 거의 비슷한데, 이 큰 땅에 겨우 약 5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삿포로에 약 200만 명을 비롯해 아사히카와에 35만 명, 하코다테에 30만 명 정도가 거주하죠. 하지만 그 외의 도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위기 상태이죠. 이런 ‘핀치(위기)를 찬스(기회)로’ 바꾸고 싶은 북해도민들의 염원이 이번 선거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당면한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인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지역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데, 야당 후보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홋카이도 주민들의 민심이라는 것이다. 임 대표의 말을 따르면, 홋카이도는 지역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변방’이라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투표율은 58.34%로, 역대 가장 낮았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북해도 사람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30대의 젊은 도지사에게 거는 임 대표의 바람도 커보였다.  “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북해도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즈키씨의 패기와 도전 정신이 북해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연소 시장(31세)에서 최연소 지사(38)로 지명도를 높인 스즈키 나오미치씨의 임기는 4월 23일부터 시작된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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