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의, 야쿠시마 B컷 에세이’/ 데칼코마니
‘이재우의, 야쿠시마 B컷 에세이’/ 데칼코마니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4.15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팬올이 ‘야쿠시마 사진전’ 개최(5월 31일~6월 13일, '삼청동 4차원') 사전 작업으로, ‘야쿠시마 B컷 에세이’를 연재 중입니다. 야쿠시마 사진 한 장에서 뽑아올린 단상(斷想)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저걸 찍어? 말어?”
야쿠시마숲을 오르다 고민에 빠집니다. 폭포 풍광이 너무 멋져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이 다들 굴뚝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쏟아지는 비.

우산을 옹기종기 쓴 사람들은 카메라를 방수팩에서 꺼내기가 망설여집니다. ‘에라~ 모르겠다’ 서너 컷 찍었다가는 물먹은 카메라가 되기 십상이니까요. 그래도 한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사진 찍기를 감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럴 땐, 굳이 캐O. 니O, 올OOO같은 카메라를 꺼내진 마세요. 대신 ‘데칼코마니’(Decalcomanie)라는 카메라를 가동시켜 보세요. 비에 젖지도 않고 노출도, 초점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됩니다.

셔터는 손이 아니라 가슴으로 누릅니다. 가슴이 원하는 피사체를 수동이든, 자동이든 마음껏 찍어도 됩니다. 배터리가 무한대이니까요. 야쿠시마를 기계로는 담지 못해도 마음으로는 충분히 담아 올 수 있습니다.

야쿠시마를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 가슴에 불현 듯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헤집고 간 자리에 야쿠시마가 나타납니다. 그 모습과 선명함이 실제 야쿠시마와 포갠 듯 일치합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에디터 이재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