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의, 야쿠시마 B컷 에세이’/ 요괴 대왕
‘이재우의, 야쿠시마 B컷 에세이’/ 요괴 대왕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9.04.18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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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올이 '야쿠시마 사진전 개최'(5월 31일~6월 13일, 삼청동4차원) 사전 작업으로, '야쿠시마 B컷 에세이'를 연재중 입니다. 야쿠시마 사진 한 장에서 뽑아올린 단상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느닷없이 요괴 형상의 나무가 앞을 가로막아 섭니다. 나무 밑동인지, 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큰 구멍이 쑹쑹 뚫리고 심하게 뒤틀려 있습니다. 어찌보면 외눈박이 요괴 같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곱사등이 같기도 합니다.

흉측스런 이 나무를 보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 3세’를 떠올렸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작품에서 리처드 3세를 뒤틀린 몸을 가진 곱사등이로 묘사했습니다.

작품 속에선 ‘지금은 불만에 가득찬 겨울’(Now is the winter of our discontent)이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나무의 얼굴을 자세히 한번 들여다보세요. 영락없이 ‘불만에 가득찬’ 요괴 대왕의 얼굴이 아닌가요?

이 나무도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겠죠. 매끈하고 잘생긴 몸은 비바람, 폭풍우, 인간들의 도끼질 때문에 서서히 제 모습을 잃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얼굴은 이렇게 생겨도 숲에선 ‘갑’입니다. 사람들이 숲으로 올라가려면 이 요괴 대왕의 가랑이 밑을 지나가야 하니까요. 가랑이 밑에 늘어선 나무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습니다. 야쿠시마에서 만큼은 이 요괴 대왕이 숲을 지킨다고 해야 할까요? <이재우 기자, 비영리매체 팩트올 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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