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북 한 줄’/ 성공 기억 상실증
‘비즈니스북 한 줄’/ 성공 기억 상실증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05.29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의점이 처음 탄생한 곳은 미국이다. 일본이 아니다. 얼음 판매 회사인 사우스랜드(Southland Ice Company)가 텍사스 주 댈러스시에 오픈한 것이 최초의 편의점이다. 얼음과 함께 간단한 먹거리 구매를 원했던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세상에 없던 가게’를 처음 선보인 것이다. 이 회사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아침 7시~ 밤 11시까지 영업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호명을 ‘세븐 일레븐’으로 정했다. 1946년의 일이다.

일본에서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었던 이토요카도(イトーヨーカ堂)라는 회사는 1970년대 편의점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회사가 1973년 미국 편의점 체인인 사우스랜드와 제휴를 맺고 ‘세븐 일레븐 재팬’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토요카도는 이듬해인 1974년 사우스랜드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세븐일레븐 재팬 1호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1991년 사우스랜드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거꾸로 이토요카도가 회사를 사들였다. 이 일은 세븐일레븐 재팬이 일본 편의점업계 1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2018년 9월 9일 재팬올 기사)

 

세븐일레븐을 만든 그 중심에는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87)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이토요카도에 평사원으로 입사(1963년)한 그는 이토요카도 대표이사(1992년), 세븐일레븐재팬 CEO(2003년)를 거쳐 세븐&아이홀딩스 회장 겸 CEO(2005년) 자리에 올랐습니다. 세븐&아이홀딩스는 모기업 이토요카도와 세이부백화점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거대 유통 체인이죠.

정리하자면 ‘세븐일레븐=스즈키 도시후미’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스즈키 도시후미에겐 ‘일본 유통업계의 대부’, ‘편의점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닙니다. 그는 “끊임없이 과거의 낡은 규칙을 깨부숴야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창조적 파괴’라는 것이죠. 이번 ‘비즈니스북 한 줄’은 스즈키 도시후미의 책 ‘1만 번의 도전’입니다.

①저자: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 편저
②출판사: 지식공간
③옮긴이 및 출판년도: 김정환, 2010년

스즈키 도시후미가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매너리즘 타파’입니다. 그는 매너리즘 타파와 관련 “성공엔 기억 상실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섣부른 성공에 도취해서는 안된다는 경계(警戒)일 겁니다. 또 성공을 잊어버리고 뒤따라오는 도전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죠. 스즈키 도시후미는 성공 기억 상실증과 관련해 이렇게 썼습니다.

<예전에 나는 이토요카도 그룹의 패밀리 레스토랑인 데니스에 라멘을 팔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간부들은 반대의사를 개진했다. “데니스는 미국에서 수입한 레스토랑입니다. 라멘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뜻을 굽히지 않고 라멘 도입을 강행시켰다. 얼마 뒤 손님들의 좋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여기가 끝인가? 나는 성공했고, 의기양양하게 다니면 그만인가? 아니다. 데니스의 라멘 성공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즉 라멘의 맛을 얼마나 개량할 것인가, 맛에 얼마나 깊이 연구하느냐 하는 문제가 다음 이슈였다.>

첫 성공에 안주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이런 케이스라면, 기억 상실증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듯 싶네요. 스즈키 도시후미 전 회장의 일련의 경영 철학과 이념을 일본에서는 ‘스즈키류 경영학’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에디터 김재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