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DJ 일본어 통역했던 외교관의 귀환
20년 전 DJ 일본어 통역했던 외교관의 귀환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5.24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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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8일, DJ와 오부치 회담 통역
조세영 국립외교원장, 외교 1차관으로 컴백
"배짱있고 한일관계 깊게 고민하는 분" 평가
1998년 10월 8일, DJ와 오부치 회담 일본어 통역을 하던 조세영 차관( DJ 뒤쪽). photo=조세영 저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 208쪽 캡쳐.
1998년 10월 8일, DJ와 오부치 회담 일본어 통역을 하던 조세영 차관( DJ 뒤쪽). photo=조세영 저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 208쪽 캡쳐.

“굽신거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한 고참 외교관은 재팬올 기자에게 새로 기용된 조세영(58, 외시 18회, 국립외교원장) 외교 1차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거 조 차관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이 외교관의 말을 더 듣기 전에, 잠시 시계를 1998년으로 되돌려 보자.

# 20년 전 DJ 일본어 통역했던 외교관
그해 10월 8일, 일본 도쿄에서 김대중 대통령(DJ)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날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라는 획기적인 청사진이 발표됐다. 당시 도쿄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DJ의 통역을 맡았던 이가 바로 조세영 차관이다.
 
그런 그가 20년 만에 외교부의 ‘넘버2’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조 차관은 전형적인 ‘일본통’이다. 주일본대사관 공사참사관을 지낸 그는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을 끝으로 30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했다.(2012년 당시 한일정보보호협정 문제로 외교부를 떠났다)

이후 ᐅ동서대 특임교수 근무 ᐅ1인 연구소 ‘살아있는 정치외교연구소’를 운영해 왔고,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에 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조 차관은 문재인정부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던 ‘재팬 스쿨’(외교부 내 일본 전문가 그룹)의 대표적인 리더격이다. 그런 ‘재팬 스쿨’ 출신 차관 기용은 박석환 전 1차관(2011~2012) 이후 8년 만이다. 조 차관의 기용을 두고 외교가(街)는 “꼬이고 꼬인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 “배짱 있고 잘 굽히지 않는 사람”
다시 해외공관 근무 고참 외교관의 말이다. 이 외교관은 조 차관에 대해 ‘배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외교부에 들어가서 만난 몇 안되는 존경할 만한 분이다. 아마 대체적으로 평이 좋을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잘 굽히지 않는 성격이고, 배짱 같은 것도 있는 분이다. 일본 내에 인맥도 많고 직원들에게 원칙을 지키면서도 잘 대해줬다. 나름 철학이 있고 그걸 지키는 사람이다.>

글의 방향을 잠시 틀어보겠다. 논어 태백(泰伯)편에는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이라는 말이 나온다. ‘책임은 막중하고 갈 길도 멀다’라는 뜻이다. 조 차관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일단 조 차관 자신으로서는 책임이 막중하다. 외교는 정부의 여느 부서와는 달리,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무너진 일본 외교라인을 복원하는 게 급선무다.

넓게는 국가적으로, 한일관계의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한일관계는 그 중간에 ‘국민 정서와 역사’가 또아리 틀고 있어서 쉽게 풀 수 없는 난제다. 특히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들이 그렇다. 양 국가의 논리만으로 풀어질 일도 아니다. 그런 한일관계는 현재 한 발짝 나아가기는커녕 옴쭉달싹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 “한일 관계를 진짜 고민하는 분”
이에 대해 고참 외교관은 “한일관계라고 하면 누구나 한 마디씩 던진다”며 “그런데 진짜 그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많은 공부와 노력, 고민이 필요한데, 실제 그걸 하는 분이 조 차관”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개인적인 주장이지만 조 차관의 기용은 잘 된 일이다. 수식어를 하나 붙이자면 ‘정말’ 잘 된 일이다. 조 차관의 행보에 따라 논어에 나오는 ‘갈 길 먼 길’(道遠)이 짧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조 차관의 고민을 읽을 수 있어서다. 그는 한일 국교정상화 50년을 앞둔 2014년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출간)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 ‘한일관계 2.0’은 어떻게?
<‘한일 관계 1.0’(1965년 체제) 버전에서 ‘한일 관계 2.0’ 버전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심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일 관계 1.0’은 한계에 부딪혔는데, 아직 ‘한일관계 2.0’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년이 흐른 지금, 신분이 바뀐 그의 시야에 ‘한일관계 2.0’은 어떤 모습일까. 또 그는 ‘한일관계 2.0’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 나갈까.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외교가(街)도 ‘일본통’ 조세영 차관을 주목하고 있다.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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