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피아트 합병 추진...닛산 ‘아닌 밤중에 홍두깨’
르노&피아트 합병 추진...닛산 ‘아닌 밤중에 홍두깨’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05.3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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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자동차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의 ‘실각’ 이후 최대주주인 프랑스 르노가 경영통합을 타진해 오고 있는 시점에서 사건이 터졌다. 구미자동차그룹 FCA(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가 5월 27일 르노에 깜짝 합병을 제안하면서다.

FCA는 2009년 피아트그룹이 파산보호중인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후 2014년 양사 합병(Fiat Chrysler Automobiles)으로 탄생한 회사다. 르노는 현재 동맹(alliance)이라는 이름으로 닛산·미쓰비시와 연합 체계를 이루고 있다. 르노가 닛산의 지분 43.4%를, 닛산이 르노의 주식 15%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4월 르노 측이 닛산 측에 합병을 제의했다. 하지만 닛산은 이를 거부했다. 그런 긴장 상태가 계속되는 상태에서 FCA와 르노간의 합병 이야기가 흘러 나온 것이다.

FCA는 통합 제안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합병은 50대 50, 네덜란드에 지주회사를 두고 그 산하에 르노와 FCA가 포진하는 형태”라고 발표했다. FCA는 통합으로 “연간 50억유로(약 6조6000억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보도자료 내용: In excess of €5 billion estimated annual run rate synergies incremental to existing Renault-Nissan-Mitsubishi Alliance (Alliance) synergies)고 했다.

FCA(484만대)와 르노 연합세력(르노, 닛산 미츠비시 3사 1075만대)의 통합이 실현될 경우,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에서 독일의 폭스바겐(1083만대)과 도요타(1059만대)를 제치고 톱자리(1559만대)에 오르게 된다.

①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통합 추진에는 르노 연합세력과 FCA 사이에 복잡한 이해관계와 득실이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외국 언론들의 보도의 요점은 통합에 따른 효과와 닛산의 스텐스 2가지다.

니혼게이자이는 “4개사의 세계 판매는 총 1500만대를 넘어 선두가 된다”며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손을 잡는 것”이라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FCA는 수익의 대부분을 북미에 의존하고 있고, 유럽이 주력 시장인 르노와 보완 관계에 있다”며 “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한 FCA가 대중차 위주인 르노에게 효과적인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② 닛산의 스텐스는?
아사히신문은 “르노가 FCA와의 경영통합을 우선하면, 닛산에 대한 압력은 일단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ルノーがFCAとの経営統合を優先すれば、日産への圧力はいったん弱まる可能性もある)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르노가 FCA와의 통합을 통해, 닛산과의 합병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닛산은 지금까지 르노의 통합 제안을 거부해 왔지만, 르노측의 규모가 확대되면 협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SBI 증권의 한 수석 에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르노와 FCA가 가지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닛산이 제공할 수 있다”며 “다만, 닛산은 통합에 반대할 것이다. 철저하게 항전하고 있는 닛산을 힘으로 통합하려고 하면 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르노와 FCA엔 카리스마 경영자가 없다?
그런데 아사히신문은 다른 시각에서 통합 제안을 바라봤다. 이 신문은 “이 두 그룹(르노와 FCA)에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룹을 좌지우지 했던 카리스마 경영자가 돌연 사라진 것”(この2グループにはある共通点がある。グループを引っ張ったカリスマ経営者が突然消えた、ということだ。)이라고 전했다. 아사히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아사히의 보도대로, 르노와 FCA에는 지난해까지 카리스마 CEO가 존재했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전 회장과 FCA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 CEO다. 하지만 곤 회장은 회사 자금 등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이 뒷수습을 하고는 있지만, 카리스마가 곤 전 회장에는 미치지 못한다.

곤 전 회장의 구속 여파로 닛산의 회사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었고, 이는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닛산의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순이익이 전년도 대비 57.3%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FCA의 경영자 상황은 어떨까. FCA는 2018년 7월 21일 마이클 멘리(Michael Manley)를 새 CEO로 임명했다. 마이클 멘리는 2009년부터 FCA 지프(Jeep)부문 수장을 맡아왔다. 마이클 멘리의 CEO 지명 이전, FCA에는 ‘그 유명한 경영자’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가 있었다. 2004년 CEO에 오른 그는 14년간 FCA를 이끌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이탈리아 출신 캐나다 사업가다. 가족들이 캐나다로 이민해 오면서 캐나다, 이탈리아 이중 국적을 가졌던 그는 유창한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실력을 경영에 이용했다. 

피아트그룹이 크라이슬러를 인수(2009년)한 것도 그의 CEO 재직 시절 일이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크라이슬러 인수(2009년)를 주도했고, 페라리 사업을 분사(2015년)했던 그런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돌연 지난해 7월 25일, 어깨 외과수술에 따른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66세)했다.

해외언론들은 그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블룸버그는 당시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회사 가치를 10배 이상 향상시켰다”고 보도했다.

미국 비즈니스 채널 CNBC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를 ‘자동차 산업의 전설’(legend of automotive industry)로 묘사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그의 세대에 가장 과감했던 비즈니스 리더 중 한 사람’(one of the boldest business leaders of his generation)이라고 지칭했다.

①+②+③ 3가지 측면에서 르노와 FCA의 통합 제안을 종합해 봤다. 아직까지는 실현 여부가 미지수다. 일본의 한 매체(response.jp)는 “통합 제안이 닛산에 길(吉)이 될지, 흉(凶)이 될지는 미묘하다”고 전했다. 르노의 인수 제안에 강하게 버텨왔던 닛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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