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바뀌는 '일본 연호'의 역사①
2019년에 바뀌는 '일본 연호'의 역사①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8.12.3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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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월 7일 새 연호를 들고 있는 오부치 게이조(당시 관방장관).

올해 5월, 일본의 왕이 바뀐다. 1989년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연 아키히토 일왕이 물러나고, 왕세자 나루히토가 새로운 왕에 등극한다. 일본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새로 등장하는 ‘연호’다. 일본 정부는 등극식 한달 전인 4월 1일 새 연호를 공표할 방침이다. 재팬올이 일본 연호의 역사를 살펴봤다. 

 

1989년 1월 7일, 일본 국민과 매스컴들은 온통 이 남자의 입에 주목하고 있었다. 쇼와(昭和) 국왕의 사망(87세)으로 일본의 새로운 연호(新元号)를 발표하는 기자 회견장이었다. 이날 발표의 주인공은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관방장관. 그는 국민들 앞에 평성(平成: 헤이세이)이라는 새 연호가 적힌 액자를 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따라시이 겐고와 헤이세이데 아리마스”(새로운 연호는 헤이세이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일본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겐고’는 연호(年号)를 의미하는데, 일본 표기로는 원호(元号)라고 주로 쓴다. 올해 2019년은 평성 31년이 되는 해이다. 연호는 일본 정부나 관공서 문서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정부의 외교 청서를 보면 ‘平成30年版外交青書(外交青書2018)が発売されました’(평성 30년판 외교청서가 발매됐다)고 나와 있다. 평성 30년이라는 표기가 ‘2018’보다 앞선 것이다.

다시 오부치 장관 얘기. 당시 새 연호를 발표한 오부치에게는 ‘헤이세이 장관’(平成長官), ‘헤이세이 아저씨’(平成おじさん)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그만큼 연호 발표라는 의미가 일본 국민들에게 강하게 각인된 것이다. 오부치는 9년 뒤인 1998년 7월, 85대 총리에 올랐지만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오부치의 발표는 한 시대의 마지막과 새 시대의 개막을 동시에 의미했다. ‘마지막’은 쇼와 국왕의 63년(1926년12월~1989년 1월)에 걸친 치세가 막을 내린 것을 말한다. ‘개막’은 125대 평성 국왕인 아키히토의 새로운 시대를 뜻한다. 아키히토 국왕은 아버지가 87세까지 장수하면서 56세의 늦은 나이에 왕위를 물려 받았다.

그런데 일본 국민들은 오부치 장관이 했던 그런 발표를 올해 5월 1일 다시 보게 될 전망이다. 현 아키히토 국왕이  2016년 8월 ‘생전 퇴위’ 의향을 밝히면서다. 그는 올해 2월 24일, 즉위 30년을 맞게 된다.  4월 말을 데드라인으로 그의 치세기간인 헤이세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그의 아들 나루히토(덕인:德仁) 왕세자가 바통을 이어 받는다. 거의 2세기 만에 국왕의 사망이 아닌 생전 퇴위가 되는 것이다.

일본의 연호(원호)법에 의하면, ‘연호는 황위의 계승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바뀐다’(元号は、皇位の継承があつた場合に限り改める)고 규정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일본에서는  5월 1일을 기점으로 248번째의 연호가 등장하게 된다. 만약 스가 요시히데 현 관방장관이 경질되지 않고 그때까지 남아 있다면 새로운 연호 발표는 그의 몫이 된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연호는 메이지,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로 바뀌어 왔다.

재미있는 것은 나루히토의 나이가 아버지가 왕위를 물려받았을 때 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나루히토는 올해로 58세가 된다. 나루히토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 영국 유력 잡지 이코노미스트의 사라 버크(Sarah Birke) 도쿄 지국장은 지난해 초 ‘일본 새 황제의 시대’(Japan paves the way for a new emperor)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바 있다.

사라 버크는 “나루히토 왕세자는 선왕의 자리를 대신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Naruhito will find it hard to fill his father’s shoes.)이라며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버지 아키히토 국왕과 비슷한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왕처럼 ‘국민 오지상’(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보이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에디터 이재우>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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