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파’가 득세하는 혼다의 속사정
‘중국파’가 득세하는 혼다의 속사정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9.07.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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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고 사장과 부사장 쿠라이시는 입사동기
중국시장 총괄했던 '중국파'...인사권 장악
주류였던 북미시장파의 불만 표출 등 위기

# 창업가문이 경영하지 않는 혼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 혼다(혼다기연공업:本田技研工業)는 창업 가문이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게 전통이었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는 비교적 이른 나이인 65세(1973년)에 용퇴했다.

그는 회사에 혼다(本田) 성을 가진 친인척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다. 혼다 소이치로가 후계자로 뽑은 사람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45세에 불과한 가와시마 기요시(河島清好)라는 사람이 경영을 이어 받았던 것.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를 포함한 혼다의 사장 계보는 아래와 같다.

ᐅ초대 사장 (한자명과 재직 기간)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1948~1973)

ᐅ2대 사장
가와시마 기요시(河島清好:1973~1983)

ᐅ3대 사장
구메 타다시(久米是志:1983~1990)

ᐅ4대사장
카와모토 노부히코(川本信彦:1990~1998)

ᐅ5대 사장
요시노 히로유키(吉野浩行:1998~2003)

ᐅ6대 사장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2003~2009)

ᐅ7대 사장
이토 다카노부(伊東孝紳:2009~2015)

ᐅ8대 사장
하치고 다카히로(八郷隆弘:2015~현재)

오너 자녀들이 회사에 발을 못 붙이는 전통을 이어온 혼다는 그동안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8대 사장 하치고 다카히로가 취임하고부터는 내부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과거 혼다는 주력차 피트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다. 당시 경영자가 7대 사장인 이토 다카노부(伊東孝紳)다. 이토 사장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현재 사장인 하치고 다카히로다.

혼다 사장 하치고 다카히로(八郷隆弘)와 부사장 쿠라이시 세이지(倉石誠司). 두 사람은 혼다의 중국시장을 총괄한 '중국파'다. photo=혼다 홈페이지.

# 입사동기가 나란히 사장, 부사장
혼다는 현재 입사 동기가 나란히 사장, 부사장을 맡고 있다. 전 세계 글로벌기업 어디를 봐도 찾기 어려운 희귀한 케이스다. 현사장 하치고 다카히로(八郷隆弘)와 부사장 쿠라이시 세이지(倉石誠司)는 1982년 혼다에 함께 입사했다. 하치고가 1959년생, 쿠라이시는 1958년생이다. 둘은 혼다의 중국시장을 총괄했던 대표적인 ‘중국파’다.

승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했다. 2013년엔 쿠라이시가 하치고의 상사였다. 쿠라이시가 중국 총괄 사장(유한공사총경리), 하치고가 총괄 부사장(유한공사부총경리)을 맡았다. 그러다 2014년엔 똑같이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엔 상황이 역전됐다. 하치고는 2015년 전무에 이어 같은 해 사장에 올랐다.

쿠라이시도 2016년 전무로 승진, 곧바로 부사장 자리에 오르는 등 출세가도를 달렸다. 하치고 사장은 2017년 4월, 최고경영책임자(CEO)까지 맡게 됐다. 쿠라이시 부사장 역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해 2인자 지위를 굳혔다. 입사 동기생에다 ‘중국파’인 두 사람이 인사권을 장악하게 된 셈이다.

# 전무가 회장으로 기용 재밌는 인사
올해 2월엔 혼다에 재미있는 인사가 났다. 전무가 회장으로 승진 기용된 것. 미코시바 도시아키(神子柴寿昭) 전무는 2016년부터 공석이었던 회장을 맡게 되었다. 미코시바는 1957년생으로, 사장과 부사장보다 연장자다. 입사(1980년)도 두 해 더 빠르다.

미코시바 회장 역시 중국파로 분류된다. 2014년 6월까지 중국 합자회사의 총경리(사장)를 맡았다. 이후 그는 북미혼다와 아메리칸혼다 사장 겸 CEO를 지냈다.

사실 하치고 사장 이전까지 혼다 경영진의 주축은 북미담당 출신자들이었다. 그런데 하치고가 사장에 오르면서 무게중심이 중국파로 기울었다. 미코시바의 회장 기용을 두고 이런 목소리(혼다 전직 임원)도 있다.

“(실은 부사장인) 쿠라이시가 회장이 되는 안도 있었지만, 이러면 점점 더 미국파의 불만이 심해지기 때문에 그 절충안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를 경험한 미코시바 도시아키가 회장에 선임된 것이 아니겠느냐.”

# 혼다 최초의 여성 임원도 ‘중국파’
하치고 사장 체제에서는 2016년 혼다 최초의 여성 임원도 탄생했다. 주인공은 스즈키 아사코(鈴木麻子, 55)로, 그 역시 ‘중국파’로 통한다. 1987년 혼다에 입사한 스즈키 아사코는 해외 영업을 오래 했다. 2014년부터는 동풍혼다자동차유한공사(東風本田汽車有限公司) 총경리(사장)을 맡았다. 동풍혼다는 중국 동풍자동차그룹과의 합자회시다.

이처럼 중국 시장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출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주류였던 ‘미국파’와의 대립과 갈등이 깊어졌다. 게다가 실적이 떨어지고 평균 연령이 높다는 점도 혼다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 “'기술 혼다'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혼다가 5월 8일 발표한 2019년 3월기 결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3.4% 증가한 15조 8886 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업 이익은 12.9% 감소한 7263억 엔으로 집계됐다. 영업 이익률은 4.6%로, 도요타(8.2%)나 경차 중심인 스즈키(8.4 %)보다 훨씬 낮았다. 혼다의 평균 연령은 45세로, 39세인 토요타보다 고령화 집단이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경제저널리스트 이노우에 히사오(井上久男)는 혼다의 이런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일본 시사매체 주간현대 6월 20일)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가 구축한 ‘기술의 혼다’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本田宗一郎が築き上げた「技術のホンダ」に危機が忍び寄っている) <이재우 기자, 재팬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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