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사용 집착하는 일본…그 이유는 뭘까?
현금 사용 집착하는 일본…그 이유는 뭘까?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7.0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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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캐시리스’(CASHLESS:무현금) 결제 비율은 18% 정도다. 80%대 한국과 60%대 중국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30~50%대인 유럽의 나라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외국인들이 일본을 방문할 경우, 현지 매장에서 5000엔 이하의 소액 결제는 대부분 현금 결제를 요구받는다. 결제 후진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캐시리스 결제 비율을 2027년까지 40%로 높일 예정이다.

QR 코드 결제 표준을 만들고, 사업자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소 소매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결제 수단의 갈라파고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은 왜 카드 사용을 꺼리고,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걸까.

"개인 정보 제공되는 것 꺼리는 성향"

산케이신문은 “일본이 ‘캐시리스 후진국’라고 야유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 국민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잘 갖추어진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망 때문에 어디서나 24시간 현금 인출이 가능해, 일상적인 결제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알리페이 결제가 보편화 됐다. 이런 경향은 위조 지폐 유통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산케이는 “위폐가 거의 나돌지 않는 일본에서는 그만큼 소비자들의 현금에 대한 믿음이 뿌리 깊다”고 했다. 컨설팅 회사의 한 관계자는 산케이에 “정부가 진정으로 캐시리스화를 추진하려고 한다면, 고액권을 폐지하고 현금 사용을 불편하게 하는 강경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다이아몬드 역시 “일본은 치안이 좋고, 위조 지폐도 적은 데다가, ATM 등 금융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서 현금 결제가 편리하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관계자는 이 매체에 “일본인들은 개인 정보가 제3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꺼리는 국민성도 갖고 있다”며 “카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비용 절감을 도모하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현금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으로 지불할 경우, 세금을 환급해주는 시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럼, 일본인들이나 그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캐시리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사회 전반에 대한 분석력이 강한 일본 언론인 출신에게 먼저 질의를 했다. 당사자는 이토 슌이치 나고야 쥬부(中部) 대학 인문학부 겸임 교수다.

"일본은 '슈카이오쿠레' 상황"

이토 교수는 재팬올과의 메시지 대화에서 ‘슈카이오쿠레’(周回遅れ)라는 표현으로 일본과 일본인들의 성향을 설명했다. 그는 “슈카이오쿠레는 유행이나 화제에서 크게 늦어지거나 뒤떨어지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이토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에서는 ‘캐쉬리스 사회’(현금없는 사회)가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은 ‘주회지연’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확실히 그런 측면은 있지요. 여기에는 농경 민족의 인간 관계가 짙게 남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인들은 통상 반경 500미터 이내에서 활동하고 하루를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은 그렇지 않지만 주부나 고령자, 고교생 이하 사람들은 자신이 생활하는 도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굳이 신용 카드를 쓸 필요도 없고, 캐시리스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이토 교수는 특히 고령자들의 습관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근처의 슈퍼나 편의점, 시장에서의 쇼핑 등은 현금 결제가 대부분”이라며 “고령자 중에는 아무리 고액이더라도 현금 결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토 교수는 또 “신용이 곧 빚이라는 생각이 침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카드를 쓰게 될 경우, 그 돈을 나중에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토 교수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현금을 사용하는 경향의 경우 현금을 들고 다니는 여러 가지 위험이 있고, 인터넷 시대(여행 예약이나 통신판매)에는 이미 맞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용 카드가 빚이라고 해도, 직불카드 같은 ‘즉시 이체’라는 결제 방법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자 화폐나 가상 통화가 어디까지 보급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인터넷 시대가 진행 되어 왔고, 특히 일본 젊은이들 중심으로는 카드 결제가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카드 써도 혜택이 전혀 없다"

귀화한 한국인 호사카 유지(62) 세종대 교수에게도 물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카드를 써도 그 어떤 혜택도 없다”며 “카드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인의 성격상, 현금으로 물건을 산다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 있다”며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비교적으로 카드를 쓰는 편”이라고 했다.

“높은 소비세 가까워 한다”

사케 전문가인 서길평(50) 사카구라(酒蔵) 대표는 소비세를 그 이유로 꼽았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일본 여성과 결혼한 서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케 사업을 하고 있다. 서 대표는 문자 메시지 대화에서 “일본인들이 카드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은 높은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아까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카드 가맹점 매장들이 한국처럼 많지 않다”며 “매장들도 카드 수수료를 꺼려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행이 더딘 것만은 아니다. ①지난해 가을 외식 대기업 로열 홀딩스는 현금을 받지 않는 점포를 실험적으로 운영해 화제가 됐다. ②은행권은 ATM 수수료를 유로화하거나, 더 올릴 예정이다. ③더 나아가 아예 ATM 대수를 줄이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인터넷매체 프레지던트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추정에 따르면, ATM 관리와 현금 수송 비용이 연 2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현금 사용 때문에 은행권이 불필요한 돈을 낭비하게된다는 지적이다. ④또 즉시 돈이 빠져나가는 직불카드 사용 촉진도 도모하고 있다. ⑤결제 활성화를 위해 라인페이(LINE Pay) 등을 통한 간편 모바일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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