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움직였다”...일본 선거 최고의 어록
“산이 움직였다”...일본 선거 최고의 어록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07.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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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과반 깨지자
전 사회당 당수 도이 다카코 "산이 움직였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자민당은 중고차"

선거에서는 공약 대결이 중요하지만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선거는 ‘입의 전쟁’에 가깝다.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당 선거에서 가장 유명했던 어록 2가지를 살펴봤다. 공교롭게 모두 여성 정치인이 했던 말이다.


ᐅ도이 다카코 “산이 움직였다”
때는 1989년 7월. 제15회 참의원 선거가 열리고 있었다. 당시 집권 자민당은 소비세를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사회당 위원장을 맡고 있던 도이 다카코(土井たか子)는 소비세 추진에 맞서 “안 되는 것은 안 된다”(ダメなものはダメ)는 구호를 무기로 내세웠다.

선거는 어떻게 됐을까. 리쿠르트 사건, 우노 소스케 총리의 여성 스캔들 문제가 겹치면서 자민당은 참패, 참의원 과반이 깨졌다. 이런 상황을 두고 도이 다카코는 “산이 움직였다”(山が動いた)는 유명한 말을 했다. 자민당이라는 거대한 산을 밀어내고 정치 분위기를 바꿨다는 의미다.

도이 다카코는 대학(도시샤대학)에서 헌법을 강의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1969년 사회당 소속으로 출마해 의원에 당선된 이후에도 그는 ‘평화헌법 수호자’로 살았다.

일본 헌정 사상 첫 중의원 의장을 역임했고, 진보세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는 5년 전인 2014년 9월 20일, 폐렴으로 사망(당시 85세)했다.

고이케 유리코  “자민당은 큰 중고차”
다시 때는 그 4년 뒤인 1992년 7월. 제16회 참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혜성 같은 한 여성 정치 신인이 등장했다. 이름은 고이케 유리코(小池 百合子), 현 도쿄도지사다. 방송 캐스터 출신인 그는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창당한 일본신당에 합류했다.

그는 선거에 임하면서 자민당을 큰 중고차, 일본신당을 작은 신차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를 바꾸는 데는 큰 중고차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신차 쪽이 좋다”(政治を変えるには大きな中古車を修理するのではなく、小さくても新車の方がいい)

고이케는 또 “낡고 커다란 자민당보다, 작지만 새로운 일본신당이 좋다”(古くてでかい自民党より、小さくても新しい日本新党の方がいい)는 말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는 의원 배지를 달았을까? 비례구에 출마한 고이케는 국회 진출에 성공했고 이듬 해엔 중의원 선거로 옮겨 당선됐다. 하지만 한 당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일본신당, 신진당, 자유당, 보수당, 자민당, 도민퍼스트 모임 등 여러 당을 옮겨 다녔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치권 철새’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의 용모를 두고 일부에서는 ‘초록 너구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당을 자주 바꾼 음흉한 너구리의 이미지에 처진 눈과 눈 주위의 짙은 화장을 빗대 그렇게 부른다. 초록은 고이케 도지사의 이미지 색상이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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