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을 ‘행복한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두 남자
북촌을 ‘행복한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두 남자
  • 에디터 이재우
  • 승인 2019.07.30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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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카페 ‘삼청동4차원’ 300회 공연 돌파
2013년 6월 8일 1회 공연 이어 7년 동안 진행
가수 임병수씨-문화기획자 류태영 대표의 합작
가수 임병수씨와 한옥카페 '삼청동4차원' 류태영 대표. 두 사람은 실과 바늘 같은 사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노래로 맺은 30년 인연과 300회 공연

30여 년을 ‘실과 바늘’처럼 지냈다. 가수와 매니저의 관계로 출발했고, 지금은 가수와 문화기획자(북촌 지킴이)로 콤비를 맞추고 있다. 그 30년 인연이 ‘300’이라는 숫자를 만들어 냈다.

지난 7년간 서울 종로구 북촌 삼청동 일대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두 사람. 그 주인공이 한옥카페 ‘삼청동4차원’을 운영하는 류태영(53) 대표와 중견가수 임병수(59)씨다.

‘삼청동4차원’에선 매주 토요일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 주인장 류 대표가 가수들을 섭외하고, 가수들은 무료로 재능기부 차원에서 공연을 펼친다. 그 공연이 7월 20일 300회를 맞았다.

임병수씨,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가수 활동을 하는 하야시 마리코씨, 락밴드 ‘곱창전골’의 리더인 사토 유키에씨 등이 이날 공연을 함께 하며 의미를 보탰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콘서트의 사회를 보는 류태영 대표.

# 2013년 6월 8일 1회 공연

그 일주일 뒤인 7월 27일(토요일) 301회 공연이 펼쳐지던 날, 재팬올이 ‘삼청동4차원’을 찾았다. 류태영 대표는 300회 공연의 소회와 관련 “300회까지 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병수 형(임병수씨) 등 매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300회까지 왔죠. 감사하죠. 예전에 ‘삼청동이 유명하다고 해서 왔더니 볼거리가 없네’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 ‘볼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병수 형과 함께 공연을 기획하게 됐죠. 그 시작이 7년 전인 2013년 6월 8일(토요일)이었어요. 1회 공연이었죠. 병수 형이 1회 단독공연을 해줬어요. 1회 땐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지도 못했습니다. (‘삼청동4차원’ 공연 사진과 동영상은 류 대표가 2회 때부터 페이스북과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병수 형이 지금까지 공연을 제일 많이 해줘서 너무 고맙죠.”

'임병수 사진전'에서 포즈를 취한 가수 임병수씨.

# 가수 임병수씨 사진전과 팬 경매 행사

류태영 대표는 최근 임병수씨와 함께 볼리비아 공연을 다녀왔다. 사회는 늘 그의 몫이다. 류 대표는 한때 사진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볼리비아 현지에서 임병수씨의 표정과 몸짓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삼청동4차원을 찾은 날은 그런 임병수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특히 소금사막(호수)으로 유명한 유우니(Uyuni)에서 찍은 ‘점프샷’과 ‘만세샷’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날 공교롭게도 임병수씨의 팬미팅 행사도 함께 열렸다. 임병수씨의 생일(8월 8일)을 겸해 20여 명의 팬들이 자리를 했고, 이어진 사진 경매 행사가 재미를 더했다. 웃음 표정이 떠나질 않는 임병수씨에게 “삼청동4차원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삼청동4차원은 제게 쉼터이자 힐링의 공간입니다."

“무척 어려운 질문이네요(ㅎㅎ) 제가 신곡 ‘올라올라’(스페인어로 안녕이라는 인삿말)라는 곡도 여기 앉아서 쓰기 시작했어요. 가끔 힘들 때, 기쁠 때 이용하는 장소죠. 너무 편한 태영(류태영 대표)이가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짜증나거나 우울할 때 와서 와인도 한잔 하고(ㅎㅎ). 제게 쉼터이자 힐링 공간이죠.”

# 흥 돋워준 서울발레시어터 단원 알레산드로

임병수씨는 네 살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어권인 볼리비아로 이민을 갔다. 아버지는 볼리비아 산속에서 목재 제재소를 하며 10남매를 키웠다.(임병수씨가 막내)

이날 팬들이 함께 한 301회 공연에선 임병수씨가 스페인어로 노래 공연을 펼쳤다. 뜻밖에.스페인(바르셀로나)에서 온 알레산드로(24)라는 청년도 만났다. 서울발레시어터 단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임병수씨의 공연에 스페인 청년 알레산드로(서울발레시어터 단원)가 발레 찬조 출연을 했다.

한국 온지 1년 반 됐다는 그는 한국말을 제법 잘했다. “임병수씨와는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됐다”는 그는 수첩에 “제 이름이 아주 길다”며 풀네임을 적어 주었다. 알레산드로 나바로 바르베이토(Alessandro Navarro Barbeito).

알레산드로의 몸짓과 임병수씨의 열창에 팬들도 신이 났다.

길긴 했다. 발음하기도 어려웠다. 알레산드로는 “삼청동4차원이 재미있는 곳”이라며 관객석에서 박수를 보냈다. 임병수씨가 그런 그를 그냥 놔두질 않았다. 즉석 발레 공연을 요청했던 것. 수줍은 청년 알레산드로의 수줍지 않은 현란한 몸짓이 무대에서 펼쳐지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임병수씨는 네살 때 가족과 함께 볼리비아로 이민을 갔다.

# ‘행복’과 ‘재미’(fun)를 줘야죠

공연을 마치고 류태영 대표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4년 째 ‘북촌 역사 해설사’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걸어 다니며 사람들에게 북촌의 역사와 속살을 사람들에게 안내하고 전하고 있다.

“삼청동 등 북촌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는 동네입니다. ‘삼청동 갔더니 그런 이야기를 들어 좋았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 기분이 좋죠. 개인적으로 삼청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주고 싶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행복’과 ‘재미’(fun)입니다.(웃음)"

다른 지역도 그렇겠지만, 북촌 일대의 상권은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류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도 있긴 하지만, 빨리 상권이 회복돼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본다”며 “삼청동 일대가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행복한 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삼청동4차원'을 행복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임병수씨와 류태영 대표.

# 북촌의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류태영 대표 스스로가 매주 열리는 토요일 콘서트(사회)를 통해 행복한 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삼청동4차원’은 그런 공연 외에 북콘서트, 강연, 전시회를 위해 무료로 공간을 빌려준다. 7년간의 300회 공연 동안 이곳을 찾아 온 사람들은 류 대표의 말대로 행복과 재미를 안고 돌아갔다. ‘삼청동4차원’이 북촌의 또 다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400회요? 500회까지 계속 달려야지요”(류태영 대표)    <에디터 이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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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영 2019-08-03 16:49:05
좋은 기사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