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② / 일식 주인들 “업종변경 고민”
취재기② / 일식 주인들 “업종변경 고민”
  • 에디터 김재현
  • 승인 2019.08.12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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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자영업자들 손님 줄어 '하소연'
"경기 탓도 있지만 장사 너무 안된다"
매출 부진은 종업원 축소로 이어져

<1편에서 계속>

오후 6시 무렵, 홍대~합정~상수동 일대의 한 일식집을 찾았다. 주인에게 요즘 상황을 물었다. 주인은 “요즘 기자들이 부쩍 많이 찾아온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주인은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저녁 영업 준비가 바빠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한 마디만 더 물었다. 주인은 “손님이 없어서 종업원도 그만둔 상태”라며 “혼자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또 다른 일식집을 들렀다. 이 가게의 점장 역시 말이 짧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빈 테이블을 가리키며 “보통 이 시간이면 테이블 절반은 손님이 차 있다”며 “지난주부터 급격한 매출 하락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가게를 나와 다른 이자카야 주점으로 향했다. 이 가게의 스물 일곱 살 젊은 점장의 속내도 다르지 않았다.

“불매운동 사태 이후 찾아오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걸 메우려고 영업시간을 늘리면서까지 장사를 하고 있어요. 물론 일본 주류는 전혀 팔지도 않고, 주문도 없습니다. 메뉴 또한 ‘모두 한국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표기해 놓았지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5년 8개월째 한 장소에서 장사를 하는 일식집의 사정도 비슷했다. 40대의 지배인 김모씨는 “우리 매장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주력 판매였던 일본맥주 ‘오키나와’(오리온)를 오늘부터 거래 중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규모가 상당히 컸다. 매장은 VIP룸과 1, 2층으로 돼 있다. 1층은 190좌석, 2층은 1층의 3배 정도. 20대~60대 가족 단위 손님과 외국인이 많이 찾는 사케 공간이라고 했다.

“3년 전부터 국산맥주을 받지 않았지만 이젠 국산맥주와 거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영업 손실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 수도 16명에서 13명으로 줄였고, 시급이 오른 아르바이트도 줄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곳은 기업, 출판사, 방송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영업의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올 초부터 급감하는 영업 손실 탓에 상수역쪽은 밤 12시전에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일식집을 정리하고 아이스크림가게, 오락실 등으로 업종 변경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가게 형편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준 김 지배인은 “그래도 우리는 아직 매출 타격을 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맥주와 사케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한 일식집은 또 다른 사례를 이야기 했다. 여성 지배인 정모씨는 “한국 술인 소주 ‘처음처럼’이 롯데 제품이라고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고 했다. 소주 중에서도 유독 롯데 제품이 외면 받고 있다는 얘기다.

정씨는 이어 “매출 하락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휴가철과 겹치면서 좀 더 심한 듯하다”고 했다.

밤 8시가 넘은 시각, 언덕배기에 있는 한 일식집에 들렀을 땐 다리가 좀 아프기 시작했다. 가게 안을 살펴보니, 넓은 실내엔 손님 한 팀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40대의 임모 대표는 “3주전부터 매출 변화가 왔다”며 “지금은 폭탄 맞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했다. 상수동과 합정동 2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사태가 장기화로 겨울까지 이어진다면 업종변경은 당연합니다. 일본풍 인테리어가 손님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현상까지 나타나 다른 주점을 한다고 해도 새 단장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매출 하락으로 업종 변경, 종업원과 아르바이트생 축소를 불러오는 안타까운 현장이었다.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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