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① / “일식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취재기① / “일식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 김재현 기자
  • 승인 2019.08.12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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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일 홍대, 합정, 상수동 재팬타운 둘러봐
평소 젊은 층으로 북적북적한 '핫 플레이스'
여기도 '노 재팬'(NO JAPAN) 문구 나붙어

 

“일식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한국 사람이 한국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 일식입니까? 장사가 안돼 죽겠습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면 업종변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일식을 주요 ‘업’으로 하는 지역 상인들은 재팬올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답답하다고 했다.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얼굴엔 하나같이 근심이 가득했고, 말투엔 힘이 없었다.

직장인들이 주위 신경을 쓰느라 일식집 회식을 꺼리면서 매출이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공통된 하소연이었다. 종업원을 줄이고 업종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 두달 째.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케 오찬’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식 자영업자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재팬올은 지난 8~10일 3일간 서울의 대표적인 재팬타운인 홍대~합정~상수동 일대를 둘러봤다. 길거리에선 반일 감정의 위력을 실감하고도 남았다.

홍대~합정~상수동 일대에 ‘일본 열풍’이 분 건 2014년 무렵. 이자카야부터 일본 가정식까지 한 집 건너 한 집이 일본어 간판을 내걸었다. 3~4층 전체 일본식 목조 건물들을 비롯해 소규모 라멘집, 선술집들이 골목 골목마다 들어섰다. 이곳은 밤이 되면 마치 도쿄의 ‘핫’한 동네 나카메구로역(中目黒駅) 주변 거리와 흡사한 광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곳에 들른 3일 동안 예전의 밝은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No Japan’(노 재팬) 여파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손님이 아니라 불매운동 문구들이었다. ‘NO’ 재팬과 태극무늬를 활용한 ‘YES’, ‘아사히, 삿포로, 기린맥주는 팔지 않습니다’ 등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글들이 가게 앞에 나붙어 있었다. 심지어 ‘일본 전통 사케&소주 50% 할인’이라는 문구를 내 건 가게도 있었다. 울며 겨자먹기식, 팔리지 않는 상품을 이렇게라도 소진시키려는 몸부림 같았다.

한 쪽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 여파로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하는 게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불매운동도 중요하지만, 지역 상인들이 입게 될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재팬올도 그 ‘목소리’ 중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일식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듣고 싶었지만, 매출 상황을 묻는 것조차 미안했다. 그들 역시 답답한 속내 탓인지 말들을 아끼고, 겨우 몇 마디하곤 손사래를 쳤다.

일본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제품은 그렇다치더라도, 한국 재료로 한국 사람이 만드는 음식이 도맷금으로 일식 취급받는 상황. 해당 자영업자 입장에선 어쩌면 억울한 심정일 수도 있다. ‘일식이 무슨 죄냐’는 항변이다.

결론부터 내자. 불매운동은 하되, 차분해 질 필요가 있다. 불매운동이 자영업자 목을 조르는 상황 만큼은 만들지 말자는 거다. 재팬올이 일식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편에 계속> <에디터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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